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수마트라.. 열대림 어디 가고 잿빛 불모의 섬으로

2009. 12.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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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타버린 숲은 매캐한 냄새와 회색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나무들은 잿더미로 변했다. 마치 알 수 없는 힘이 모든 생명체를 삼켜버리는, 종말론을 다룬 영화 속 풍경 같았다. 이것은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섬인 수마트라의 실제 모습이었다. 수마트라섬의 캄파르 반도는 20여년 전만 해도 가장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가는 잘 보존된 열대우림이었다. 지구를 지탱해주는 심장과도 같았던 이곳이 불모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규모 제지·펄프·팜 농장과 인공 운하를 만들기 위해 나무가 마구 베어지고, 곳곳에서 법으로 금지된 산림방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최근 20년 새 산림파괴국 1위, 중국 미국에 이은 이산화탄소 배출국 3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CNN이 7일 보도했다.

이미 수마트라섬 숲의 85%가 사라졌고, 나머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린피스와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매 시간 미식축구 경기장 50개 규모의 면적이 사라지고 있다.

캄파르 강 연안의 텔루크 메란티 마을 주민들은 이 강에서 목욕을 하고, 강물로 이를 닦고, 여기서 잡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세계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의 부스타 마이타르는 "여기 사람들은 숲과 강이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나무로 집을 짓고, 고기잡이배를 만든다"며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들의 삶이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4대째 살고 있는 주민 유수프는 "예전부터 물고기를 잡고, 숲에서 열매를 땄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강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물도 더 탁해졌다"며 "이 숲은 우리 조상들의 유산이다. 숲이 없어지면 우리의 자존심도 사라진다"고 눈물을 흘렸다. 숲 파괴의 주범은 일자리 창출과 세금 수입을 약속하고 들어온 다국적 기업들이다. 인도네시아에 들어온 가장 큰 기업은 펄프와 제지를 생산하는 '아시아 퍼시픽 리소스'. 이 회사는 2만개의 일자리와 친환경적인 개발을 약속했다. 인도네시아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재정적 약속은 큰 유혹이었다.

유수프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힘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했다. 돈도 없다. 외국 기업들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한탄했다.

캄파르 반도의 토탄(土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그린피스 측은 "다국적 기업이 이곳에서 70만㏊의 면적을 농장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대서양횡단 비행기 16억대가 배출하는 양과 같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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