[애널리스트와 함께 찾는 보석주] ⑨ 한올제약

2010. 3. 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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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가운데 아스피린을 처방해서는 안 되는 경우는?'

'비만인 중, 건강 장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비만인과 키 작은 사람들에게 부족한 비타민D'

한올제약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의학정보지 '메디컬인포메이션' 2009년 10월호 목차에 나온 소제목들이다. 누구라도 솔깃할 만한 쉽고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한올제약은 의사들도 자기 분야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전문적인 주제를, 건강칼럼 형식으로 가능한 한 쉽게 풀어냈다. 다양한 논문 가운데 알짜를 추린 이 책은 폭넓은 의학 화두를 던져 의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한올제약이라는 사명만 들어선 어떤 회사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노르믹스, 글루코다운 등 시중에 출시된 제품명을 접해도 익숙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적인 약을 만드는 제약사가 아니다. 오히려 의학연구소라는 명칭이 걸맞다는 생각마저 든다. 의학정보지를 내는 실력이 이를 말해준다. 김성욱 한올제약 사장은 '바이오와 제약의 특성을 모두 갖춘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한올바이오팜(BioPharm)으로 사명 변경을 고민 중이다.

"제약업계에서만 40년 이상 근무한 전성수 부사장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100편의 논문을 검토합니다. 그리고 의사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편을 골라 홈페이지에 올리고 책을 냅니다. 학술관점의 마케팅을 통해 회사도 알리고, 저희 연구에도 도움을 얻는 것이지요."

지난해 980억원 매출을 올린 한올제약은 요새 증권가에 테마로 떠오른 '바이오시밀러' 회사다. 하지만 단순히 테마주로 치부하기엔 한올제약의 실력이 탄탄하다. 한올제약 전신은 김성욱 사장의 부친인 김병태 회장이 73년 세운 선경제약. 당시 주 매출원은 항생제와 병원 수액제였다.

항생제는 한올제약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력 상품. 하지만 2002년 치과의사였던 차남 김성욱 사장이 회사를 맡으며 한 단계 도약했다.

한올제약의 대표적인 상품은 복합제다. 국내에서 유명한 복합감기약 '콘텍600', 이중소화제 '베아제' 같은 제품들이다. 김 사장이 복합제의 원리를 설명해줬다.

"의사가 두 개의 약을 복합 처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같이 먹으면 안 됩니다. 시간차이를 두고 먹으면 해결되지만 환자들이 복용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어요. 저희는 하나의 약을 먹으면서도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을 개발한 것이지요."

김 사장이 언급한 연구사례는 한올제약이 개발한 'HL-040'이다. 이 물질은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 고지혈증 치료제 약물인 아트로바스타틴과 고혈압 체료제 로잘탄의 복합신약인 이 물질은 DDS(약물전달물질)기술을 토대로 개발됐다. 최적의 약효를 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한 신개념 기능성 복합제다. 'HL-040'은 임상 1상 시험만 끝내도 제품허가가 나오기 때문에 2011년 하반기부터 매출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근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복합제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다. 신물질 개발과 함께 환자의 복용편의성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글로벌제약사인 노바티스의 복합제 엑스포지(Exforge)라는 순환계통의 복합제가 2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 그 예라고 했다. 그는 "한올제약이 연구 중인 기능성 복합제들의 경우 다국적 제약사들의 주력제품 특허만료로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어 성장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올제약은 순이익이 많은 회사는 아니다. 950억원 매출에 순이익은 2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탄탄함이 엿보인다. 연구개발(R&D)에 매년 매출의 12~15%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기준으로 150억원이 넘는 돈을 R&D에 투자했다. 김 사장은 "회사가 존재하는 한 15%룰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익을 내고 안 내고는 차후 문제라는 것.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토피치료제·항암제 등도 연구 중

아직 매출을 올리고 있진 못하지만 탄탄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갖췄다. 비타민B12를 이용한 부작용 없는 아토피치료제, 아미노산 치환기술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항암제 등 다양하다. 아토피치료제의 경우 부작용이 없고, 효능도 스테로이드 제제의 90% 수준으로 제품 출시 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빠르면 1~2년 내 선보일 예정. 역시 개발 중인 바이구아나이드계열 항암제는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억제를 통한 항암작용으로 기존 화학요법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항암치료제로 부각 중이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국내와 미국 임상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미 존재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임상실험을 하고 있어 실패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게 김영근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김 사장은 바이오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매우 높게 본다. 그는 "단백질 약물이 바이오연구의 60%를 차지하는데 현재 시장에 나온 물질은 인슐린밖에 없어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을 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제약시장에서는 수익률을 높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이유다.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프랑스 바이오업체인 노틸러스바이오텍의 특허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에서 인수한 물질인 인터페론 1주 제형 주사제인 HL-143의 미국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아미노산 치환을 통한 경구용 인터페론 연구도 진행 중이라 상용화됐을 땐 주사제 시장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근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주가분석

복합제 약가 개선으로 수익 기대

한올제약은 공격적 외형확대보다 지속적인 연구비 지출로 매출액은 2006년 849억원에서 2009년 98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매출의 12~15%를 R&D에 투자해 실제로는 매년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제약사다. 제약업은 단기성과나 내수영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한 축이겠으나 역시 글로벌하게 볼 때는 개발 중인 제품목록, 즉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업종이다.

한올제약도 파이프라인의 가치에서 접근해야 할 회사라고 판단된다. 이 회사는 복합제, 아토피, 단백질의약품, 항암보조제 4가지 종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미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나 임상논문 등을 통한 우월성을 가진 제품을 '원가혁신'과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상업화하는 데 전략적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들면 특허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는 한편 환자의 복용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복합제가 주요흐름으로 자리 잡는 경향이 있다. 한올제약은 100여개의 물질조합에 대해 국내외 특허를 획득 또는 획득 예정이다. 유한양행 등과 공동 임상진행 중인 것을 비롯 5~6개가 임상을 진행해 내년부터 차례로 시판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고가의 단일제를 복합하는 경우 둘 중 한 가지의 최고가를 넘지 못하는 제도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2009년 복합제 임상강화라는 진입장벽이 생겼다. 또 올 2월 복합제 약가개선을 마련, 일반 단일제네릭의 최고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64~68% 수준인 데 반해 복합제는 85% 수준으로 결정돼 복합제에 우호적인 환경이 갖춰졌다.

미국 FDA의 경우 505b(2)라는 개량신약허가규정에 의거 기존 제품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존 제품의 80% 약가에 그친다. 반면 효능, 부작용, 편의성, 신규용도 중 우월성을 입증하는 경우 1.6배의 약가를 부여하는 한편 시판 후 3~5년간 독점판매로 보호해줘 개발의욕을 고취시킨다. 국내에서 복합제에서의 성공경험을 지닌 유한양행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갖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와의 제휴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된다.

특히 기대되는 것은 노보노디스크(Novonordisk)의 노보린(Novolin)이나 사노피아벤티스(SanofiAventis)의 란투스(Lantus) 등 인슐린 세계 1, 2위 판매제품에 적용된 아미노산 치환기술(동사보유 핵심기술)은 다양한 제품에 적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먹는 단백질약품(경구용 단백질의약품)의 상업화에도 가장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주사제로서 원가경쟁력 우위가 기대되고 경구용까지 성공한다면 확실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한올제약은 신약이나 신물질과 같은 보상보다 리스크가 높은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임상적 성공이나 시판 중임에도 원가혁신이나 복용방법의 문제로 상업화나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제품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한국제약산업이 가야 할 전략적 선택을 잘 보여주고 있는 회사다. 한올제약의 파이프라인 가치와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기존 제약부분 가치를 고려할 때 높은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바이오업체로 판단된다.

잠깐용어

바이오시밀러(Biosimilars)

기존에 개발된 바이오의약품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구조와 제작법을 모방해 복제약을 만드는 것. 의약품은 크게 화학물질이 근거인 합성(Chemical)의약품과 생물에서 뽑아낸 세포나 조직으로 만든 생물(Bio)의약품으로 나뉜다. 기존 '제네릭(Generic)' 또는 '카피약'이라고 불린 것은 화학물질 합성 의약품을 복제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다. 바이오의약품은 시장성이 밝은 데다 신약 개발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주목받는다. 생물체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독성이 적고, 특히 난치성 환자나 만성질환 환자 치료효과가 높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5호(10.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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