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자동차, 남편이 고쳤어요

2009. 9. 29. 14: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정현순 기자]

녹슨 자동차

ⓒ 정현순

조금은 울퉁불퉁하지만 나름대로 감쪽같이 수리된 부분

ⓒ 정현순

"와 정말 새 차 됐는데. 아주 훌륭해. 카센터 갔으면 적어도 십만 원 정도는 들었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늘(26일) 저녁에 칼국수 살게."

남편은 활짝 웃으면서 "우선 임시로 해놨으니깐 만약 옆에 것이 떨어지면 그땐 완벽하게 다시 해줄게" 한다. "음 이만해도 난 진짜 만족해" 하곤 차를 한번 쓰윽 쓰다듬어 주었다.

이주일전쯤의 일이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운전석을 열고 차의 먼지를 앞뒤로 돌면서 털기 시작했다. 조수석 앞부분의 먼지를 털 때 그곳의 녹슨 부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며칠은 되었나보다. 언제 떨어졌는지도 몰랐다. 아무리 오래된 차라고 해도 그렇게 속살이 드러나니깐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은 오래 전부터 금이 나 있었다. 왜, 언제 그랬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른다. 어쨌든 금이 간 곳이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게 된 것 같다. 떨어진 부분에 비가 와서 습기가 차니깐 녹이 나게 되었고 그때야 내 눈에 띄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정비센터에 가면 족히 십만 원 이상은 나올 것 같아 괜스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남편한테 며칠 전부터 그 부분을 고쳐달라고 했다. 하지만 재료를 사와야 한다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비가 오고 난 후 그 부분이 더 빨갛게 녹이 났고 옆 부분이 자꾸만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난 남편에게 "내 차 그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점점 녹이 번지고 있어. 이왕 고쳐 줄 거면 빨리 고쳐줘. 이번 주 안에 안 고쳐주면 카센터에 맡긴다. 그렇지 않으면 확 일 저질러버려"하며 반 협박을 했다. "알았어. 알았어. 이번 주말에는 꼭 고쳐줄게" 했다.

그런데 차 고치기 2~3일 전에 친구가 그런 내 차를 보더니 "얘 여기 좀 봐라. 이러다 다 떨어지겠다. 이번 기회에 차 바꿔라" 한다. 난 "고쳐서 더 써야지. 바꾸기는"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은근히 화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게 진작 고쳐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 도구들

..

ⓒ 정현순

내 목소리가 조금은 커진 것을 느낀 남편은 얼른 연장을 찾아들고 자동차부속품을 파는 곳을 갔다 온다고 하면서 급히 집을 나섰다. 얼마 후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새로 사온 '빠데'라는 것이 들려있었다. 돌아온 남편을 보니 조금은 미안해졌다. "그것만 있으면 고칠 수 있는 거야?" "응 고칠 수 있어. 내가 새 차 만들어줄게. 걱정 마" 주차장으로 나간다.

'새 차는 무슨 새 차. 보기 싫은 흉터만 없어져도 감지덕지이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한참 후 베란다로 밖을 내다보니 남편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미안한 생각에 나도 밖으로 나가봤다. 녹슨 부분을 깨끗하게 밀어내고 그 위에 하얀 석고 같은 것을 발랐다. 그리곤 햇볕에 말려야 한다고 했다. 몇 시간은 말린 것 같다. 상처 난 부분이 깊었고 겉까지 말라야 하니 꽤 오래 걸렸다.

남편은 "아닌 게 아니라 카센터에 갔으면 제법 돈을 달라고 했겠는데" 한다. "재료비가 얼마 들어갔어?"하고 물었다. "모두 1만3000원"한다. 수리비 참 싸게 먹혔다. 그날은 햇볕이 아주 좋아 잘 말랐다. 잘 마른 위에 차 색깔과 똑같은 색깔의 스프레이를 뿌려주었다. 마치 기술자처럼 익숙하게 뿌린다. 난 "언제 이런 거 해봤나봐. 아주 잘 하네"하니 신이 난 남편은 "그럼 내가 안 해본 것이 어디 있어"하며 으쓱거린다.

몇 번을 연거푸 뿌린 스프레이는 차와 똑같은 색깔을 내면서 잘 말랐다. 남편은 "에이 똑같아야 하는데 조금 울퉁불퉁하다. 다음에 하게 되면 잘해줄게" 한다. "왜 해봤다면서" 하니 남편은 껄껄 웃는다.

울퉁불퉁해도 좋다. 빨갛게 녹슨 부분이 나름대로 말짱해졌으니. 수리비도 싸게 들고 집에서 수리를 했으니 정말 기분이 좋다. 고마운 의미에서 난 남편에게 "만두 한 접시 더 시킬까?" 하니 좋단다.

"오늘 진짜 수고 많았으니깐 맛있게 드셩!" [☞ 오마이 블로그][☞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