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희망을 말하다-4부 학습부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① 절망을 희망으로.. 인천 신현중학교

2009. 11. 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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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학교' 반란… 맞춤형 방과후 수업의 힘

국민일보는 오늘부터 '교육, 희망을 말하다' 시리즈 4부를 시작합니다. 4부 주제는 '학습부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입니다. 학습부진은 대부분의 위기 학생들이 겪는 '마지막 위기'이자 모든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본보는 이에 기초학력 미달학생 밀집학교 등을 중심으로 학습부진 극복을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현장을 찾아가 학습위기 극복의 노하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4부는 매주 한 차례 수요일자에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꼴찌' 학교, 초등학교 졸업생 기피 1순위 학교…. 인천 신현동 신현중학교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수식어다. 신현중학교는 지난해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인천지역에서 가장 많아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됐다.

하지만 올 들어 신현중학교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학교 밖을 겉돌던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왔고 공부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모의 평가에서는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09년 성취도 평가 모의채점 결과에서는 과목별로 평균 100명 안팎에서 27명 수준(가채점 기준)으로 감소했다. 도대체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학업부진 원인은 방치를 조장한 환경=지난 3월 실시한 2009학년도 교과학습 진단평가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1학년 106명, 2학년 129명, 3학년 171명으로 전교생 1125명 중 36%에 달했다. 교직원들의 사이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신현중학교는 최병두(61) 교장의 지휘 아래 학업 쇄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우선 학력향상부를 만들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신현중학교는 저소득층 자녀가 300여명에 달하고 맞벌이 부부 자녀도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연립·다세대주택에서 거주한다. 학교가 인천 서구의 변두리 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서구청소년수련관 외에는 별다른 문화시설이 없고 학원이나 도서관 등도 부족했다.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게임 등에 빠져 지냈다.

◇학교에서 잡아 준다=원인 진단을 하고 난 신현중학교는 아이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방과후 학교 수업을 뜯어고쳤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하루씩 번갈아 듣는 기존 종합반 방식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떨어져 참여도가 저조했다. 이를 단과반 방식으로 변경해 학생 개개인이 취약한 과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수업도 심화반과 향상반으로 나눠 진행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맞게 수업을 선택하다 보니 학습 능률이 올랐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방과후 학교에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 지난 1학기에는 95% 이상의 학생이 참여했다.

방과후 학교 이후에는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야간 공부방(오후 6시∼8시30분)을 운영했다. 학년별로 현장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남아 지도하고 간식도 제공했다.

◇맞춤형 프로그램=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경우 공부 방법을 알려주고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학교는 이를 위해 학습효율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습치료 자격증을 보유한 외부 강사를 초빙해 학력이 떨어지는 원인을 분석하고 '핵심을 파악하며 글을 읽는 방법' '암기력 향상법' 등 실제 공부에 도움이 되는 훈련들을 실시했다.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인 T&T(Touch and Teach) 프로그램과 디딤돌 교실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하루 동안 배웠던 내용을 수업 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을 파악해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담임교사와 대학생 인턴교사가 학생 한 명을 1대 1 방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개개인의 상태를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교사부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가져야=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는 한 무용지물이다. 신현중학교는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사 인식 전환 및 긍정적 마인드 확산'을 주제로 한 연수를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담임교사에 대해서는 포상을 확대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윤병이(45) 학력향상부장은 "학교 분위기가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학생과 교사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공유했기 때문"이라며 "그 첫걸음은 교사부터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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