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관리업체, 우리가 왜 못바꾸나?"

2009. 2. 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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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대전 유성구 반석마을 8단지 아파트 전경

ⓒ 심규상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비용은 우리가 내는 관리비에서 지불하는데, 왜 주택공사가 맘대로 관리업체를 결정하나?"

대전 반석마을 8단지 국민임대아파트(유성구 반석동) 주민들이 아파트 관리업체를 바꾸기 위해 5개월째 주택공사 측과 씨름중이다. 주택공사가 지은 국민임대아파트의 경우 주택관리공단이 관리를 맡기도 하지만, 주택공사가 직접 업체를 선정해 관리를 맡기기도 한다.

'제멋대로' 아파트관리소, 바꾸려 했지만...

이 아파트는 지난 2005년 11월 첫 입주 당시 주택공사가 선정한 업체가 줄곧 아파트위탁관리를 하고 있다. 입주 이후 3년여 동안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파견한 관리소장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입주 당시 부임한 관리소장은 가족의 이름으로 경비용역회사를 차린 사실이 드러나는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다 2007년 말 교체됐다.

지난해 1월 두번째 관리소장이 부임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파트 부녀회는 지난해 10월 주민 서명을 받아 주택공사 측에 관리업체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새 관리소장이 부임하자마자 아파트의 제반 사항을 결정하는 임차인대표자회의에 소속된 동대표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임금인상을 요구해 아파트 관리직원 1명을 퇴사 시키는 방식으로 관리직원들의 급여를 인상했다. 더구나 소장의 경우 별도의 판공비까지 받고 있음에도 근무를 태만히 해 부녀회에서 문제제기까지 이어졌다.

관리업체 변경위한 '비상대책위' 구성

지난 해 10월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교체를 요구하는 반석마을 8단지 주민들의 서명지. 입주세대의 약 70%(약 500여세대)가 서명했다.

ⓒ 심규상

당시 임금인상액은 소장과 시설관리과장이 각각 50만 원, 경리주임 27만 원, 시설반장 30만 원. 이에 따라 소장과 시설관리과장의 월 임금은 각각 300만원(인상폭 20%, 판공비 20만원 포함)과 250만원(인상폭 25%)으로 인상됐다.

부녀회 측은 "이 때문에 월 130만 원을 받던 시설기사는 퇴사해야 했고, 입주민들은 관리비를 1.49% 인상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부녀회는 아파트 관리업체 변경을 요구하는 입주민 500여 세대(전체 세대의 약 70%)의 서명을 받아 주공측에 제출했다.

하지만 주택공사측은 지난해 11월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가 관리소장을 교체하고 임금을 인상 전 수준으로 되돌리자 같은 달, 위탁관리 계약기한이 만료(수탁관리 시한 11월 13일까지)됐음에도 재입찰 공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당시 임금인상은 동 대표들의 자발적인 결정이며, 관리소장이 임금인상을 요구한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근무태만 건의 경우 사실관계가 불분명했다"며 "게다가 노인회 등에서 관리업체 변경에 반대를 표명해 업체를 변경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택공사 "객관적 여론으로 보기 어렵다"?

반석마을 8단지

ⓒ 심규상

이에 입주민들은 주택공사가 관리업체 측 얘기만을 믿고 주민 의견을 묵살하고 위탁관리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재입찰 공고마저 하지 않는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임차인대표자회의'로 전환하고 지난해 12월 말 동 대표를 비롯해 통장 등과 가진 연석회의에 관리업체 교체의 건을 상정했다.

임차인대표자회의는 이날 회의에서 11명(위임1명)의 참석자 중 7명이 관리업체 교체에 찬성하자 주택공사 측에 관리업체 변경을 재차 요구했다.

주택공사 측은 1차 회신을 통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끌다 임차인대표자회의의 거듭된 요청에 다시 '회의록'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사측이 최근 밝힌 입장은 '관리업체 교체 불가'다.주택공사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규약을 검토해본 결과 임차인대표자회의는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해 상정 안건에 대해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며 "회의록을 검토한 결과 참석자 중 임차인대표자회의 구성원인 동대표는 6명으로 이중 과반수인 3명만이 관리업체 교체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민들 대다수 요구에도 귀 닫은 주택공사

주택공사 측은 입주민 70%이상의 관리업체 교체를 요구하는 서명 안에 대해서는 "부녀회 회원들이 각 세대와 아파트단지를 돌며 서명을 받은 것이어서 객관적인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차인대표자회의 임원들과 주민이 관리업체 변경안을 거부하는 주택공사를 성토하고 있다.

ⓒ 심규상

이에 대해 임차인대표자회의 한지덕 부회장(회장 권한대행)은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회의개의시 과반수 출석 조항만 있을 뿐 의결정족수를 정한 규정은 없어 실질적인 의결권한은 각 세대원들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미 주택공사 측에 입주민 70%이상의 서명이 담긴 관리업체 교체 요구 서류를 전달했는데도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시간을 끌다 불가입장을 밝히는 것은 관리업체를 교체하지 않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임차인대표자회의가 아닌 각 세대원에게 주고 있다. 따라서 '관리업체 변경안'의 경우 입주한 각 세대의 의견이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지태진씨는 "입주민 70%이상이 서명한 요구안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주택공사의 처사에 할 말을 잃었다"며 "입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주택공사가 자기들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이 아파트는 주택공사가 조성한 국민임대아파트로 642세대가 입주해 있다. [☞ 오마이 블로그][☞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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