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맛집④] 등산객 유혹하는 관악산 맛집

방수진 2009. 10.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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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방수진]

관악산은 관악구· 금천구·과천시·안양시 4대 권역에 걸쳐있고, 산세는 험한 편이나 도심에서 가까워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가파른 바위지대에서 평탄한 능선까지 다양한 산길이 있어 마니아층이 적지 않다. 4050 수도산악회 기순자 대장과 서울대 교수산악회의 정영목교수, 서울대학교 미식동아리 '스누미'의 추천을 받아 사당 · 안양 ·과천 ·서울대 입구 등 주요 등산로의 맛집을 속속들이 뒤져봤다.

■ 사당역 들머리

'원조 부산오뎅'

'사당동 오뎅집'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겉모습은 선술집 같지만 가게 안을 들어서면 단란한 오뎅바(bar)의 느낌을 받는다. 긴 타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중간에 놓여 있는 어묵꼬치를 원하는 만큼 꺼내서 먹으면 된다. 빙 둘러앉아 먹다 보면 모르는 이와도 자연스레 말이 오가기 쉬울 터.

최명순(46)사장은"이 곳에서 '눈 맞아' 결혼한 커플도 있다"며 웃으며 말한다. 어묵은 직접 부산에서 사오고, 육수는 광목에 다시마 · 무 ·멸치 ·새우 등을 넣고 우려낸다. 육수가 짜지면 재료와 물을 넣어 일정한 농도로 맞추는 것이 "15년 째 같은 맛을 내는 노하우"다. 어묵은 치즈 ·오징어· 버섯 등 종류가 많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떡시미'라고 불리는 소힘줄꼬치는 단골들이 꼽는 '완소(완전 소중)'메뉴. 말랑하면서도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다. 매콤짭쪼롬한 국물은 후루룩 들이키면 속 안이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어묵과 함께 김이 솔솔 나는 정종을 함께 마시는 것도 좋다. 복어지느러미를 정종 위에 띄운 뒤, 불에 태워 마시는 '히레정종'이 많이 팔린다. 복어지느러미의 향이 알코올 냄새를 잡아 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도전해 볼 만하다. 이곳의 주문방식은 다소 특이하다. 어묵 1인분을 먹어야 다른 메뉴(구이·전)를 시킬 수 있다. 어묵 4개와 유부주머니(당면과 채소가 들어간 것) 1개를 1인분으로 친다. 평일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어묵을 씹으며 추억을 되새기고, 주말에는 하산 후 따끈한 국물에 몸 녹이고자 찾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어묵 1인분 5000원. 히레정종 4000원. 4호선 사당역 5번 출구 관악등기소 뒷편. 02-3474-9937.

'전주전집'

등산객들 사이에서 '개념 맛집'으로 통하는 전집. 신세대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손님들이 찾는다. 지글지글 전 지지는 소리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골 장터' 분위기가 난다.

인기메뉴는 각종 전을 모두 맛 볼 수 있는 '모듬전'. 돈저냐(동그랑땡) · 깻잎전 · 동태전 · 두부전 · 새송이버섯전 · 호박전 등 30개의 전이 그릇에 고루 담겨 나온다. 국산 돼지의 허벅지살을 다진 후 당근 · 쪽파 · 소금 · 후추 등을 넣어 오물조물 버무려 지져 낸 돈저냐(동그랑땡)은 대학생들도 즐겨찾는 메뉴. 깻잎에 돈저냐를 싸서 부친 깻잎전은 은은한 깻잎향에 중년층의 주문이 많단다.

김현옥(50)사장은 "좋은 재료를 쓰면 뭐든지 맛있는 법" 이라며 "양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한 계란을 쓰고, 한 번 쓴 식용유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 말한다. 만들어두었다 파는 것이 아니라 주문과 함께 전을 부치기 시작하기 때문에 노릇노릇하면서도 재료의 식감이 살아있다. 계란 옷 곱게 입은 모듬전에 누룽지 막걸리 한 잔이면 깊숙하게 묵혀두었던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모듬전 1만 5000원, 누룽지막걸리 5000원. 4호선 사당역 10번 출구 근처 삼성생명건물 뒷편 골목.

■ 과천청사 들머리은지영양순대

직접 만든 쫄깃한 순대가 입소문이 나면서 등산객들의 신흥 맛집으로 떠올랐다. 장미숙(58)사장이 직접 개발한 '개량순대'를 파는데, 먹었을 때 순대특유의 비릿함이 느껴지지 않고 속이 탱글탱글한 것이 특징이다.

장 사장은 "토종순대와 당면순대를 섞은 퓨전순대"라고도 한다. 은지영양순대의 간판메뉴 순대국은 해장국으로 인기가 많다. 뽀얀 국물에 순대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온다. 돼지사골을 24시간 고아 만든 육수에다 삶은 살코기와 순대를 잘라넣어 식탁에 올린다. 살코기는 생각보다 기름기가 없고 부드럽다. 담백한 국물은 텁텁하지 않고 끝 맛이 개운하다. 순대 냄새 때문에 순대국을 멀리했던 사람이라도 거부감이 덜할 듯.

김치를 만들 때 쓰는 양념장은 10년 간 꾸준히 이사장이 직접 만들어 쓴다. 필요한 양만 즉석에서 묻혀 내 놓는 '겉절이 김치'인데,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고 매콤하면서도 알싸한 마늘의 맛이 순대국과 잘 어울린다. 돼지뼈가 듬뿍 들어간 감자탕은 단체 손님에게 인기 메뉴.

순대국 6000원. 감자탕 2만2000원(3인기준). 과천뉴코아백화점 뒤 신한은행건물 1층. 02-502-1512.

과천 하이트광장

95년에 개업해 15년 간 등산객들의 쉼터로 사랑 받는 곳이다. 주말이면 이곳 저곳에서 "위하여~"를 외치며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등산객이 주고객이다 보니 가게 곳곳에 등산 관련된 물품이 전시되어 있다. 가게를 들어서면 먼저 오른쪽에 놓인 '관악산모형'이 눈에 띈다.

"관악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특별 제작" 했단다. 관악산을 오르는 여러 갈래 등산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축소시켜 놨다. 등산객들이 손꼽는 메뉴는 참나무장작구이. 닭 안에 찹쌀 ·야채 ·버섯 등을 넣고 참나무에 한 시간 반을 노릇노릇 구워 내 놓는 것이다.

이태리 향신료인 바질과 오레가노를 넣어 만든 소스를 완성되기 10분 전에 발라주는 것이 맛의 포인트. 닭 육수가 적절하게 베어 든 찹쌀야채밥을 먼저 건져 먹고, 닭고기는 머스터드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면 된다. 밥과 닭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어 등산객들이 식사로도 많이 찾는단다. 한편, '등산객의 열혈응원자'인 이지복 사장(49)은 등산객만을 위한 특별이벤트를 마련했다. 오는 11월 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가게를 찾은 등산객에게 맥주를 무제한 무료 제공하는 행사다.

참나무장작구이 1만 6000원. 4호선 과천종합청사역 11번 출구 앞. 02-504-6802.

■ 안양유원지오리대가

등산 동호회 해산식과 뒷풀이 장소로 알맞은 집이다. 오리고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오리코스요리가 많이 팔리는데, 생오리로스 · 양념주물럭 ·유황훈제 · 영양죽 · 잔치국수 · 팥빙수 등이 순서대로 나온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오리고기로 입가심한 뒤, 고춧가루 ·파 ·마늘 · 생강 · 물엿 · 까나리액젓 등 으로 매콤달콤하게 버무린 양념주물럭을 먹는다.

곁들여 나온 겨자소스에 살짝 찍어 매콤함을 달랜다. 유황훈제는 부추를 밑바닥에 얕게 깔고, 참나무 숯불에 구운 유황오리를 얹어 데워 먹는 요리로, 오리고기에 부추향이 은은하게 베어 씹을수록 쫄깃하고 향긋하다. 오리뼈와 한약재를 넣어 삶은 물로 만든 영양죽과 잔치국수로 식사를 하고 팥빙수로 마무리하면 된다.

오리코스요리 5만 5000원(4인기준). 안양예술공원 공용주차장 앞. 031-471-5279.

남씨네 가마솥 순두부

안양유원지 음식점거리의 터줏대감. 박동순(56)사장이 매년 문경에서 사온 국산 햇콩으로 몽글몽글한 순두부를 만들어 낸다. 청국장도 빼놓을 수 없는 간판메뉴. 청국장 먹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청국장을 시키면 얼갈이된장무침· 오이지· 가지무침 ·호박나물 등이 담긴 접시와 보리밥이 나온다.

넓게 편 보리밥 위에 각종 나물을 조금씩 얹고, 고추장을 듬뿍 퍼 쓱삭쓱삭 비벼먹는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식감과 고소한 청국장 맛이 이색적이다. 청국장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따로 먹어도 된다. 맛이 순해 자칫 심심하고 밍밍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다. 순두부 6000원, 청국장 6000원. 안양예술공원 공용주차장 100m 직전. 031-471-0588.

가마솥 소머리국밥

올 4월 개업한 새내기 음식점. 평촌에서 11년 간 순대국밥을 판 이효숙(51)사장의 노하우로 담백한 소머리국밥과 해장국을 내놓는다. 두 개의 큰 가마솥으로 진한 육수를 우려낸다. 국내산 소의 사골과 머리뼈, 잡뼈를 넣어 푹 고아 육수를 만드는데 한 입 떠먹어보면 생각보다 깔끔한 맛에 놀란다.

이사장은 "인삼 ·황기· 대파 등을 넣어 잡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 말한다. 소의 머리고기로 고명을 올려 내는데, 몰랑몰랑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식감이 재미있다. 제철 과일과 다진 마늘·고춧가루 등이 들어간 특제소스에 살짝 찍어먹으면 더 맛있다 . 오후 서 너시면 등산객들의 후루룩 국물 마시는 소리로 가게가 가득 찬다. 소머리국밥 6000원, 해장국 5000원. 안양예술공원 공용주차장 직전 30m. 031-471-8252.

■ 서울대 입구

토담

으리으리하거나 고급스러운 음식점 분위기는 아니지만, 통나무로 만든 의자와 식탁이 주는 정겨운 분위기로 인기가 높다. 등산객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순두부찌개 백반이 많이 팔린다. 다시마 · 무 · 양파 · 멸치 · 새우 · 대파 · 마늘 등으로 뽑아 낸 육수에 순두부와 다대기를 넣고 부글부글 끓여낸다. '장수누룽지백숙'은 김외순(49)주방장의 필살기. 엄나무 · 밤 ·대추· 인삼 등을 닭 뱃속에 넣고 찹쌀을 밥솥 밑에 깐다. 자연스레 베어 나온 닭 육수로 고소한 찹쌀 누룽지 죽을 만든다. 깔끔한 음식 맛도 좋지만, 외부에 나와 있는 식탁에서 신선한 산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순두부 5000원, 장수누룽지백숙 3만 5000원(3~4인). 서울대 정문 앞 관악산 공용주차장 끄트머리. 02-888-7262.

성민양꼬치

서울대 맛집탐방동아리 스누미의 강추맛집. 주위에 더러 양꼬치집이 보이지만 유독 이 곳만 새벽까지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하얼빈 출신 조선족이 만들어내는 '한국식 양꼬치'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등산객들의 하산주 장소로도 부상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편안한 분위기도 인기에 한 몫을 한다. 호주산 어린양의 고기만을 취급하며, 청도맥주 · 고춧가루 · 들깨가루 · 소금으로 만든 특제소스를 빈틈없이 발라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는 것이 비결.

양꼬치 7000원(10개),청도맥주 4000원. 서울대 입구역 2번 출구에서 우회전 후 직진 200미터. 02-877-2106.

방수진 기자 [fomay@joongang.co.kr]▷ [등산로 맛집 ①] 산악인들이 즐겨찾는 북한산 '별미' 맛집 [등산로 맛집 ②] 등산동호회 뒤풀이 장소 한 자리에 [등산로 맛집 ③] 산악회장이 추천하는 북한산 맞춤형 코스 [등산로 맛집④] 등산객 유혹하는 관악산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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