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예능 재탕하는 게 올림픽 채널?"

2010. 2. 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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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15일 오후 시간대 SBS TV편성표. 올림픽 중계 방송은 없고, 예능프로그램 재방송으로 채워졌다.

ⓒ SBS 홈페이지 갈무리

< 강심장 > < 순간포착 > < 패밀리가 떴다 > < SBS뉴스 > < 놀라운 대회 스타킹 >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1시 10분 이후 SBS TV프로그램 편성표다. 이날 오후 시간대는 뉴스를 제외하면 예능프로그램 재방송으로 채워졌다. 이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면서 "단독중계의 피해가 없도록 사상 최다 시간을 편성하겠다"는 SBS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SBS는 올림픽 채널이 아니라 예능 재탕 채널에 가깝다, 올림픽 단독 중계를 통해 올림픽 시청권만 훼손됐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중복편성 폐해 개선 차원에서 SBS 독점 중계에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이들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주장하던 KBS와 MBC가 올림픽 보도를 사실상 외면하면서 시청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방송국들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지적이 많다.

SBS, 올림픽 대신 예능 재탕... "올림픽 시청권 우롱한 것"

SBS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사진은 SBS 밴쿠버 올림픽 특집 홈페이지 화면.

ⓒ SBS 홈페이지 갈무리

SBS 독점 중계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은 크다. 지난 13일 오전(한국 시각) 밴쿠버 올림픽 개막 이후 생중계가 이뤄지는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면, SBS에서 올림픽 방송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14일 오후 시간대에는 드라마 < 산부인과 > 재방송과 설날특집 < 인기가요 > 등이 방영됐고, 15일에는 < 강심장 > 등 예능프로그램이 오후 시간대에 재방송됐다. 케이블채널인 SBS스포츠에서는 영국프로축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등의 영향으로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종목에 대한 중계는 많지 않다.

당초 SBS는 "시청자의 시청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상파에서는 200시간, 계열 채널에서는 330시간을 편성하는 등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편성을 했다"며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방송사들은 쇼트트랙 등 인기종목 위주로 50~60시간만 방송했지만, (독점 중계로) 그러한 중복 편성을 피했다"고 강조했다.

SBS가 약속과 달리 예능 편성에 '올인'하자, 동계올림픽 특집으로 꾸민 SBS 홈페이지에는 누리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아이디 'msg8623'은 "SBS는 새벽에 했던 종목들을 오후에 재방송하자니 시청률 안 나올 것 같아 예능프로그램으로 도배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ramirezl'은 "SBS 탓에 올림픽 기분이 이렇게 안 나는 것"이라며 "올림픽방송 분량이 늘어나고 질이 좋아졌다는데 나는 전혀 모르겠다, 왜 독점중계로 국민의 올림픽 시청권을 우롱하느냐"고 비판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에서도 누리꾼들의 비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15일 오후 한 누리꾼(schbard)은 "SBS스포츠와 공중파까지 쓰면서도 주요경기 하이라이트 반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뉴스에서 봐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동계올림픽도 제대로 방송하지 못하면서, 많은 경기가 있는 하계올림픽과 월드컵까지 독점 중계하면 시청자의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SBS는 2016년까지의 동·하계 올림픽과 2010(남아공)·2014(브라질) 축구월드컵의 중계권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SBS는 올림픽 중계권의 경우, 지상파 3사의 중계권 협약인 코리아풀이 제안한 금액보다 950만 달러 많은 7250만 달러에 샀다. 월드컵 중계권 역시 코리아풀 제안한 1억1500만 달러보다 2500만 달러 많은 1억4천만 달러에 확보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외화 유출이 심각하다고 SBS를 비판한 바 있다.

KBS, MBC 올림픽 보도 외면에 쓴소리... "시청자 생각해야"

KBS는 14일 이정수 선소와 이승훈 선수의 금·은메달 소식을 < 뉴스9 > 에서는 다루지 않고, < 스포츠뉴스 > 에서 다뤘다. 올림픽 보도를 외면하는 KBS와 MBC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적지 않다.

ⓒ KBS 스포츠뉴스 화면 갈무리

보편적 시청권을 주장하며 SBS 독점 중계를 비판해온 KBS와 MBC는 메인뉴스에서 동계올림픽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하면서 시청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시청자를 생각한다면, SBS가 독점 중계했다고 올림픽 보도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KBS와 MBC의 대처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KBS는 14일 이정수 선수와 이승훈 선수가 남자 쇼트트랙 1500미터와 스피드스케이팅 5000미터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소식을 < 뉴스9 > 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이후 < 스포츠뉴스 > 에서 축구 한일전, 설날장사씨름대회 등에 이어 다섯 번째 소식으로 약 17초간 보도했다.

이는 첫 금메달 소식을 < 뉴스9 > 헤드라인으로 전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와 크게 대비된다. 2006년 2월 13일 < 뉴스9 > 에서는 남자 쇼트트랙 1500미터에서 안현수·이호석 선수가 금·은메달을 딴 소식이 가장 먼저 소개됐다.

MBC는 14일 < 뉴스데스크 > 에서 밴쿠버 올림픽 첫 금·은메달 소식을 다섯 번째 소식으로 다뤘다. 27초 분량의 단신으로 소개돼, KBS와 마찬가지로 헤드라인으로 첫 금·은메달 소식을 전한 4년 전 올림픽과 큰 차이를 보였다.

시청자 이종현씨는 KBS홈페이지 뉴스게시판에 "중계권은 방송사 간의 문제로, 시청자까지 영향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KBS와 MBC가) 정치권이 자기 실속만 챙기기 바쁘고 서민을 생각 안한다고 보도하면서, 올림픽 보도에서는 중계권 빼앗긴 것만 억울해하면서 국민 생각은 안하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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