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 '서대회무침' 요건 몰랐지?

2009. 1. 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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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김영주]

여명이 밝아오던 지난 6일 여수 중앙동 시장. 상인들이 시장길 곳곳에 화톳불을 피워놓고 목청껏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다. "자아~, 서대 물메기 붕장어 고등어. 한 무더기에 만원!"

이날 새벽 위판에 나온 물건들이 성황을 이루지 않았지만 그래도 '미항 여수'의 겨울 갯것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겨울에는 물메기, 장어. 술 묵은 담날 해장국에는 최고지라." 요즘 '서대는 많이 나오냐?'는 질문에 영광상사의 오순심(50) 씨가 딴청을 부린다. "서대는 사시사철이지라. 근데 겨울에는 많이 안 잡혀. 그래도 고기는 찬물이라고, 겨울에 얼큰하게 주물러 논 서대무침이 별미 중에 별미지!"

여수의 도매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앙동시장에 나온 '생물' 서대는 사실 많지 않았다. 4~5kg 한 사장에 4만5천원. 하지만, 한 상자에 수십 마리 정도 담겨 있어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구이나 찜용은 살이 두툼해야 하지만, 회무침용 서대는 작은 것일수록 더 맛이 난단다.

상인들은 "큰 넘은 냉동 중국산이 가능성이 많다"며 요즘 나오는 "잘잘한 서대를 뼈째 썰어 묵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중앙동시장에서 돌산대교 가는 방향으로 나오면 '풍물시장'으로 불리는 여수 서시장이 있다. 수협 위판장과 도매시장을 거친 갯것들이 소비자와 만나는 소매시장이다.

중간쯤 들어서니 한 아주머니가 바구니에 서대를 산처럼 쌓아놓고 무 썰듯이 잘잘하게 썰고 있다. 웬일인지 바구니에 담긴 서대는 고유의 검붉은 색이 아니라 맑은 우유빛, 아침 햇살을 받아 상아빛을 낸다.

"서대 뱃가죽에 붙은 비늘은 칼로 긁어내고, 등쪽에 있는 껍질을 벗겨 내믄 이렇게 말간 서대가 돼" 서시장에서 30년 넘게 좌판을 벌이고 있다는 박연례(55) 씨는 정말 기계처럼 서대회를 다듬는다. 껍질을 벗긴 서대는 어른 손바닥을 절반만한 크기인데, 머리 부분과 꼬리 끝부분을 잘라내고 위아래 지느러미를 손질한 다음, 무채만한 사이즈로 칼질한다.

박씨는 손질한 서대를 1kg씩 봉지에 담아 1만원을 받는다. 이 한 봉지의 서대를 회무침으로 만들면 어른 5인분은 너끈하다고 한다.

여수시내 식당의 서대회무침 가격은 1인분에 1만2천원 정도. 이에 비하면 무척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가정주부가 생물 서대를 사서 이처럼 손질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집에서 회무침을 해먹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단다.

"서대는 시큼달큼하게 무쳐야 제 맛이여. 식초, 설탕, 고추장을 서대회하고 무친 다음에 채소를 넣어서 다시 비벼. 무시 오이 미나리 쑥갓 배…인역이 알아서 갖은 양념 다해서. 맵게 묵고 싶으면 매운 것 넣고, 달게 묵고 싶으면 단 것 넣고."

여수시 교동 복춘식당의 박종업(79) 씨는 중앙동시장 부근에서 40년 가까이 서대회무침을 주 메뉴로 장사를 하고 있다.

"집에서 해먹는 것을 포구 근처 상인들이나 뱃사람 상대로 팔았제. 비법?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 맛이 그 맛이제, 별 비법이 있당가. 다른 것이 있다믄 식초를 집에서 만들어 써. 산 것으로 안 돼. 집에서 막걸리 부어놓고 한 석달 담가놔야 써."

여수의 주부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서대회무침의 맛은 '시큼달큼'. 예전엔 어느 집에서나 담가먹던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집 식초'가 이 시큼달큼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마치 중국산 색소를 풀어놓은 듯 선홍색을 띠는 '물고추 양념' 도 빼놓을 수 없다. 고추가루를 쓰지 않고, 건고추를 믹서기에 곱게 갈아 선홍색 양념을 얻어낸다.

"서대회를 썰기 전에 살짝 얼려. 그럼 회에 성성한 얼음이 붙어있잖아. 거기에 갖은 양념을 넣어 무치면 이게 깨끔하면서도 때깔이 좋아. 매콤하고 시큼한데다 차디 찬 회가 입에 들어가니까 정신이 확 들지. 입맛 없을 때 먹으면 그만이야. "

■ 서대회 식당

여수 시내에서 파는 서대회무침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달해졌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한 '관광객용'이라는 것이다. 여수 특유의 '시큼달큼한' 서대회는 한려초등학교앞 부일식당(061-652-3240)에 가면 먹을 수 있다.

중앙동시장에서 멀지 않은 구백식당(061-662-0900)과 복춘식당(061-662-5260)은 여수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식당. 서대회무침과 아구찜으로 유명하다. 또 해양공원 옆 삼학집(061-662-0261)에선서대회무침과 함께 갈치구이도 맛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대치동의 '오동도'(02-557-0580)에 가면 서대회를 비롯한 여수 갯것들이 상에 오른다. 여수 출신이 직접 요리한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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