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석면폐기물 불법 처리".. 조각 방치·안전규정 안지켜

2010. 1. 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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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네트워크 현장조사

24일 오전 9시40분쯤 서울 서초3동 서울고 본관 건물에서는 작업복을 입은 4명의 근로자가 손수레에 무엇인가를 담은 포대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본관 뒤편 구석에 쌓아놓은 수백 개의 포대 안에는 천장재로 쓰이는 텍스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이것이 '침묵의 살인자' 석면을 함유한 지정폐기물이라는 사실을 학교 도서관에 드나든 학생, 야구부원, 조깅하러 온 마을 주민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석면네트워크)는 이날 학교 관계자와 경찰, 서초구청 관계자,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석면 철거작업이 진행된 본관 1층 내부에 석면폐기물이 널려 있었다. 본관 주변에는 석면함유 내장재 조각들과 석면이 묻은 폐기물이 안전규정을 무시한 채 쌓여 있었다.

본관 밖으로 석면폐기물을 실어 나르던 한 노동자는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석면과 담배연기에 함께 노출될 경우 석면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은 50배 이상 높아진다. 한 작업자에게 "방진마스크를 왜 안 쓰고 작업하느냐"고 물었더니 "실내에서는 쓴다"고 말했다.

석면네트워크는 본관 주변에서 채취한 2개의 시료를 전문분석기관에 맡겨 분석한 결과 백석면 3∼5%, 갈석면 3%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건조고형물 함량을 기준으로 석면이 1% 이상 함유된 제품과 설비 등을 해체·제거할 때 발생하는 것은 지정폐기물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들 석면폐기물은 별도의 보관시설이나 보관용기에 넣어야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

문제는 거의 모든 주요 규정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주의경고 안내판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폐석면 지정폐기물을 고밀도 내수성 재질의 포대에 2중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작업복과 방진마스크, 바닥비닐시트 등도 석면폐기물에 준해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도 위반했다. 석면폐기물과 석면함유 잔재를 담은 포대에 '석면함유' 표시를 부착하지도 않았다.

석면을 취급할 때 이처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석면이 채굴, 제품생산, 사용, 철거, 폐기, 매립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비산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석면에 노출될 위험성과 노출되는 인구 규모, 미치는 영향은 채굴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나중 단계로 갈수록 훨씬 커진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할 수 있다.

1500여개의 영세한 석면철거업체들은 시공사로부터 하청, 재하청을 거쳐 낮은 단가에 공사를 수주하기 때문에 규정을 지키면서 작업할 수 없는 실정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석면네트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은 "노동부가 석면철거와 관련한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철거 허가사항과 대기질 측정기록을 포함한 진행사항 일체를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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