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참 좋은 교회학교 현장] (8) 서울 창동 염광교회 장애인부

2009. 6. 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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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 사랑엔 차별 없어요

2000년 9월 장애인 아동 5명과 교사 10명이 예배를 드리기 시작해 지금은 장애인부서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성장한 교회가 있다. 장애인 교회학교에 출석하는 학생만 180명인 서울 창동 염광교회(최기석 목사)는 해마다 장애인 사역의 영역을 넓혀가며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담임목사의 마인드가 성장의 비결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예배드리고 활동하는 데 익숙한 교회 만들기가 이유였다. 지난달 31일 장애인부 산하 어린이 사랑부 예배 현장을 들여다봤다.

◇참여하고 축복하는 예배="선미(가명)야 어서 와. 오늘 옷이 너무 예쁘네." "안녕, 어서 와. 어? 팔이 왜 그래. 다쳤구나. 많이 아프지?" 어린이 사랑부 예배실 입구에는 학생을 맞는 교사들의 인사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인사뿐 아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안기도 하면서 온몸으로 환영한다. 지적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 주로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교사들을 보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팔을 벌리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학생과 교사 비율 1대 1의 '1인 1교사제'를 운영하는 어린이 사랑부는 학생들이 예배실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교사와 학생 간 밀착 시스템을 유지한다. 예배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함께 자리에 앉아 하나가 되어 예배에 임한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예배 시간이 많다. 장애 특성상 가만히 앉아 있거나 집중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에게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해 특송과 헌금 시간 등은 직접 참여토록 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헌금 바구니를 들어야 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찬송을 불러야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어린이 사랑부 남경호(50) 부장은 "낯을 많이 가리던 장애아들이 교회에 나오면서 자신감이 늘었다"며 "교사와 함께 참여하는 예배를 통해 대인 기피증도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예배 시작에 앞서 중고등부 비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이 인도하는 찬양 시간에는 문자 그대로 '몸찬양'을 드렸다. 학생들은 껑충껑충 뛰기도 했고 의자 위에 올라가 찬송과 율동을 따라 하기도 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오세요/하나님은 당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나오길 원하십니다." 어린이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찬송을 간절한 마음으로 불렀다.

공동기도와 '축복의 말씀' 시간은 어린이 사랑부 예배의 독특한 순서다. 공동기도 시간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공동기도문을 읽는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예배를 기쁘게 받아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기도는 그동안 나올 수 없었던 교회에 나와 예배하고 교제하는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기도문이다. '축복의 말씀' 시간엔 자신의 이름을 넣어 읽는 축복 메시지를 접한다. 농인부를 담당하는 이상록(38) 목사는 "축도뿐 아니라 축복의 시간을 첨가한 것은 장애학생들을 격려하고 힘을 주기 위해서"라며 "축복의 말씀을 통해 학생과 교사 모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공과공부 시간 역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평소에는 한국장애인연구소에서 나온 '시청각 입체 신앙 공과 시리즈'나 만화공과 '예수님을 알고 싶어요' 등을 이용하지만 특별한 주제가 있는 주일에는 만들기 등을 추가한다. 성령강림주일을 맞은 이날 학생들은 '성령님이 계신 내 모습 꾸미기'에 나섰다. 성령이 오신 장면을 여러 가지 색깔의 한지로 표현했다. 예배 시간 내내 앉았던 의자를 전부 치우고 그룹별로 둘러앉아 만들기에 열중했다.

◇교사들의 헌신이 크다=1인 1교사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헌신이 관건이다. 염광교회 장애인부 소속 교사들은 대부분 지원을 한다. 특수교육 전공자보다 아마추어가 많다. 그래서 더 열심히 봉사한다. 교사활동 기간도 장기 봉사자가 많다. 교사 오종현 집사는 "장애학생들을 돌보며 드리는 예배가 쉽지는 않지만 기쁨과 보람은 크다"며 "순수한 학생들의 신앙과 마음을 발견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사랑부의 경우 36명의 학생을 위해 50여명의 교사들이 나선다. 모두 녹색 앞치마를 두르고 예배를 드린다. 침을 흘리거나 눕는 아이들, 용변 처리 등 예배 시간에 생길 수 있는 돌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남학생은 남성 교사가, 여학생은 여성 교사가 맡는다. 어떤 교사는 예배 시간 내내 눕고 움직이는 학생과 함께 씨름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장애 정도에 따라 교사 2명이 맡기도 한다.

교사들의 헌신은 예배 전 교사모임부터 시작된다. 예배 시작 40분 전부터 모여 찬송과 기도, 말씀 등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이상록 목사는 교사들에게 "학생들 안에 있는 답답함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며 "예배 시간 내내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기적인 교사 교육은 장애인부 활성화의 동력이다. 1년에 두 차례 교사교육을 실시한다. 장애인 봉사자 역할과 자세, 발달 장애인 이해와 돕기, 응급상황 발생시 처리 요령 등을 주로 익힌다. 교회가 예장통합 교단에 속해 있어 예장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가 펴낸 '발달장애인부 매뉴얼'과 '총회 발달장애부 교사대학' 등의 교재를 사용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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