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金'] 30년째 귀금속 도·소매업 이만기 장로의 재물론

2009. 11. 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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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금은보화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물질의 복은 하나님의 방법대로 누려야 한다"며 그 돈을 자기 품에서 내려놓았다. 그에게 재화는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한 셈이다.

29일 찾은 서울 돈의동 이만기(55·신성교회 장로) '비손쥬얼리' 대표의 사무실은 허름하다 싶을 정도로 소박했다. 책상과 컴퓨터, 낡은 4인용 소파가 전부였다.

"고객들이야 매장으로 가고, 이곳은 저를 찾아오는 손님들 정도라…."

담담하게 그가 말했다.

이 대표는 1980년 결혼과 함께 직장에 사표를 쓴 뒤 10만원의 자금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시계와 귀금속류를 함께 파는, 당시 흔히 볼 수 있던 금은방이었다. 그는 서울신대를 나와 전도사로 일하던 용미자씨와 결혼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서 목회자들도 할 수 없는 사역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월급쟁이로는 이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쓰라린 실패를 맛봤고, 또 이후 몇 년은 쌓인 빚을 갚는 데 보냈다. 88년 그럭저럭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강 이름에서 따온 '비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귀금속 도·소매업을 시작했다. 비손쥬얼리는 아기 돌반지, 행운의 열쇠, 거북이 열쇠고리나 고가의 보석류 등은 취급하지 않았다. 사치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금은보화가 장롱 속에 들어앉아 있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함께하는 필수품이어야 한다고 여겼다.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그는 "내가 잘해서 사업을 키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나님이 쓰시기 위해 모든 걸 준비하셨다"고 말했다.

2003년 5월 이 대표는 사재 30억원을 들여 경기도 양주에 크리스천 문화공간 '도단'(dothan.co.kr)을 설립했다. 도단은 기독교 전문 공연장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결혼 때 부부가 한 약속이자, 그간 하나님께 드린 기도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역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 대표는 전국 26개이던 직영 매장을 지난 여름 9개로 줄였다. 돈벌이는 괜찮았지만 도단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회사 몸집을 줄이기로 결단했다.

"한창 장사가 잘되는데 접는다는 것은 기업가 마인드로는 이해가 안되는 것이죠. 그러나 저는 세상 사업이 아니라 하나님 일이 중심입니다. 이제 생명처럼 맡겨주신 그 사역을 넓힐 때가 된 것이고요."

인터뷰를 하기 1시간 전까지도 그는 도단 성경식물원 내 카페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흙을 퍼 날랐다고 한다. 이 카페는 12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최근에는 목회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중가보다 30% 저렴한 꽃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 도단을 교회 사역자들의 세미나나 회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 봄부터 숙박 시설도 지을 예정이다. 물론 비영리 사업이라 '돈'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도 꾸준히 적자다. 그러나 사역에는 적자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게 재물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묻자, 이 대표는 바로 성경 전도서 6장 2절을 펴 보였다.

"물질적 축복을 받았어도 그걸 누리지 못하면 악한 병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의 부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나를 위해 쓰려고 하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고 결국 헛된 것이 되고 맙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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