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명가 ①] 6000원 vs 3만 5000원, 간장게장 '몸값'의 비밀

박상언 2009. 10.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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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박상언]

한국 식탁의 주인은 밥이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인은 누천년 밥을 주식 삼아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밥이 식탁에서 밀려나는 느낌이다. 형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밥상 앞에 앉는다'고 한다.하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우리는 밥 대신 반찬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불고기·갈비·찌개류·탕류 등 종류도 많다. 간장게장도 그 중 하나다. 아직 '직위'는 밥반찬이지만 간장게장이 식탁에 올려지면 '게장백반' 으로 이름이 바뀐다. 주객전도다. 간장게장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여염집에서 봄·가을 살이 오른 게를 이용해 간장게장을 담가먹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메뉴가 그렇듯 간장게장도 식당을 통해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한 접시에 몇 만원을 호가하는 게 있지만 몇 천원짜리도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간장게장이 품은 비밀의 세계로 들어가봤다. 3만5000원 vs 6000원

'밥·도·둑'. 입맛을 돋우어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반찬을 일컫는다. 그렇다고 어느 것이 '진짜 밥도둑'이라고 내세우기는 쉽지 않다. 계절·컨디션·입맛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과 더불어 가을철에 어울리는 '밥도둑'은 단연 간장게장이다. 다른 반찬 없이도 게장 한 접시면 '밥 한 그릇 뚝딱'이기 때문이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 한 술에 알맞게 간이 든 게살 한 점, 얇게 썬 마늘 한 조각, 그리고 매콤한 청양고추 한 조각 을 올려 먹어보면 안다. 노란 알이 붙어있는 게딱지에 밥 한 술을 넣고 쓱쓱 비벼 먹어보면 왜 밥도둑인지를 더 쉽게 알 수 있다.

간장게장용 게는 가을게(가을에 잡은 게)도 좋지만 봄게(봄에 잡은 게)를 최고로 친다. 겨우내 동면을 하며 체력을 비축한 게들이 덩치가 커지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어서다. 특히 암컷은 산란을 앞두고 몸에 알을 가득 담고 있어 더욱 맛나다.

간장게장을 담그는 방법은 지역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싱싱한 게에 양념을 곁들여 끓인 간장을 부어 숙성시키면 된다.

차이점이라면 사용하는 게의 종류다. 서해안과 서울 등에서는 주로 꽃게, 여수 등 남해안에서는 갯벌에서 흔히 잡히는 돌게를 사용한다. 하천을 끼고 있는 내륙에서는 강에서 잡히는 참게를 이용하기도 했다.

또 있다. 가격이다. 그런데 차이가 꽤 크다. 꽃게 간장게장은 마리당 가격을 매기고 돌게는 1인분에 얼마 하는 형식인데, 크게는 10배 이상 벌어진다. 꽃게 간장게장은 서울 유명 음식점에서 일반적으로 마리당 2만원 내외고, 3만5000원짜리도 있다. 반면 돌게 간장게장은 1인분에 6000원, 3000원 받는 곳도 있다.

게의 몸값 때문이다. 5~6월에 잡히는 꽃게의 경우 ㎏당 3만원 내외다. 1㎏에 2~3마리로 원가만 한 마리에 1만원 이상이란 계산이 나온다. 반면 돌게는 12~13㎏ 들이 상자로 거래된다. 보통 1㎏에 10~15마리 정도니 한 상자에 150마리 내외가 들어있는 셈이다. 시세는 봄에 10만원 내외, 가을에는 6만~7만원선이다.

꽃게 간장게장 한 마리에 3만5000원을 받는 프로간장게장(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서백자(67)사장은 "우리집 꽃게는 서산 등 서해안에서 잡는 국산만 사용한다. 잡히는 양이 많지 않아 값이 수입산에 비해 몇 배나 비싸다. 그러니 파는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손님들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 찾아오신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수 여객선터미널 근처에 있는 원앙식당에서는 게장백반을 6000원 받는다. 물론 돌게로 만든 게장이다. 그런데 입 안에서 흩어지는 게살의 양이 다소 적을뿐 맛은 꽃게 간장게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집 배순이 사장은 "간장게장은 돌게로 담근 것이 최고다. 꽃게장은 제대로 담그지 않으면 비린내가 나고 살이 무르지만 돌게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한 까닭은 경쟁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한 식당이 1인분 5000원의 '게장백반'이란 메뉴를 내놓기 전까지 돌게 간장게장은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곤 별로 찾는 이가 없었는데, 이 식당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수 시내에 게장백반을 내놓는 집이 많이 생겼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올라가는 법. 재료인 돌게 가격이 따라서 상승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로의 눈치를 보게 됐고, 최근에야 재료비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해 1000원 올렸다고 한다.

> > 2편에 계속

글·사진=박상언 기자 > > 백년명가 시리즈 더 보기 [백년명가 ②] '밥도둑' 간장게장 맛집 비결 따로 있다 [백년명가 ③] 집에서 간장게장 맛있게 만드는 방법 [백년명가 ④] 냉동보관하는 알배기 꽃게장이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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