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별 가계대출 상한제 도입.. 리스크 관리 강화

2010. 2. 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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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 금융회사별로 가계에 빌려줄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는 가계대출 상한제 도입이 검토된다. 금융회사 책임경영을 위해 은행장, 사외이사 등 은행 경영진 자격을 1년이나 2년마다 심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아시아 금융리더 육성을 위해 대형화·겸업화에 가속도가 붙는다. 은행·증권사 간 인수·합병(M&A), 해외 진출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역주행' 논란이 불가피하다.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이들 연구기관에 용역을 줬다. 금융위는 8일 은행회관에서 심포지엄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발전심의회와 금융선진화 합동회의를 거쳐 정책 반영 여부와 세부 추진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리스크 줄이고, 서민금융 살리고=3개 연구기관은 가계대출이 1998년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안정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12번째로 높다.

보고서는 지난해 강화한 LTV와 DTI 규제를 유지하고, 가계대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대출 규모 상한선을 설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리금을 합한 연간 대출상환액이 연간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DTI는 서울이 50%, 경기·인천이 60%다. 수도권 지역 LTV는 50%다.

여기에다 보고서는 예금보호제도의 전면적 개편을 제안했다. 예금보호 대상인 금융상품 유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등 보호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예금보호법은 예금보호대상과 비보호대상 상품을 나열하고 있어 새로운 상품이 도입될 때마다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보고서는 "예금보험기금 내 저축은행 계정 손실이 2조원 이상인데 연간 보험료 수입은 2400억원에 불과하다"며 "손실 발생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매기는 차등보험료제도(2014년 시행 예정)를 조기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민금융 강화 차원에서 저축은행의 자산 확대 경쟁을 억제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도매금융 성격의 거액 여신을 축소하는 규제 도입을 역설했다. 은행 등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없는 금융회사가 저축은행업에 신규 진입할 수 있도록 해 부실 저축은행 M&A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형화 '드라이브'…지배구조는 규제=보고서는 국내 금융산업 대형화·겸업화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지속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부문 경쟁력은 세계 30위권이고, 아시아 지역에서 10위권에 드는 은행은 1곳도 없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박사는 "대형화 전략을 계속 추진하고, 겸업화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국제적 건전성 규제 강화는 필요할 경우 적절한 준비기간을 부여해 시행하면 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그룹 민영화, 증권사 간 M&A로 자본규모 확충, 국내 제조업체와 은행 동반 해외진출, 아시아 지역에 금융 인프라 패키지 수출 등을 세부 전략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금융개혁방안이 국제적 흐름으로 굳어지면 대형화와 겸업화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융개혁방안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자기자본투자 금지, 대규모 금융회사의 M&A 제한 등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회사 육성 전략이 국제적인 금융규제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3개 연구기관은 책임·건전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명확히 했다. 보고서는 은행권에 이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권도 사외이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임원과 대주주 등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격한지를 1∼2년마다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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