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세에 경매시장 위축

박일한 2009. 11. 1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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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를 통해 내집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K씨는 요즘 경매시장에서 두 번 이상 유찰된 물건이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경매물건 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서다. 그가 관심이 있는 물건은 19일 입찰 예정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아파트 102㎡로 감정가는 8억5000만원 수준. 하지만 이 아파트 시세는 국민은행 기준으로는 7억(하한가)∼8억2500만원(상한가)으로 감정가보다 2500만∼1억5000만원이나 낮다. K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경매시장에서 낙찰받은 물건이 급매물보다 비쌀 수도 있다"면서 "당분간 응찰을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세보다 비싼 경매물건 속출18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늘어나는 등 하락세가 확산되면서 경매물건 가격이 시세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19일 입찰되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45㎡의 입찰예정가는 23억원. 하지만 이 아파트 시세는 국민은행 기준 21억2500만∼23억2500만원 수준이다. 23일 입찰하는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미리 아파트 161㎡도 입찰예정가가 12억원이지만 시세는 10억9500만∼12억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디지털태인 이정민 팀장은 "최근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집값이 한창 오를 때인 올 4∼5월께 감정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다소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로 매매시장에 감정가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경매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작정 유찰 기다려선 안돼경매물건이 시중 급매물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속출하면서 유찰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입찰이 진행된 서울지역 아파트 259건 가운데 72건은 2회 이상 유찰되면서 감정가의 64% 이하로 낮아졌다. 2회 이상 유찰된 비율이 28% 수준으로 지난 9월 16%, 10월 1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낙찰률도 11월 들어 29.7%로 떨어져 올 들어 가장 낮았다.

경매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면서 '버블세븐지역' 낙찰가총액이 두달 새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11월 15일 기준 버블세븐지역 아파트 낙찰가총액은 538억8465만원으로 지난 9월 같은 기간의 낙찰가총액(1086억6260만원)보다 50.41%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경매시장이 침체됐다고 무작정 유찰되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유망물건의 유찰횟수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응찰자가 많아져 오히려 전 입찰가액보다 높아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경매시장에 나온 역세권 중소형 아파트 등 가격 상승여력이 있는 아파트라면 무작정 유찰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시세와 비교해 보고 일단 응찰하는 게 좋다"면서 "다만 부동산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보수적으로 낙찰가액을 써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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