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어디에서 살까] 태국·말레이시아 제격

2010. 2. 1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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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그곳에 살어리랏다 ◆

일반적으로 교통이 편리하면 쾌적하지 않고 안전하면 불편하다. 어쩌다 편리성, 쾌적성, 안전성을 두루 갖췄다 싶으면 부유층이 몰려 높은 생활비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은퇴 이전보다 더 높은 비용구조의 지역은 화중지병이고 건강, 안전, 편리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지구촌이 형성되면서 선택 대상이 넓어졌다. 게다가 돈벌이 터전에서 가까워야 했던 족쇄에서 풀려나, 은퇴자의 네 마리(편리성·친환경·안전성·저비용) 토끼몰이는 어렵지 않게 됐다. 임장활동이 중시되는 지역 선택은 은퇴 이전, 수년에 걸쳐 행해져야 한다.

막상 은퇴한 뒤 나서면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잘못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퇴 후 살 만한 국외 주거지 5곳을 살펴봤다.

탈(脫)투자, 무소유의 즐거움외국인 부동산 구입 제한 유의해야

김병호 작가의 '치앙마이'에 나오는 고구려 유민 '라후족' 이야기가 아니라도 그곳은 미스유니버스를 두 번이나 배출한 잘생긴 외모, 훈훈한 인정 등이 한국인의 정서와 닮았다.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는 불교적 향내가 진동하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유럽과 일본의 은퇴자와 관광객들이 현지인들과 뒤섞여 심심할 틈이 없다.

나리분지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에 형성된 도시를 자전거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물질에 대한 욕심과 미래에 대한 근심이 사라진다.

방콕, 푸켓과 달리 연중 선선한 날씨와 뜨겁지도 약하지도 않은 햇빛이 선진국 은퇴자들을 불러모으고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 법인을 설립해 구매하는 방법이 있지만 지분율을 태국인 51% 이상, 외국인 49%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구태여 복잡한 절차와 위험을 감수하며 살 필요가 없다.

태국의 국수주의적 부동산 법률 때문에 외국인은 부동산을 사기 어려우므로 나중에 팔기 힘든 것을 위법해 무리하게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투자 마인드를 버리고 마음 편히 적은 돈 들여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안한 은퇴자의 삶이다.

물론 그곳에서도 비싼 돈 들여 월 130만원 임대료로 골프장 휴양지 속 빌라나 2층 저택에서 살 수 있지만 치앙마이에서는 장미 넝쿨 속에서 소박하게 사는 것이 어울린다.

토지 임대부 콘도는 외국인도 살 수 있다. 하지만 건물만 소유하는 것에 투자해 마음 졸일 필요 없이 콘도에 세 들어 사는 것이 안전하다. 월 임대료 선납 후 입주하는 취사 가능한 콘도는 다양한 가격으로 산재해 있다.

월 30만원 정도로 치앙마이대 근처, 아미티호텔 건너편, 로터스호텔 후문 쪽 수완덕맨션, 오키드호텔 앞 후이깨오로드에 깨끗한 2인용 콘도나 원룸을 구할 수 있다.

월 60만원대면 팜스프링공항 근처 파이럿 숙소, 그린벨리골프장 후문 쪽, 도이수텝산 밑, 항동 방향의 빌라촌 등 시설이나 보안이 잘 갖춰진 4인 가족용 콘도를 구할 수 있다. 또 정원과 차고가 있는 2층 단독주택은 월 80만~120만원 수준으로 임차할 수 있다.

저렴한 생활비, 각박하지 않은 삶월 30만원대 콘도 안전

영국풍에 기초한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중국인·인도인이 어우러진 다문화사회로, 경직된 이슬람국가라는 느낌이 없다. 게다가 개방경제, 부담 없는 세제, 저금리, 풍부한 이슬람 자본 등으로 실제 경제규모에 비해 활력이 넘쳐 보인다.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타워' 경쟁에서 일본을 이긴 덕택인지 한국인과 한류 호감도가 높아 커뮤니티 적응 또한 어려울 게 없다. 가정부나 운전기사 등 인적비용도 인도네시아의 '반둥'이나 필리핀의 '바기오' 등보다는 비싸지만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전통의 한인촌인 쿠알라룸푸르 '앙팡'지역은 '몽키아라' '푸트라자야' 등 인근 신도시에 비해 쾌적성과 안전성이 떨어져 골든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쿠알라룸푸르 다운타운'지역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친환경적으로 살려면 말레이시아 남단의 '조호바루'로 가야 한다. 아시아 최대의 경제 관광 특구로 개발될 '이스칸다르개발지역' 중심에 있는 신도시 '누사자야'는 지역이 성숙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함에도 고급 주거지인 '르당'의 단독주택 부지는 이미 매진됐다.

덩달아 인근의 '부킷인다' '트로피카' '라구나' 등에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지만 일시에 공급량이 너무 많아 가격이 오를 염려는 없다. 수영장이 딸린 2룸, 3룸 콘도의 경우 1억원대가 안전하다. 미래 공급량이 많아 지역에 확신이 생기기까지는 월 임대료 30만~60만원대 수준의 단독주택이나 콘도에 거주하는 게 안전해 보인다. 신도시 규모가 방대해 은퇴 준비생들이 장기계획을 세워 접근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시내버스를 타면 다리 건너 싱가포르의 교육·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 생활비의 절반가량으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싱가포르와 다름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더운 날씨를 싫어하지 않고, 모든 게 느려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성격이면서, 말레이시아·인도 등의 현지 음식을 즐기고, 자녀의 영어·중국어 두 가지 언어 교육에 관심이 있고, 가정부를 둬 가사 부담을 덜고 골프나 여행을 즐기며 자주 한국을 드나들어야 하는 은퇴자에게 적합하다.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희소성사통팔달 교통망 장점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돼 영국문화에 중국풍이 가미된 싱가포르는 아시아 정원도시답게 깨끗한 자연환경, MRT(Mass Rapid Transit·중량전철)·LRT(Lig ht Rail Transit·경전철)· 시내버스 등 편리한 대중교통, 맘껏 거리를 활보해도 안전한 치안, 수준 높은 의료 및 교육, 동서양의 교차로 등 가까운 곳에서 다문화를 접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분당이나 용인 정도의 물가 수준이라 생활비가 많이 들지만,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도 사지 않고 고급콘도에 살지 않으면 생활비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 새벽 수산시장 등을 이용하면 질 좋고 값싼 채소·과일·생선을 구할 수 있다. 사통팔달로 수시로 달리는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있어 자가용이 필요 없다. 집값은 20억~30억원 단독주택, 5억~20억원 콘도, 2억~4억원대 공동주택(HDB)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집세 또한 월 500만원 4룸 고급 콘도부터 월 100만원 2룸 HDB까지 각양각색이어서 은퇴자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저렴한 HDB에 산다고 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현지인 대부분이 살고 있는 집이 HDB이기 때문이다.

사업상 오차드로드에 가까운 두네란로드, 부킷티마, 리버벨리, 패터슨로드에 살면 비싼 집세 때문에 생활비가 많이 들지만 은퇴자의 경우 중심가에서 벗어나 '비산' '세랑군' '앙모키오' 등에서 수영장이 딸린 2룸 4억~5억원대 고급 콘도를 월 160만원대에 세 들어 살면 분당, 용인보다 저렴한 생활비로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차드에 30분 이내로 접근 가능하고, 도서관·커뮤니티센터·쇼핑몰 등이 근처에 있어 도심보다 편리하며, 녹지가 풍부해 주거가 쾌적하기 때문이다.

'홀랜드 빌리지'는 재래시장, 아트갤러리, 동서양 음식점 등이 몰려 있어 동양문화에 호기심 높은 서양인들에게 관심을 끈다. 게다가 공사 중인 전철이 완공되면 동서라인, 남북라인, 북동라인 전철 모두에 접근이 쉬워 싱가포르 전역을 30분 내에 갈 수 있는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HDB에 세 들어 살다가 영주권을 확보해 HDB 구입 자격을 갖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인테리어를 가미한 후 백인에게 임대하고 자신은 '부킷바톡' '주롱이스트' '우드랜드' '부킷판장' 등에 세 들어 살면, 말레이시아의 생활비 정도로 싱가포르에서 살 수 있다.

지구의 마지막 청정지역신규주택 부지 3.3㎡당 70만원 수준

지상낙원 호주가 가뭄으로 말라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드넓은 호주 땅에 자연재해를 드리울수록 본토의 농장들은 안정적인 경영을 위협받고 있다. 바닷물을 담수화해 식수로 만드는 대체 수단마저 없다면 시드니·멜번·브리즈번·퍼스·애들레이드 등 세계 상위권의 살기 좋은 도시들 순위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을지 모른다. 가뭄이 가장 심각한 남호주의 북부지역은 10년 가까이 가뭄이 계속돼 초원이 사막화될 위기에 처했고, '퀸즐랜드주'의 목장지대 또한 기상이변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본토인들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태즈메이니아'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돼 가장 가고 싶은 곳, 노후에 살고 싶은 곳에 대한 호바트의 인기는 커져만 간다.

태즈메이니아 외에 강수량이 풍부한 북부의 '다윈' 같은 도시도 있지만 열대우림기후라 해양성기후의 '호바트'보다 선호도가 낮다. 태즈메이니아 면적은 충청·경상·전라도 정도라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 다르지만 온화한 기후의 '태즈메이니아'를 가로지르는 편서풍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몰아오고 정기적으로 비를 내린다.

주도인 '호바트', 멜번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면 만나는 항구도시 '데본포트', 북부농장지대의 중심이자 태즈메이니아주립대 IT학부가 있는 '론세스톤'이 살 만한 지역이지만 은퇴 후 거주지로는 한인커뮤니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호바트'가 적합하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모여 살아야 편리하기 때문이다.

호바트의 주거용 부동산은 원자재를 등에 업은 강한 호주달러와 100년 넘은 기존주택 소유자들의 신규주택 선호 경향으로 강세를 보인다.

'샌디베이'의 단독주택은 7억~10억원에 이르고 외곽 변두리의 신규주택 부지는 3.3㎡당 70만~80만원대에 달한다.

살라망카 주변 2룸 콘도는 임대물건이 거의 없고 한국인의 선호가 높은 샌디베이에서 태즈만브리지 방향의 집들은 매물이 없다. 섬에 있는 도시의 특성상 가용 토지가 부족해 신규개발 단지형 주택으로 관심이 쏠리지만 유기농장에 관심 있는 은퇴자들끼리 합쳐 호바트에서 벗어나 '휴온빌' '마게이트' '폰트빌' 주변의 농장주택을 2억원 범위 내에서 투자해 국외 은퇴 농업인으로 변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곳은 가족 모두가 함께 정주형 은퇴지로 선택하거나 풍부한 강수량, 비옥한 토양, 뚜렷한 4계절, 무공해 청정지대, 한국과 정반대의 계절 등을 활용할 은퇴 농업인에게 적합하다.

겨울에도 햇빛이 그립지 않은100만달러 이상 단독주택 즐비, 교육수준 양호

살기 좋은 도시 세계 상위권인 캐나다 밴쿠버의 겨울에 부슬부슬 비만 내리고 햇빛이 없다면 우울증이 다른 장점들을 압도해 이미 살기 나쁜 도시로 추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밴쿠버에는 겨울철에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햇빛이 살아 있다. 그 태양 아래 중심에는 '화이트락'이 있다. '세미아무' 바다에 길게 뻗은 나무다리 위에 비가 내리다가 햇빛이 비치면 바다를 향해 늘어선 언덕배기 흰색 집들은 한 순간 '에게해'의 터키옥색 바닷가에 있는 하얀 집들보다 더 선명한 색을 발한다.

웨스트밴쿠버를 위협하는 화이트락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건 햇빛을 그리워하는 백인들이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학교 수준도 덩달아 올라 사우스릿지, 엘진파크, 얼메리엇, 세미아무 세컨더리가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으며 100만달러가 넘는 단독주택들이 즐비하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시세 4억~5억원대 2룸·3룸 고층 콘도의 월세 수준도 160만~190만원대에 이른다. 성공한 은퇴자가 몰려 커뮤니티 수준이 높으며 깨끗한 바다와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조화를 이뤄 햇빛 받으며 걷기에 좋다.

남향과 배산임수 지형인 마을이 많고, 공립학교의 시설이나 수준이 좋으며, 인접한 근린 생활시설들의 수준도 괜찮다. 바닷가 전망이 좋고 도서관에서 독서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생활비가 많이 들고 백인 중심의 커뮤니티라 은퇴자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가정의를 통한 전문의 접근성이 신속하지 않아 의료서비스에 문제가 있다.

화이트락에서는 햇빛보다 생활비가 중요하다. 은퇴자가 처음부터 집을 사거나 비싼 집을 빌리는 것보다는 적응 기간 까지는 단독주택의 1층이나 지대가 높은 베이스먼트를 임차해 저렴하게 살다 평소 점찍어 둔 콘도에 급매물이 나오면 사는 것이 좋다. 이곳은 경제적인 여유가 충분한 은퇴자가 문학이나 미술 등 창작활동을 하며 살기에 적합하다.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 coreits@naver.com]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4 합본호(10.02.17/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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