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이와 리더 30명, 국가대표 인적 인프라를 열다
[오마이뉴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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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상상하라, 간절하게 바라라, 그것이 이뤄지도록 열정적으로 행동하라, 그럼 반드시 이뤄진다는 불후의 성공철학을 가슴에 안고 경제계와 학계에서 30여 명이 모였다. 그 뜻을 함께 아로새겨 매주 연구회를 갖게 된 것이 여기까지 왔다."
1975년 인간개발연구원 설립을 주도했던 당시 "30대 중반을 갓 넘긴 새파란 젊은이"였던 장만기 회장. '내일'을 맞는 감회는 확실히 남달라 보였다.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취지로 한국 사회의 대표적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 온 인간개발연구원(KHDI)이 5일로 창립 35주년을 맞는다.
장만기 회장 "사회 지도자가 젊은이들 멘토 되자"
인간개발연구원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오피니언 리더들의 조찬공부모임인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설립 당시부터 매주 한 번도 쉬지 않은 역사를 상징하듯, 창립행사와 기념포럼은 4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1631회 '경영자연구회'를 겸하여 아침 7시부터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 장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빈곤한 나라였던 시절에 세계에서 가장 발전하는 경제국가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30여 명이 조선호텔에서 1975년 2월 5일 시작한 것이 인간개발연구원"이라며 "그 과정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많은 가능성에 대해 다시 눈을 뜨게 됐다"고 회고했다.
또 장 회장은 "이제는 '지식의 경제'를 넘어 '지혜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그럼에도 대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면 학업이 '스톱'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연구원은 한국장학재단과 협력해서 대학생들이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 회장은 "우리 연구원의 각계 지도자들과 회원들도 젊은이들의 '멘토'가 돼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국가가 돼서 인류 번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자"며 "끝으로 연구원이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해 준 많은 분들의 도움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특히 조순 전 경제부총리(인간개발연구원 명예회장)와 최창락 이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학 졸업하면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던 분위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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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규 월간 < 디플로머시 > 회장은 축사에서 "1975년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당시 사회 분위기였다"면서 "그런데 국가 발전과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각계 지도자들, 특히 경영자들이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이가 당시 30대 청년 장만기 회장"이라고 치하했다.
윤용로 기업은행 은행장 역시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에 한창 힘을 쏟을 시기인 1975년에 일찌감치 인간 개발에 대한 혜안을 갖고 오늘까지 온 데 대해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는 물질 위주 성장에서 인적 자원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됐다. 앞으로 연구원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기념행사 후에는 기념포럼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길'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당초에는 정운찬 국무총리가 연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참석 때문에 재경부 차관 등을 역임한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이 강연에 나섰다.
'강연 후담'을 통해서는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오명 건국대 총장(전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이 인간개발연구원에 다시 창립 35주년 '덕담'을 건넸으며, 이날 행사는 당초 종료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끝나는 등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길'이 세종시 수정안?조순 전 부총리 "대통령이 사과만 했지... 주권자들에게 물어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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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길'이 세종시 수정안인가. 이날 기념포럼 연사로 나선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은 강연의 상당 부분을 세종시 수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이를 위해 원안과 수정안을 비교하는 조감도를 준비했는가 하면, 참석자들에게는 '국무총리실 및 관계부처 합동' 명의의 '세종시 발전방안'이 배포됐다. 권 실장은 강연 도중 "지금 우리가 한 발짝만 잘못 가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심정이다. 그런 면에서 세종시 문제를 이야기하겠다"면서 "치명적인 두 가지 문제가 있다"는 말로 세종시 원안에 대한 비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권 실장은 먼저 "수도를 통째로 옮기면 그래도 균형발전이나 인구 분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면적이 텍사스의 1/7인 나라에서 총리실을 포함한 9부2처2청만이 150km 떨어진 곳으로 간다는 것"이라며 신문사를 예로 들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만 150km 떨어진 데 옮기면 다른 신문사와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말로 국정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정부의 기존 주장을 재강조했다. 또한 권 실장은 "소위 원안을 만들 때 140번 이상 공청회를 했지만, 정작 이 도시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것인가 하는 회의는 안 했다"며 "행복도시특별법을 봐도 대학이나 기업 등에 대한 조세감면 등 인센티브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기업이 오겠냐"고 원안 자체가 지극히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엄청난 혈세를 쓰면서 일자리가 5만 명, 잘해야 8만 명인 기형도시를 막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종합정리' 시간을 통해 '위기론'을 들어 정부의 현 상황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 전 총리는 "세종시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위기"라면서 "겉으로는 원안 또는 수정안에 찬성하느냐는 양자 선택의 문제로 보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앞으로 과연 잘 통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 전 총리는 "통치 가능성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원안대로 가는 경우는 통치하기 어렵다고 본다. 물리적 비효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원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치면서도 "수정안 역시 완벽하지 않다. 특히 지역 감정 등 심리적 코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조 전 총리는 "대통령이 사과만 했지 정작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였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고 법안을 덜컥 제출한 것은 문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찬반 양쪽이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토론을 해야 하며, 그래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권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말로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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