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지어봐야 손해"

박일한 2009. 8.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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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A씨는 광진구 구의동 지하철 역세권의 부지 278㎡에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을 하려고 수익성을 계산해 보고 사업을 포기했다. 사업성을 따져본 결과 3.3㎡당 1700만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하고 설계비와 건축비, 각종 세금 등을 합치면 총 비용은 21억6700만원가량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해당 용지의 용도에 따라 5층 높이로 17㎡짜리 원룸 16가구를 지어 가구당 시세 기준인 1억1000만원 수준으로 분양해도 총 4억원 이상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서민주택 공급 확대와 전세난 대책으로 적극 추진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서울지역에서는 땅값이 비싸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많은 사업자가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을 추진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다세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위에서 언급한 A씨가 광진구 구의동 역세권에서 땅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는다면 적자지만 34.75㎡짜리 다세대 주택을 8가구 짓는다면 오히려 3억5500만원가량의 수익이 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으려면 기존 다세대 주택의 지분을 더 쪼개야 하는데 개발 호재가 없는 곳에서 쪼개기를 많이 하면 3.3㎡당 분양가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오히려 수익률은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기존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을 헐고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수익성을 문의해 오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수익성이 낮아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땅값 연초대비 30%이상 급등 '사업성 악화'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유망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역세권의 높은 땅값이 사업성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토지컨설팅 전문기업인 투모컨설팅의 강공석 사장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도심 재개발 활성화를 강조하고 역세권 고밀도 개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서울 대부분 지역의 땅값이 1년도 안돼 20∼30% 이상 올랐다"면서 "땅값이 특히 비싼 역세권 중심으로 공급해야 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은 그에 따라 사업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모컨설팅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의 유망 공급대상지로 꼽히는 관악구 일대 역세권은 땅값이 3.3㎡당 2000만∼3000만원, 강남권은 3000만∼5000만원, 중랑구 일대는 2000만∼3000만원에 달한다.

한 중견 건설사는 최근 관악·강남·중랑구의 2종 주거지역 중 대표적인 사업 후보지 6곳을 골라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후보지별로 3.3㎡당 땅값이 관악지역은 1800만원, 강남지역은 2200만원, 중랑지역은 1400만원 수준이 돼야 7∼9%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이 사례는 부지면적이 1500㎡ 정도 이상에서 100가구 이상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어 공급할 때의 경우다. 이보다 더 작은 규모의 땅에서 공급 가구 수도 적다면 사업성은 더욱 떨어진다.

■주차장 규제 등 제도 보완해야전문가들은 따라서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을 하려고 새로 땅을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임대수익 등을 고려하고 기존의 보유했던 땅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건축 전문업체 수목건축의 서용식 대표는 "도시형 생활주택 관련 세미나를 열 때마다 500여명이 찾아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대부분 200㎡ 안팎 부지를 소유한 땅주인이 이를 활용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 땅을 사서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을 하는 '개발형'은 사실상 어렵고 기존의 보유 토지를 활용하는 'PM(Private Management)형'이 현실성이있다"고 분석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제도를 처음으로 정부에 제안한 관악구 최병진 건축과장은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맞는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사업자들이 사업성을 확보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주차장 기준을 가구당 현 0.5대에서 0.3대(원룸형)로 낮추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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