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양도세 감면연장'..재정부 '딜레마'
- 재정부 "양도세 감면 연장 효과 따져봐야" 신중론
- 세수감소, 정책신뢰성 훼손 등 부담으로 작용
- 경영 악화 앞세워 업계 호소..외면하기도 쉽지 않아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연장여부를 두고 기획재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감면을 연장하자니 이미 종료된 사안을 다시 부활해야 하는 게 부담이고 모르는 척 하자니 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연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을 1년간 연장해 달라는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 질의에 대해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당장 연장하겠다는 의미보다는 효과를 따져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데 무게 중심이 있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실제 윤 장관은 "(연장하더라도) 남은 미분양(12만 가구)에 도움이 될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며 신중론을 폈다.
재정부도 연장 여부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재정부는 "최근 미분양이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최소 3~4월까지는 통계를 살펴보고, 양도세 감면 혜택 연장 여부는 그 때 가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도 재정부가 양도세 감면 연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이다.
재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일정 기간을 정해 놓은 이유는 그 안에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인데 제도 시행을 연장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수 감소 우려까지 있다. 재정부는 양도세 감면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적자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또 다시 세금 감면에 나설 경우 쏟아질 비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재정부 안팎의 설명이다.
양도세 감면 연장이 주택시장 활성화와 미분양주택 감소에 효과가 있었느냐 역시 재정부가 연장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양도세 한시적 감면으로 수도권 미분양과 분양 시장은 양도차익에 대한 기대로 수요자가 몰린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수요자들이 외면하면서 더욱 어렵게 됐다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경영 악화 속에 미분양이 쌓이고 분양시장이 침체될 경우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주택업계의 목소리 역시 재정부로선 외면할 수 없는 사안.
이미 주택업계는 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나서 양도세 감면 연장을 요청한 상태이고,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역시 관계부처 회의에서 연장 검토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16만 가구를 넘어서던 미분양 주택이 제도 도입 후 작년 10월까지 12만가구로 대폭 줄어, 제도 시행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제도 종료를 전후해 다시 미분양 주택이 늘고 업체들은 분양에 나서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을 다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10만 가구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감면이 종료되자 수요자들이 아예 사라졌다"며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가 다시 불거질 경우 금융시장 역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정기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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