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하락 논쟁 3] 소득 대비 가격 높다 vs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선 매번 '집값 거품론'이 떠돌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기간에, 얼마나 올라야 거품으로 부를 수 있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문제는 적정 가격을 어떻게 산출하느냐다. 지금으로서는 국내총생산(GDP), 연소득, 선진국 가격 등 지표와 비교해 판단할 뿐이다. 만약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급등, 급락을 예상하기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격 변동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는 근거는 바로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PIR(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는 4.3배로 나타났다. 서울의 PIR는 이보다 훨씬 높은 9.7배다. 선진국 대도시인 뉴욕(9.3배), 샌프란시스코(9.5배), 도쿄(9.1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최근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이 발표한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 결과도 소득 대비 높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보여줬다.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2.6% 상승한 반면 서울의 가구 소득은 겨우 4.9% 상승했다.
설문조사 결과 사실상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높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이처럼 소득 대비 집값이 높은 경우 추후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국내 집값은 2000년 들어 급상승해 PIR가 이미 도쿄를 넘어섰다. 소득에 비해 오를 수 있는 집값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울 강남권 등 아파트 가격이 차별화되는 지역을 제외하면 향후 집값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향후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의외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혹은 '국지적으로 상승 여력이 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왜일까.
첫째 소득 수준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소득은 주택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임대료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임대료는 주택 재고량, 가구 수 등의 영향을 받으므로 PIR만으로 국내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종선 한서대 겸임교수 역시 "베트남 하노이의 경우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수준인 데 반해 하노이 최고급 주택의 3.3㎡당 가격은 1000만원에 육박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2만달러인 만큼 최고급 주택 3.3㎡당 가격은 2억원이 돼야 한다는 웃지 못할 결론이 난다"고 했다.
수도권과 지방 가격 달리 봐야
두 번째 근거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97년과 2006년 사이 주요 국가 주택 가격 상승률을 보면 국내 주택시장은 38.4% 상승에 그쳤지만 아일랜드는 252%, 영국은 292% 미국은 100% 상승했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참여정부 때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 덕분에 세계적인 집값 급등기에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의 집값 상승에 그쳤을 뿐더러 지난해 하반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버블세븐 지역의 거품이 상당히 제거됐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상승률뿐 아니라 절대적인 가격에서도 아직 선진국 도시에 못 미친다는 통계도 있다.
끝으로 통계 이면에 숨어 있는 집값 양극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공급이 넘쳐나는 지방의 경우 집값은 적정가격보다 더 하락할 수 있지만, 잠재수요가 항상 대기하고 있는 강남권역은 신규 공급이 제한돼 집값 상승 여력을 단순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고은 기자 chungk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9호(0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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