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통축 경부라인 '아직 죽지 않았다'
'철도교통이 투자지도를 바꾼다.'
대량수송, 녹색연료, 막힘없는 질주 등으로 철길이 미래 도시 교통을 책임지는 시대가 왔다. 철도는 기존 전철, 경전철, 대심철도, 고속철도 등으로 분화되고 있으며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세계인의 노력이 배가될수록 도시 교통의 대동맥은 '기차'가, 실핏줄은 '자전거와 경전철'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여러 논란에도 친환경 주거단지를 위해 무매연, 무소음의 경전철은 결국 경기 용인시를 필두로 의정부, 김포, 광명 등에서 뒤따를 것이다. 인천 지역에서 시작될 슬림형 도시철도도 실핏줄 간 소통에 동참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경전철, 자전거길 등은 투자지도에 굵은 선을 긋지 못한다. 그들의 성격 자체가 투자 마인드를 떠난 '슬로 라이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개통될 용인 경전철과 2013년 개통 예정으로 추진 중인 김포 경전철이 투자시장에 아무런 미풍도 불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투자는 속도와 비례한다. 속도가 빠를수록 돈의 회전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빠르게 달릴 지하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 광역급행철도)와 지상 KTX가 많은 투자자를 싣고 새로운 교통축에 다가서면 지역이 요동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 교통축 변신이 수도권 중심축인 경부, 경의, 경인, 제2경부라인 도시에 어떤 영향을 줄까.
동판교·동탄 등 경부축 도시 뜬다
개발축이 많다고 해서 경부축의 오랜 중심, 강남의 아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상권이 강해진 탓에 주거지대가 상업지대나 최소한 주상복합지대로 변신해 먹을거리가 여전히 풍부한 탓이다.
그러나 더 이상 강남은 옛날처럼 쾌적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지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해진 외곽 주거지대와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마무리 작업으로 번잡한 '동판교'는 '조경공사'와 '신분당선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강남권을 위협하며 다른 지역보다 먼저 그들을 추월할 것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에다 강남보다 빠른 철길로 무장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신도시가 될 것으로 우려했던 '동탄'은 대심도 철길과 첨단녹색도시 '동동탄' 탄생으로 일시에 모든 이의 우려를 떨쳐버릴 기회를 잡고 있다. 철도에 의해 탄생하는 교통축은 먼저 기점과 기점을 성장시키고 그 다음에 중간 지점을 부흥시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외곽 기점은 가장 빠르고 크게 영향을 받는데 외곽지대의 그 넓은 땅 모두를 배후지로 두기 때문이다. 핵과 핵의 중간지점이 어디일지 아직 모르지만 판교와 광교 사이에서 분당, 광주, 수원, 용인의 연결고리인 용인 수지구나 기흥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속철은 천안, 아산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미풍도 발생시키고 있지 않다. 하지만 비싼 사회간접자본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고속철 역세권을 그대로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조만간 고속철 역세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그 기점인 '고속철 광명역세권'은 서남부의 판교가 될 것이다. 광명-천안-대전-대구-부산이 새로운 경부축이 될 뿐 아니라 '광명-서수원-오산-평택항'으로 이어지는 남서축의 시발점이자 지역이 크게 변하고 있는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부천시, 안양시, 시흥시, 인천시의 연결고리로 그만한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제2경부축'에선 하남·세종시 주목
서하남-세종시를 잇는 '제2경부고속도로'는 굴곡노선에다 새로운 배후지가 없는 탓에 기존 경부선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점인 하남 지역은 자체적인 도심 재개발, 풍산·미사지구, 대학 유치 등이 어우러져 하남 역사상 최대의 호기를 맞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기점인 '세종특별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막대한 국민의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행정기능에서 탈피해 대학도시, 연구도시, 생명과학도시, 저탄소녹색도시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 세종시 철길의 관문인 조치원을 '원주·제천-홍성·당진'과 경부축 간 교차로로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
화정-일산-교하-문산으로 이어지는 '경의축'은 동탄-파주 간 제1호 GTX의 바람을 타고 올라와 중단선에 막혀 더 이상 뻗지 못하는 기세를 '양주, 옹진' 등 인근 동·서 지역으로 흩뿌릴 가능성이 높다. GTX 2, 3호 노선은 아직 멀리 남아 있는 일이고 제1호선같이 막강한 투자지대를 지나는 노선이 아니기 때문에 완공 후 직접 피부로 느끼기 전에는 별 미동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인축'은 철길이 아니어도 기존 육상도로나 건설 중인 '아라뱃길'이 새롭게 탄생하는 거대한 배후지 송도-청라-영종-김포 등을 주변에 두고 통과한다. 철길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아도 향후 투자지도에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다.
오산 저층 주공 등 낡은 중소형 단지 유망
위에서 살펴본 빠른 철길은 그 속도만큼이나 신속하게 여러 기회들을 가져다준다는 특색이 있다. 하지만 자금력이 풍부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빨리 왔다 어느새 사라질 투자안을 따라잡을 여유가 없다. 위험을 감수하며 신속하게 낮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100% 무위험 자산에 투자해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투자에 실패해 자금이 잠긴 상태에서 이를 만회할 다른 자금이 또 없기 때문이다. 단기간 여러 번 낮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장기간 한 번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세후 수익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 새로 탄생하는 교통축의 내부 지역에 있거나 다른 지역에 소재하면서, 언제 될지 모르지만 물리적 연한으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는 '낡은 중소형 아파트'가 안전하다. 오래돼 비가 샐 가능성이 있는 최상층이나 해가 들지 않아 곰팡이가 필 수 있는 북서향 아파트만 주의하면 별다른 위험요인도 없다.
유명한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제외하고, 별로 소리 소문도 없는 아파트들은 개발 계획이 확정돼서야 비로소 기대가치가 시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광명역세권에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가장 빠르고 크게 영향 받을 '광명시 하안동주공', 새로운 정남축과 남서축이 만나는 '오산 지역 저층 주공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GTX의 경기 남부 중간 부분이자 분당선과 용인 경전철이 만나는 '기흥구 소형 저층 아파트', 상암-고양-파주의 연결고리 '고양시 오래된 중소형 저층 아파트', 경인축의 관문 '온수역세권의 낡은 저층 아파트', 잠실 롯데·장지 문정·성남 재개발의 중심에 있는 '수정구 신흥주공아파트'도 괜찮다.
언제 될지 모를 리모델링이 아니어도 판교와 광교의 중간에 위치해 희소성이 있는 '수지 지역 소형 아파트', 광교신도시 주변 대학가에 위치하는 오래된 주공아파트, 아라뱃길 접근성이 양호한 '검암지구 아파트' 등에 관심을 기울여 휴일에 답사를 다니다 보면 새롭게 변신할 인기축상에 소재하는 '실수요와 투자를 겸비한 내 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 coreits@naver.com]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16호(09.07.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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