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후 생길 도시 놓고 웬 난리? 막개발부터 고쳐라"

2010. 1. 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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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 남소연

"아니, 행정부처가 내려가려면 대전이나 공주로 가면 되지 않아요? 또 (수도권에서) 세종시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이미 공장부지가 널려 있는데, 텅텅 비어 있어요. 왜 허허벌판에 멀쩡한 국민들의 땅을 국가가 함부로 뺏어 기업들에게 줍니까."

그의 입담은 여전했다. 세종시 해법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란에 대한 그의 날선 비판은 계속됐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그는 비판의 대상으로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민사회 등을 가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치적 산물로 태어난 세종시는 그 발상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균형발전을 표방한 원안이 됐든, 기업도시로 변질된 수정안이 됐든 둘 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졸속 추진되다 보니, 결국 다수의 국민들과 미래의 자녀세대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만 지우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 단장은 "세종시를 둘러싸고 지난 8년 동안 겪은 사회적 갈등과 한국사회가 겪었던 정신적·경제적 비용만 얼추 따져도 10조 원은 넘을 것"이라며 "사실상 또 하나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전락한 세종시는 정부 스스로 일부 공사 발주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차근차근 검토해 국민적 합의를 다시 만들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종시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산물... 발상부터 잘못"

매서운 칼바람을 뒤로하고,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사무실까지 걸어오면서 차갑게 굳어버린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차를 마셨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김 단장은 세종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세종시 해법을 두고 우리 사회가 거의 둘로 쪼개져 있는 느낌"이라며 "정치권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정말 국가적 사업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충분한 검증과 논의 절차를 거쳐서 진행돼 온 것이 어디 있는가"라며 "지금이라도 대형 국책 개발사업 등 각종 개발공약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 절차와 논의 기구 등을 법적으로 제도화해서 함부로 남발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의 말은 이미 세종시 문제의 결론과 대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과거 박정희 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온갖 토지와 주택개발과 국책사업과 관련해 제정된 수십 종의 특별법을 일일히 열거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그동안 정부들 보면 보수가 됐든, 진보가 됐든 정치권이 재벌과 관료에 포위돼서 이런저런 특별법으로 온갖 개발공약들이 남발됐지요. 현 정부 이전의 10년 동안에도 각종 토건사업에만 250조 원에 아파트 사업에만도 120조 원이 들어갔어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들고 나오니까, 자신이 건설업자들에게 향후 10년 동안 먹을거리를 확보해준 사람이라고 자랑할 정도였어요. 물론 말도 안 되는 대운하 사업을 비판하려다 보니 그런 말을 했겠지만..."

그는 "세종시의 태생 자체가 정치인에 의한, 정치적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래도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충분하지 않나."수도권 과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그동안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말 그대로 행정수도 역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게다가 몇 개 부처가 내려간다고 정말 (과밀 해소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 정치적인 논쟁으로 흘러가면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으로 크게 변질된 부분도 없지 않다.

"세종시는 말 그대로 정치적 산물이다. 원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내용 등에서 졸속적으로 추진된 부분이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정말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면, 이번에 제대로 해야 되지 않은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시 기업 특혜는 특혜도 아니다... 수도권에 '삼성도시' 개발 특혜도"

- 이번 수정안을 두고도 특혜 시비부터 지역형평성 등 말들이 많다."(곧장) 세종시를 둘러싸고 지난 8년 동안 대선 공약이 뒤집히고, 개발 계획이 바뀌고, 방향이 뒤틀어지고 왜 이렇게 됐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공약이라고 하지만) 외딴 곳에 멀쩡한 국민들 땅을 강제로 사들여서 2200만 평에 너무나 큰 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 기업들에 공급되는 원형지 공급 토지 등을 두고 특혜 논란도 있는데."(고개를 갸우뚱하며) 솔직히 그렇게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평균조성원가(약 227만 원)의 6분의 1로 (기업들에) 줘서 특혜라고 하는데, 실제로 정부는 세종시 땅을 3.3제곱미터당 18만 원에 사들였다. 개발하기 이전 땅이다. 이것을 40만 원에 팔았다면 그리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는 전체 세종시 면적 2200여만 평 가운데 공원이나 국유지 등을 빼고 상업용지나 주택용지 등 용도가 확실한 것에 대한 조성원가와 원형지 값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세종시보다 그동안 각종 혁신·기업도시 등을 진행하면서 기업들에 엄청난 개발이익의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의 말이다.

"보세요. 오히려 수도권인 화성, 동탄 신도시를 지난 2004년에 지을 때 정부에서 이들 주변지역 16만 평을 삼성에 수의계약 형태로 줬어요. 그때 조성원가가 평당 400만 원 정도였는데, (삼성에) 220만 원에 줬어요. 이것도 삼성은 비싸다고 했지요. 그런데, 정부가 거기에 아파트를 지어 팔 때 평당 1200만 원이었어요. 아파트 용지값의 6분의 1로 우리나라 최고 기업에 팔았단 거예요."

그는 "지난 2005년에 40조 원 넘게 들어간 고속철도역 인근의 충남 아산탕정 지역에서 삼성은 수십만 평의 땅을 거의 헐값에 사들였다"면서 "삼성은 이른바 '삼성도시'를 건설해놓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고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30년 넘게 걸렸다... 세종시는 더 걸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 남소연

기업들에 대한 이러한 특혜는 이곳에서만이 아니었다.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하겠다고 하면서도, 삼성과 엘지(파주공장)엔 허가를 해줬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종시처럼 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정부로선 수도권에 비해 좀 더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세종시의 경우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국가가 세금을 들여서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개발방식도 기존 방식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종이에 그려보이며) 원형지인 땅을 자신들이 개발하는 조건으로 30년이 됐든, 40년이 됐든 정부가 무상으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미 중국 등지에선 외국 기업 유치 때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

-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친박진영 등 여당이나 야당, 충청도의 반발이 거세다."(목소리를 높이며) 그러니 이제라도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또다시 원점에서 검토하자고 하면,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솔직히 지금 세종시 전체 면적 2200여만 평 가운데 일부 공사가 진척된 곳이 20%정도다. 현 정부 처지에선 그냥 놔두면 나중에 바꾸기 어려우니까, 수정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에선 공사 발주를 우선 중단하면 된다. 그리고 정말 미래세대를 위해 제대로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말을 계속 이었다."지금 해법(을 둘러싼 논란)은 세종시를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이냐예요. 행정부를 보낼 것이냐, 안 보낼 것이냐예요. 그런데 제 생각은 솔직히 행정부처 보내려면 대전이나 공주로 보내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시간적으로도... 기업들도 이미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나름대로 혁신기업도시로 땅이 펑펑 남아돌고 있는데... 차라리 미국 등 유수의 대학도시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지 않아요?"

김 단장은 서울 강남의 예를 들었다. 그는 "정부가 서울 강남 개발을 1960~70년대에 시작했는데, 이른바 테헤란밸리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상 강남 신도시가 완성됐다"며 "강남 도시가 완성되는 데만 30년 이상 걸렸는데, 세종시가 제대로 도시 역할을 하려면 50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재벌과 관료, 정치인 중심의 막개발을 막기 위한 장치 만들어야"

인터뷰 시간이 어느새 2시간이 다 돼 갔다. 세종시 문제의 해법과 대안을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그동안 그가 풀어놓은 말 속에 들어 있었다.

그는 "50만의 신도시를 만든다며 공무원 2만 명 내려보낸다고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너무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기존의 개발방식에 따른 발상을 바꾸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오히려 세종시 논란으로 4대강 사업이나 용산 재개발 문제 등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들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다시 적어본다.

"솔직히 앞으로 최소 10년, 20년 후에나 만들어질 도시를 두고, 이렇게 온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해야 하나 싶어요. 대다수 서민이나 국민들에게 세종시 건설이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이야깁니까. 용산참사로 촉발된 각종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의 문제점을 바꾸고 시정해야지요. 이런 정쟁을 하면, 무슨 사회 부조리가 개선됩니까, 일자리가 생깁니까."

그의 시니컬한 말투는 계속됐다. 김 단장은 "당장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앞다퉈 또 각종 개발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검증이나 국민적 합의 절차 없이 일부 관료와 재벌, 정치인들에 의한 막개발 방식을 제대로 바꿔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물론 세종시 해법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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