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GTX)①정거장 줄여 속도 높인 '파리 광역전철'
- `프랑스 파리 광역급행전철 RER 탑승기`
- 수익성 확보, 광역교통통합기구 필요
[프랑스 파리=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스따시옹 오베르(Station Auber)."프랑스 파리 광역급행전철 `에르에에르(RER: R'eseau Express R'egional) A`가 `샤를 드골 에또역`에서 출발한 지 2분. `오베르(Auber)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스피커에서 짤막하게 흘러나왔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철 출입구 앞에 섰다.
파리의 지하철의 출입문은 수동으로 작동된다. 내리는 사람이 파란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식이다.
지하철이 멈추고 버튼을 누르자 문이 거칠게 열렸다. 출근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었다. 인파에 묻혀 기차 환승을 위해 발을 옮겼다.
◇ 유러피언 익스프레스..프랑스 파리 RER을 타보니
RER은 현재 경기도와 민간건설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심도GTX와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환승에 중점을 두고 일반 지하철과 비슷한 깊이(지하 20~30미터)에 놓여져 있다. 보통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계단을 이용해서 역 입구에서 플랫폼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돼 있다. GTX와 닮은 점은 광역급행철도망이라는 점이다.
RER의 환승시스템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승은 같은 역에서만 이뤄지지만 RER은 인근 지역의 다른 역과 지하공간이 연결돼 환승할 수 있다. 오베르 역 역시 오페라(Opera)역과 하우스만 세인트 나자레 역 등과 도보로 환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파리 지하철 `샤를 드골 에또`역 내부 모습. 파리지하철 요금은 1.8유로(약3200원). 파리시 구간내에서는 동일하다. 단 파리시를 벗어나 광역권에서는 요금이 구간별로 차등 적용된다. 지하철 발권 시스템은 여전히 구식이어서 국내 지하철이 예전에 쓰던 종이 승차권을 이용해야 한다. |
세인트 나자레역까지는 5분가량을 걸어야 했다. 세인트 나자레역에서 `RER E` 노선으로 갈아탔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RER E선은 RER A에 비해서는 쾌적하다.
일반 파리 지하철과는 달리 RER은 파리와 파리 외곽 주거지역을 연결하는 광역교통시설이다. 때문에 정거장간 거리가 상당히 길다. 파리를 동서로 잇는 메트로 1호선의 역은 24개이지만 같은 구간의 RER A의 역은 7개에 불과하다. 정거장 수를 줄여 열차의 속도(시속 53㎞)를 높인 게 RER의 특징이다.
때문에 RER A선의 종점이자 파리 5대신도시 중 하나인 마르네 라 발레(Marne La Vallee)역에서부터 도심 오베르 역까지 RER을 이용하면 35분 가량이면 족하다. 자동차로는 1시간 걸리는 거리다.
▲파리 RER 노선의 열차는 대체로 낡은 편이다. RER E선에서 운행하고 있는 2층 전동차의 모습 |
열차 안에서 만난 안느(32세)씨는 "직장이 파리 도심에 있어 평소 RER을 자주 이용한다"며 "RER을 이용하면 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편안하게 도심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광역급행전철인 `에르에에르(RER)`이 처음 놓여진 것은 지난 1969년. 정확히 40년이 됐다. 때문에 열차와 지하철 역사 내부는 우리나라 지하철에 비해 상당히 낡았다.
특히 파리 지하철은 상당히 무덥다. 최근 들어 30도가 넘는 고온이 빈번해 졌지만 예전에는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아 에어컨이 설치된 열차는 거의 없다.
▲ 파리 `샤를 드골 에또` 역 승강장 내부 모습. 막 RER A 노선 전동차가 역 내부로 들어오고 있다. |
파리의 지하철은 깨끗함과도 거리가 멀다. 온갖 낙서가 지하철 역사 벽을 장식하고 있으며 어떤 곳은 지린내가 날 정도로 불결하기까지 하다. 물론 완공된지 얼마되지 않은 RER E 선 등은 깨끗한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파리시민들은 광역급행전철 RER을 신뢰하고 있다. 파리의 어떤 교통수단도 현재 RER과 같이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 파리 지하철 운영의 중추..STiF와 RATP
프랑스 파리의 교통망은 실질적으로 국가가 담당하고 있다. 시민들의 발이 되는 대중교통수단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맡아 운영할 공적 기구를 일찍부터 설치한 것. 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STiF(The Syndicat des Transports d'Ile-de-France)다.
▲프랑스 파리 RER 노선도. 총 5개 노선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도심이 확장됨에 따라 필요에 따라 지하철 노선을 연장하는 식으로 철도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
STiF는 실질적으로 `일드 프랑스(파리 광역 도시권역)`의 교통정책의 수립 및 조정에 대한 종합적인 권한을 가진 기구다. 파리의 지하철과 RER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의 운영주체인 셈.
총 14개 노선의 지하철(380개 역, 221㎞)과 5개 노선의 RER, 1만8417㎞에 달하는 버스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STiF에는 파리교통공사(RATP)와 프랑스 국철(SNCF-IDF), 민영버스협회(OPTILE)가 속해 있다.
STiF의 수입은 주로 교통세와 운임이다. 작년 한해 동안 사용된 예산 74억 유로 중 이들 항목의 비중이 각각 41.6%씩을 차지했다.
STiF 내에서 가장 큰 조직이 바로 RATP다 1949년에 설립된 공기업인 RATP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복합교통수단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STiF 예산 중 49.3%가 RATP에 배정돼 있다. RATP는 현재 파리 지하철 전 노선과 RER 2개 노선, 간선철도망 TRAM 및 일부 버스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기준 총매출 40억7500만유로(한화 약 7조3000억원), 순이익 1억2500만유로(약 2250억원)을 기록했으며 총 4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거대기업이다.
◇ GTX..수익성 제고, 광역교통통합기구 마련 `과제`
RATP가 운영하고 있는 RER 2개 노선은 수익성 면에서도 파리의 여느 지하철 노선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115㎞ 구간에 하루 평균 170만명 통행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GTX사업이 비슷한 거리에 하루평균 100만명 통행을 예상하고 있는 것만 봐도 해당노선의 경제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RER A노선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RER B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상당히 많은 시민들이 RER을 이용하고 있지만 철도를 운영하는 기업이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RATP는 여전히 수입의 부족분을 국가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RATP가 해결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이런 수익성 제고 문제는 GTX 역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파리의 도로 정체는 서울보다 더 심각하다. 구도심의 도로는 그리 넓지 않은 데다 도로를 확장하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
또한 프랑스의 STiF와 RATP는 GTX와 같이 광역철도망을 구축하려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광역철도망을 구축키 위해서는 이를 총괄할 수 있는 강력한 통합교통행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GTX사업의 경우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도권처럼 광역교통시설이 아직 부족한 경우에는 초기의 STiF와 같은 강력한 추진력 및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기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광역철도망 구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심 재집중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RER과 같이 빠른 속도를 가진 대중교통망이 설치될 경우 대도시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ATP RER A 노선의 기술담당 책임자인 프랑소와 마자르씨는 "도심 재집중화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면서도 "(재집중으로 인한 문제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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