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의 변화 왜?
"기획재정부 공무원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보루인 만큼 '영혼'을 가져도 좋다."(2009년 2월 25일 취임 첫 확대간부회의)
"공무원은 '혼'이 없다고 그러지 않습니까?"(2010년 2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1년 만에 180도 변했다. 실효성이 없다며 윤 장관 스스로 반대하던 고용세액공제 제도를 왜 몇 주도 되지 않아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았느냐는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달라진 그의 '공무원 관(觀)'을 알 수 있다.
2기 경제팀 출범 당시 윤 장관은 공무원도 영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이 권력자의 뜻에 맞춰 소신 없이 행동하지 않고 사명감에 따라 업무에 임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판과 함께 맞물려 어쩔 수 없이 정책을 결정지어야 하는 데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이는 이달 종료된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문제와 관련된 태도에서도 볼 수 있다. 애초 추가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던 윤 장관은 "연장해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검토는 해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맥 빠지는 건 재정부 공무원들이다. 지난해 재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겪자 사실상 대통령이 복지부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현 정권에 '지분' 없는 장관의 무력함에 실망하는 눈치다. 또한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정치싸움이 거세지면 또 한 차례 정책 기조 변화가 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실제 앞으로 국회에서 다뤄질 34건의 세법 개정안 가운데 의원들이 발의한 28건은 감세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어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정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