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10주년, 미국으로 건너간 저주의 실체

2009. 8. 25. 15: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양기승 기자]

영화 < 그루지 3 > 포스터

ⓒ Ghost House Pictures

누군가 강력한 원한을 가지고 죽게 되면 저주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 저주는 죽음의 장소에 머무르게 된다. 그 저주와 마주친 자들은 모두 저주의 분노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즉, 그 죽음의 장소에 들어간 것 자체만으로도 저주를 받는다. 이것은 '주온'에 대한 설명이다. < 주온 > 시리즈는 매 시리즈가 시작할 때마다 이러한 문구로 주온의 저주에 대해 언급한다.

이 주온의 저주가 부활했다. 2009년으로 10주년을 맞이한 < 주온 > 시리즈는 이미 상반기에 < 주온 : 원혼의 부활 > 로 이를 기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주온의 부활은 좀 더 특별하다. < 주온 > 이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여름, < 주온 > 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 < 그루지 > 가 그 세 번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주온 : 원혼의 부활 > 에 이어 2009년 하반기 공포를 책임질 카야코와 토시오가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완벽하게 미국으로 건너가 저주를 퍼붓는다. 바로 8월 27일 개봉 예정인 영화 < 그루지 3 > 다.

미국으로 건너간 저주의 실체

일본의 한 가족 몰살로 인해 생긴 강력한 저주. 그 저주의 실체가 일본을 벗어나 미국 시카고로 건너갔다. 일본에 있는 저주의 집을 방문한 바 있는 그 누군가를 쫓아 미국까지 건너오게 된 것이다.

시카고의 낡은 아파트를 관리하며 사는 리사는 듬직한 오빠, 병든 여동생과 함께 지낸다. 그러나 숨쉬기조차 어려운 여동생이 계속 어린 소년을 본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아파트의 주민들도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에 미묘한 느낌의 일본 여인 나오코가 아파트를 찾아오고, 리사는 아파트에 살던 한 아이가 기괴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까지 들으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것도 잠시, 리사는 토시오를 보게 되면서 아파트 전체에 저주가 서려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라진 공포, 단지 부활하고 싶었던 저주의 실체

영화 < 그루지 3 > 는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을 맡고,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총지휘를 맡은 작품이다. < 주온 > 시리즈에서부터 < 그루지 2 > 까지,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책임졌던 시미즈 다카시가 < 그루지 3 > 에서는 손을 떼고 지휘만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 그루지 > < 그루지 2 > 에서 동양형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그 저주를 미리 경험했던 사라 미셀 겔러도 떠났다. < 그루지 3 > 는 이렇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감독으로 재무장한 영화다.

그 결과, < 그루지 3 > 는 대체로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일본 저주의 집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그 곳을 벗어나 미국 시카고로 건너간 것도 신선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설정 자체가 전작들과는 다른 느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포와 완성도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설정 자체는 신선하지만, 그 외의 공포영화로의 기본적인 공포가 약한 편이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깔끔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사라진 공포 속에서 저주의 실체가 마치 재기를 꿈꾸기 위해 성급히 모습을 드러낸 듯한 느낌이다.

기나긴 상황 설명 속에서 사라진 공포

영화 < 그루지 3 > 의 한 장면

ⓒ Ghost House Pictures

영화에서 공포 자체가 약한 이유는 호흡이 짧은 데에 있다. 분위기를 조성하고 충분히 관객에게 공포를 선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급히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이다. 모든 공포 장면이 짧고 무척 많은 부분이 절제되어 있다.

< 주온 > 에서부터 < 그루지 > 까지 공포 장면의 호흡이 짧은 것은 익숙한 패턴의 연속이다. 공포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매 시리즈는 확실하게 절제된 공포를 선보였다. 그러나 < 그루지 3 > 는 너무 많은 부분을 절제한 듯 싶다. 그래서 공포를 느끼기도 전에 장면이 전환된다.

또한, 공포가 약한 이유는 기나긴 상황 설명에도 요인이 있다. < 그루지 3 > 는 공포 속에 드라마가 있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에 공포가 있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 그만큼 드라마에 더 치중한 모습이 역력하고, 그만큼 공포보다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 더 치중한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구구절절 이야기를 이끄는 데에 드는 힘과 시간이 많다. 왜 상황 속 주인공들이 아파트를 떠날 수 없는지, 왜 리사는 남자친구와 시카고를 떠나려고 하는지에 대한 내용 그리고 병든 여동생을 지켜야하는 남매의 애절한 상황 설명까지 지나치게 긴 편이다.

그러다가 보니 설명이 길어 공포의 호흡이 끊기고, 공포의 횟수는 현저히 적다. 드라마가 탄탄한 공포영화의 경우는 상황 속의 공포를 이해하게 되어 결말이 슬픈 공포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 그루지 3 > 는 여기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드라마와 공포, 이야기의 흐름 모두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감독이 주는 < 그루지 3 > 의 새 매력은 신선하다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영화 전체를 바라봤을 때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과 설정의 연속으로 식상함을 안겨준다. 시작은 신선한데, 그 이후부터는 식상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가령, 낡은 아파트가 저주를 받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주인공이 두려움에 떨게 된다는 설정은 얼마 전에 개봉한 공포영화 < 에코 > 와 비슷하고, 강력한 혼령의 빙의로 인해 가족들을 해치려고 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실화 바탕의 2005년작 < 아미티빌 호러 > 와 비슷하다.

< 그루지 3 > 가 어디에서 어느 부분이 비슷하게 나타나는지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걸칠 필요는 없다. 관객이 보고 식상함을 느꼈다는 것 자체만으로 영화는 지루하게 느껴질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은 공포를 떨어뜨리는 데에 한몫을 하게 되고, < 그루지 3 > 가 아쉽게 느껴지도록 하는 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 주온 > 10주년, 완벽하지 못한 할리우드판 저주의 실체

< 그루지 3 > 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특히 < 주온 > 10주년이 되는 해에 개봉한 것도 아쉬울 따름이다. < 그루지 3 > 속의 저주의 실체는 미국으로 건너가지 말아야 했다. 혹은 더 강력해진 힘으로 무장하여 등장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9년 상반기에 개봉한 < 주온 : 원혼의 부활 > 도 아쉬움이 많았지만 10주년 기념작이라는 데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 그루지 3 > 는 < 주온 : 원혼의 부활 > 이 지녔던 아쉬움까지 달래주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 그루지 3 > 에 매력을 느끼는 관객들은 많을 것이다. 비디오판 < 주온 > 에서부터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 그루지 > 시리즈까지, 저주의 실체인 카야코와 토시오의 매력이 공포영화 마니아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 그루지 3 > 에서는 훌쩍 커버린 토시오와 곱고 예뻐진 카야코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CGV 단독으로 오는 8월 27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