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아중중 교감 김판용씨.. 문 닫는 학교 사진에 담아 추억한다

2009. 7. 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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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사회를 보는 창이자 문화의 모태입니다. 기록도 거의 없이 하나 둘씩 문을 닫아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김판용(49) 전북 전주 아중중 교감은 6일 그동안 돌아본 초등학교들을 떠올리며 긴 숨을 쉬었다. 김 교감은 올해 3월 일선 학교로 옮기기 전까지 6년 반 동안 도교육청 연구사로 일하며 시골의 스러져가는 학교, 폐교 직전 학교들의 모습을 수첩에 적고 카메라에 담았다.

"최근 5년내 전북에서만 폐교된 학교가 300여곳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더욱 마음 아팠던 것은 이들에 대한 자료나 기록이 대부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이후 "내가 한번 이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시골 학교를 찾고 또 찾았다고 한다. 교실과 운동장을 돌아보고 아이들과 선생님은 물론 주민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모았다. 그렇게 발품 판 원고와 사진들은 한 달에 한 번 도교육청 소식지에 '작은학교 이야기'로 담겼다. 벌써 54차례나 연재됐다.

1955년 천막교실로 시작한 정읍 백암초등교는 한때 700명이 넘게 다녔지만 지금은 14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며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이 수채화처럼 그려졌다. 외땀 섬 속에 있는 군산 비안도초등학교엔 올해 1명의 입학생도 없었지만 운동장에서 뛰노는 맑은 눈의 아이들이 렌즈에 담겼다.

"학생들이 걸어오는 것만 봐도 좋아요. 또래끼리 얘기하는 모습만 보아도 정이 넘치죠."

김 교감은 그동안 찍은 사진을 추려 4일부터 군산에 있는 커피전문점 산타로사에서 '시간의 향기, 학교'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있다. 따뜻한 눈길로 앵글에 담은 수천 장 가운데 18개 풍경이 애잔함을 전해주고 있다. 아쉽게도 이 가운데 3분의 1이 영원히 문을 닫았다.

"폐교는 막을 수 없는 추세죠. 그러나 무작정 문을 닫기보다는 시골학교를 특성화시켜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는 아토피 학생들의 치유공간으로 거듭난 진안의 조림초등교를 예로 들었다. "그처럼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의 소리가 다시 크게 울리는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학교만의 숙제가 아니고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힘이 모아져야만 가능합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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