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일의 장식고분 박물관을 가다

2009. 11.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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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상기 기자] 1시간 만에 대한해협 건너뛰기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운젠화산

ⓒ 이상기

구마모토행 비행기는 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토요일(10월 31일)이라 그런지 좌석이 거의 꽉 찼다. 창 옆에 앉은 나는 밖을 내다본다. 콘크리트 계류장과 비행기들이 보인다. 약 10분 후 비행기는 속도를 내면서 이륙한다. 잠깐 사이에 영종도 주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후 비행기는 내륙 쪽으로 들어간다. 올망졸망한 산 사이로 주택과 도로가 보인다.

한 30여 분 지났을까. 벌써 낙동강 하구가 보인다. 곧 이어 대한해협과 쓰시마를 지나 일본 땅으로 들어선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지상의 풍경이 비교적 선명하다. 비행기는 이제 나가사키 동쪽을 지난다. 그리고는 아리아케해(有明海)와 시마바라만(島原灣)을 지나 구마모토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거대한 운젠(雲仙)화산이 보인다. 운젠화산의 최고봉은 헤이세이신잔(平成新山)으로 해발 1486m이다. 헤이세이 시대(1989~)인 1991년 거대한 폭발로 생겨나 그런 이름이 붙었다.

약 5분 후 비행기는 구마모토를 지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지가 아직은 초록이다. 이곳이 우리나라보다 남쪽이어서 아직 가을이 제대로 오지 않은 모양이다. 오전 10시 40분쯤 비행기는 아소구마모토공항에 도착한다. 아소구마모토공항은 구마모토와 아소 사이에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지방의 작은 공항으로 수속이 비교적 빨리 끝났다.

3일 내내 우리를 안내한 오쿠라 회장(오른쪽)과 시마즈 부회장

ⓒ 이상기

밖으로 나오니 벌써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연구회 회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쿠라 회장, 시마즈 부회장, 이시하라 사무국장 등은 낯이 익다. 그리고 아와타니, 다카기, 니시다, 도리츠 상은 초면이다. 이 중 아와타니 상은 이번 심포지엄의 사회자이다. 그는 구마모토 제2고등학교 교유(敎諭)로 일ㆍ한교류사가 전공이다. 교유는 우리말로 교사이다. 그는 한국어에도 능하다.

다카기 상과 니시다 상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는 사람이다. 다카기 상은 장식고분 전문가이고 니시다 상은 전방후원분 전문가이다. 그리고 가장 젊은 도리츠 상은 나의 파트너로 E-mail을 주고받았던 사람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시하라 상과 도리츠 상이 이번 행사의 주된 일꾼이었다. 이들은 야스시로 박물관 학예원으로 전공이 불교미술과 일본문화사이다. 학예원이라면 우리의 학예연구사에 해당한다.

기쿠치가와의 가을 풍경

메론집하장

ⓒ 이상기

나는 아와타니(粟谷) 교사가 모는 차에 탔다. 처음 행선지는 야마가(山鹿)시에 있는 장식고분관이다. 우리는 공항을 나와 북쪽 기쿠치(菊池)시로 향한다. 그런데 기온이 상당히 높다. 완전히 늦여름 날씨다. 이와타니 상에게 물어보니 최고기온이 28도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무들이 아직 녹색을 띄고 있다. 그렇지만 들판을 지나면서 보니 벼를 절반 이상 거둔 것 같다.

차는 기쿠치 근방을 지난다. 이상한 건물이 눈에 들어와 물어보니 메론집하장 겸 판매장이란다. 기구치가와를 끼고 있는 기쿠치와 야마가 그리고 다마나(玉名)가 농업지역이어서 쌀과 과일 등 농산물이 유명하다고 말해준다. 들판을 보니 비닐하우스가 있는 밭과 벼들이 있는 논이 보인다. 우리는 10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벼들을 다 베는데, 이곳에서는 아직도 일부 벼가 들판에 그대로 있다.

차는 기쿠치가와를 지난다. 기구치가와는 작년 2월 큐슈 북부지역 역사문화답사를 하면서 한 번 거쳐 갔던 곳이라 낯이 익다. 기쿠치가와는 구마모토현 동북지역에서 발원해 기쿠치, 야마가, 다마나 지역을 흘러 내려간다. 그러므로 이 강은 이 세 도시의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거론되는 고분과 문화유산이 모두 이 세 도시 지역에 분포한다.

일본 유일의 장식고분 박물관

장식고분관 안내 지도

ⓒ 이상기

차는 낮 12시가 조금 넘어 야마가시에 있는 장식고분관에 도착한다. 미리 연락을 해서인지 학예과장인 사카구치 게이타로(板口圭太郞)씨가 우리를 맞이한다. 시간이 되어서 먼저 점심을 먹고 박물관을 견학하기로 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는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 사이 도리츠 상이 우리에게 장식고분관에 관한 책자와 안내 팸플릿을 하나씩 나눠준다.

팸플릿에 나온 지도를 보니 기구치가와 동쪽의 고분군들 옆에 장식고분관이 만들어져 있다. 가까운 곳에 이와바루(岩原) 고분군이 있고 그 뒤로 이와바루 횡혈묘군이 있으며 더 뒤로 나가이와(長岩) 횡혈묘군이 있다. 이와바루 고분군은 간바루 고분, 츠지 고분, 요코하마 고분, 운카즈 고분, 츠가바루 고분, 시모바루 고분, 츠메즈카 고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식고분관

ⓒ 이상기

장식고분관은 전시동인 본관과 실습동인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골 콘크리트 건물로 일본 최고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자연을 담은 기하학적 건축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 장식고분관도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옥외전시장이 원형이고, 장식고분실과 기획전시실은 방형이다.

건물은 지하1층과 지상1층으로 되어 있으며, 원형의 경사로를 통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앞에 펼쳐진 이와바루 고분군을 조망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1층에 있는 상설전시실에 들른다. 기쿠치가와를 중심으로 출토된 원시와 고대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히고 고대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야마가 지역의 사적과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히고 고대의 숲에서 출토된 유물

ⓒ 이상기

그 중 인상적인 것이 기쿠치죠(鞠智城) 성터이다. < 속일본기(續日本紀) > 에 따르면 7세기 후반에 쌓은 것으로 되어 있다. 2002년 성터에 팔각형의 고루(鼓樓)를 복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간바루(寒原) 3호분에서 출토된 인골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40대 후반의 남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식고분의 의미는 알겠는데, 도상이 주는 의미는?

장식고분의 문양과 색채

ⓒ 이상기

우리는 이제 지하에 있는 장식고분실로 향한다. 그러면 장식고분이 도대체 뭔가? 내일 심포지엄에서 제대로 설명이 되겠지만 장식고분관에 왔으니 먼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장식고분이란 매장 시설인 석관과 석실에 부조나 선각, 그림 등 장식을 한 것을 말한다. 이때 그림은 기하학적 모형이나 인간의 삶과 관련된 도구와 동물이다. 그리고 이들 모형은 적색, 청색, 황색, 흑색 등으로 채색되어 있다.

이들 장식고분은 5-6세기에 축조되었으며 일본 전체에 약 700기가 있다. 그 중 60%가 큐슈에 있고, 그들 대부분은 지쿠고가와(筑後川)와 기쿠치가와 주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전체 장식고분의 30%가 구마모토현에 있다. 구마모토현의 장식고분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다이보(大坊) 고분, 오다라(小田良) 고분, 센곤코(千金甲) 고분이며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먼저 밖에 전시되어 있는 가모고 고분 석관을 본다. 석관의 덮개에는 기하학적 무늬가 있고, 벽에는 채색이 보인다. 다음에는 구마모토시에 있는 센곤코 고분을 본다. 기하학적 문양에 대개 붉은색이 칠해져 있는데, 동심원 또는 거울(鏡), 마구(靭) 등이라고 있다.

오다라 고분의 석관

ⓒ 이상기

그리고 우키시에 있는 오다라 고분을 본다. 이곳 석관 벽에 있는 문양은 센곤코 고분과 유사하다. 그런데 색이 바랜 듯하다. 석관 안은 세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사카구치 과장에게 시신이 세 구 묻힌 거냐고 물어보니, 가운데는 통로고 양쪽에 시신이 안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다마나시에 있는 다이보 고분 복제품을 본다. 이번에는 고분 안으로 들어가 가까이서 문양을 확인해 본다. 삼각형이 연결되어 이등변 사각형을 이루고 그 가운데 가끔 원이 있다. 그림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마지막에 있는 벤케이가아나 고분에는 배에 탄 말과 태양의 모양을 볼 수 있다.

배에 탄 말과 태양

ⓒ 이상기

장식고분을 여러 개 보니 장식고분의 의미는 알겠는데, 그 문양들이 상징하는 의미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왜 그들은 원, 삼각형, 칼, 사람, 말, 배를 그렸을까? 우리의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무덤의 주인공이나 생활상, 사신도 등을 그려 그 의미를 분명히 알 수 있는데, 일본의 장식고분은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옆에 있는 장식고분 전문가 다카기 선생에게 물어도 명쾌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기쿠치성 이야기에나오는 백제인

ⓒ 이상기

장식고분을 보고 나서 우리는 영사실로 가서 영화를 한편 본다. '기쿠치성 이야기(鞠智城物語) - 사키모리의 노래'이다. 백제에서 기쿠치성에 파견된 병사들의 이야기로 시마즈 선생 말마따나 거짓말이다. 그러나 형식은 3D영상으로 최신의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를 본 후 우리는 1층 복도를 지나 2층으로 이어지는 경사로를 따라 간다. 경사로가 원형으로 되어 있다. 360˚ 한 바퀴를 돌면 한 층 위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이게 바로 안도 다다오의 기하학적 건축이다. 전망대에서 보면 북쪽으로 '히고(肥後) 고대의 숲' 속에 펼쳐진 고분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 숲에는 장식고분도 있고, 전방후원분도 있고, 횡혈묘도 있다.

장식고분관에서 바라 본 고분군

ⓒ 이상기

숲 전체를 조망하고 우리는 장식고분관 밖으로 나온다. 잠깐 고분군 지역으로 가보니 목각 동물들이 잔디밭에 세워져 있다. 이곳을 하니와노 동물원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이곳 장식고분관에는 체험관도 있어서 불 피우기, 도자기 만들기 등도 할 수 있다. 요즘 박물관은 전시뿐 만 아니라 체험과 실습을 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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