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청약시장 급랭.. 수도권 대형단지 미달사태

2009. 12. 2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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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아파트 청약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수도권 대형 단지의 아파트 청약률이 미달되는 등 청약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내년 2월 11일로 끝나는 양도세 감면 혜택 시한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물량은 쏟아지지만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당장 내년 초부터 대량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모델하우스는 '성황', 청약경쟁·계약률은 '뚝'=23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의 김포한강신도시 자연앤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부부와 주부 등 100명 남짓한 관람객들로 붐볐다.

아내와 함께 단지 주변 지역 지도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황모(42)씨는 "서울 중심지까지 출퇴근하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먼 것 같고, 분양가도 주변 지역 시세와 비교할 때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청약을 하기에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45)씨는 "동시 분양 중인 한강신도시 아파트 모델하우스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장단점을 비교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고촌읍 신곡리에 자리한 중흥 S-클래스 모델하우스.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보다 사람들이 배 가까이 몰려 있었다. 며느리와 함께 현장을 찾은 50대 여성은 "다른 분양 단지와 비교해보니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싸서 청약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상담 직원은 "관람객 상당수가 분양가격과 향후 시세 추이에 가장 민감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모델하우스를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열기가 청약 및 계약률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날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수원 권선동에서 분양 중인 '수원아이파크시티 2차' 아파트가 1순위 청약에서 대거 미달됐다. 2014가구(특별공급 제외)에 대한 1순위 청약접수 마감 결과 1078명이 신청해 평균 0.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진행된 1차 분양에서 기록한 평균 2.7대 1의 경쟁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앞서 22일 청라지구에서 우미건설이 분양한 '린스트라우스' 주상복합 아파트 1순위 청약 역시 589가구 모집에 400건이 접수돼 평균 0.7대 1로 1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4일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주상복합 및 타운하우스 포함) 단지 28곳 가운데 46.4%인 13곳이 3순위 미달을 기록했다. 분양 아파트 절반 정도가 집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청약 미달 왜?=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청약 미달 사태를 예고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공급 물량이 일시적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수요자 입장은 '소화불량'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에 수요자로서는 많이 보고 천천히 고르고 싶은 심리와 함께 투자 가치, 즉 분양가격이나 입지 등을 더 민감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1번지 박원갑 소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로 일반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데다 그 영향이 분양시장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큰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판단을 유보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비슷한 시기에 많은 물량이 쏟아진 탓이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나 입지, 분양 가격에 따라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엇갈린다"고 말했다.

◇전망=부동산 전문가들은 불안한 청약시장이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투자성을 갖춘 단지는 청약과 계약률이 높겠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고전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도 "내년 2월 양도세 감면 혜택 시한에 맞춰서 다음달 중하순까지 물량 공급이 이어지면서 수요자 선호에 따른 청약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고병훈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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