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명가 ②] '밥도둑' 간장게장 맛집 비결 따로 있다

박상언 2009. 10.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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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박상언]

프로간장게장(서울 서초구 잠원동)

식당에 들어서면 먼저 가격에 놀라게 된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 '간장게장 70,000원'이란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 있어서다. 간장게장 한 접시에 두 마리의 꽃게가 담긴다.

이집 서백자 사장은 "기본적으로 원가가 많이 들어요. 알이 가득한 봄게(봄에 잡힌 게)만을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요즘 잡히는 가을게는 한 접시에 5만원이에요. 크기가 작아서죠. 모두 국산인데, 수입산에 비해 몇 배 비싸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짜다기보다 오히려 달작지근한 장맛과 입에서 녹는 듯한 살의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서 사장은 날마다 게장을 담근다. 접장에 매일 새벽 갖은 해물을 넣고 끓인 육수, 대파·마늘·양파 등 양념을 혼합해 다시 끓여 꽃게에 붓는 방식을 세 차례 반복한다. 그리고 섭씨 0~4도의 냉장고에 4~5일 숙성시킨다. 02-543-3529.

원앙식당(전남 여수시 교동)

여수 시내에서 알아주는 간장게장 백반집. 1998년 문을 열었지만 깔끔한 모양과 정갈한 맛으로 적지않은 단골을 만들어냈다.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도 한몫 한다. 간장게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몸통이 10㎝ 내외인 돌게다. 여기에 양조간장과 함께 물·설탕·물엿·매실·감초·월계수잎·생강·양파·대파·청양고추 등 10여 가지의 양념을 섞어 3시간 정도 끓인 양념장을 붓는다.

이후 하루 걸러 간장을 따라낸 후 다시 끓이는 것을 3회 반복한다. 이렇게 해야만 게에서 나오는 비린내를 없애고, 텁텁하지 않은 맛이 난다고 한다. 원앙식당에서는 봄과 가을에 잡힌 돌게만을 사용한다. 여름에는 허물을 벗고 알을 몸밖에 저장하는데다 비브리오 패열증 위험까지 있고, 겨울에는 게들이 동면에 들어가기 때문이란다.

게장은 일주일에 두 번 담그는데, 한 번에 약 100㎏ 정도 된다. 6000원짜리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남도음식답게 무려 열 여덟가지의 반찬이 식탁을 가득 메운다. 주 메뉴인 먹기 좋게 다듬어진 돌게장은 작은 대접에 담겨 나온다. 모자라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다. 포장판매나 택배도 가능한데 3㎏·5㎏ 단위로 ㎏당 1만2000원이다. 061-664-5567.

인동주마을(전남 목포시 옥암동)

꽃게장에 대표적 남도음식인 삼합을 곁들였다. 이름하여 '게장삼합'이다. 이 집의 꽃게장에는 다른 곳과 달리 간장을 끓일 때 인동초 꽃이 들어간다. "게의 비린내를 없애 뒷맛이 개운하기 때문에 넣는다"고 우정단(58) 사장은 설명한다. 2001년 인동초꽃게장을 개발한 우 사장은 올해 전라남도 목포음식 명인 1호로 지정됐다.

간장에는 물도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양파·무·생강·물엿 등을 이용해 간장의 짠 맛을 조절한다. 노란 알이 밴 봄게만을 사용, 하루에 100㎏씩 담근다. 게장삼합은 꽃게장 외에 돼지수육·홍어 등이 포함됐으니 밥반찬이라기보다 술안주에 가깝다. '밥도둑'과 '술도둑'이 함께하는 셈이다.

이에 맞춰 우 사장은 인동초를 이용한 탁주도 개발했다. 탁주는 인동주, 맑은 약주는 평화주라 이름지었다. 보기에도 인동초꽃의 노란 빛이 먹음직스럽다. 어른 4명이 먹을 수 있는 게장삼합 한 상에 4만원이다. 꽃게장을 추가하면 2만원, 돼지수육과 홍어는 각각 1만원을 더 받는다. 061-284-4068.

둥지가든(충남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직접 양식한 참게로 게장을 담근다. 2년생으로 게딱지 길이는 10㎝ 내외다. 명노환(62) 사장이 지난 1995년 국내서 처음으로 참게 양식에 성공했다. 2000년엔 참게게장을 상품화하면서 택배와 함께 150석 규모의 식당을 개업했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 납품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게장을 담그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간장에 약간의 마늘만 넣고 끓여 부어주면 된다. 대신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장을 다시 끓여 붓는 것을 6~7회 반복하면 완성이다. 명 사장은 무엇보다 숙성 과정을 강조한다. 김치도 덜 익으면 풋내가 나듯 참게장도 비린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바닷게로 게장을 담그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 이유는 장이 게의 몸 속에 쉽게 스며들지 않아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보름 내외의 바닷게와 달리 보존 기간이 1년 이상이나 된다. 힘들게 만들어진 만큼 몸값도 만만치않다. 게장백반 1인분에 1만5000원. 주문과 동시에 밥을 지어 전통 사기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여행을 겸해 현장을 찾는 것도 좋고, 택배를 통해 집에서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격은 2㎏에 14만원(택배비 포함). 041-943-0008.

> > 3편에 계속

박상언 기자 > > 백년명가 시리즈 더 보기 [백년명가 ①] 6000원 vs 3만 5000원, 간장게장 '몸값'의 비밀 [백년명가 ③] 집에서 간장게장 맛있게 만드는 방법 [백년명가 ④] 냉동보관하는 알배기 꽃게장이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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