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마 송년파티' 아시나요] 서로 '쌩얼' 본 적 있어요?.. 없으면 동료다 말을 마세요

2008. 12.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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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틀에 박힌 모임 싫을 뿐이고… 그래서 파자마 입었을 뿐이고…

… 향기나는 촛불도 샀구요 내 방에 가득 채울 풍선도 샀어요/제일 고르기 힘들었던 건 오늘 밤 입을 파자마/파자마 입고 파자마 입고 우리 오늘밤 멋진 파티를 해요….

6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서울 407호. 파자마를 입은 청춘남녀 5명이 수퍼주니어의 '파자마 파티'를 흥얼거리며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다. 곽지영(25) 송승헌(27) 송정현(26) 류혜은(25)씨와 '청일점' 김정운(27)씨. 이들은 홍보대행사 프레인에 지난 3월 입사한 동기생들로, 영어회화를 같이 공부하고 있다.

이번 송년회로 파자마 파티를 제안한 이는 '좋은 사람들' 홍보를 맡은 혜은씨. "자료 조사를 하다보니 요즘 가장 인기있는 게 파자마 파티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했죠."

지영씨는 "클럽에서 송년 파티는 여러 번 해봤지만 이런 파티는 처음이어서 기대된다"며 과일을 씻었다. 케이크를 접시에 담던 정현씨는 "잠옷을 입고 남자동료를 보는 게 어색할 것 같았는데, 신기할 정도로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주스를 따르던 승헌씨가 "남자친구에게는 남자 동기가 파티에 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하자 정운씨는 "내 여자친구도 '꼭 가야 하느냐'며 투정을 부렸다"고 털어놓는다.

간단한 파티상을 차린 뒤에는 잠옷 품평회가 이어졌다. 우연찮게 커플룩이 되어버린 지영씨와 정운씨는 동료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우리 잠옷이 제일 예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녀 동기들끼리 잠옷 입고 밤샘 파티를 한다고 했더니 엄마가 놀라시면서 '절대 안된다'고 해 설득하느라 혼났다"는 정현씨 말에 '나도' '나도'가 잇따랐다. 파티의 첫 주제는 자연스럽게 파자마 파티와 기성세대가 됐다. 그럴듯한 곳에서, 예쁘고 멋지게 차려 입고 모여야 파티를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은 정말 재미없다는 데 의견일치.

주말은 개인일정 때문에 맞추기 쉽지 않아 주초에 일정을 잡은 이들은 이튿날 오전 7시까지 꼬박 12시간을 같이 지냈다. 이들이 파자마 파티 장소로 고른 호텔은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친 개념의 레지던스(residence) 호텔로 주방을 갖추고 있어 식사도 방에서 해결했다. 어설픈 샌드위치와 라면이었지만 진수성찬 부럽지 않았다고.

사회인으로 보낸 첫해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그리고 자기 계발을 어떻게 할지 플랜도 공개했다. 연애담도 털어놓았다. 밤이 깊으면서 하나둘 하품을 했고 슬쩍 자리를 뜨는 이도 생겼지만 이야기는 이어졌다. 새벽 3시가 지나서야 잠시 눈을 붙이자는 제안에 여자 4명은 방으로 들어갔다. 정운씨를 파자마 파티에 끼워주기는 했지만 동침(?)까지는 아무도 원치 않았기 때문.

방에서는 '그녀들만의 리그'가 시작됐다. 정말 편하게 침대에 엎드리거나 누워서 첫사랑에 대한 고백, 20대의 성(性)의식 등 그동안 갈무리해두었던 속내도 드러내놓고 마스크 시트로 지친 피부도 달랬다.

이튿날 새벽 6시, 알람시계가 울리고 하나둘씩 거실로 모여들었다. 정운씨가 "동기들의 '쌩얼'을 보고나니 어렸을 때부터 쭈욱 알아온 친구처럼 느껴진다"며 껄껄 웃었다. 지영씨는 "우리가 입사해서 몇달 동안 나눈 이야기보다 어제 하룻밤 나눈 얘기가 더 많고 내용도 깊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그만큼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맞장구를 쳤다.

옷을 갈아입고 호텔방을 나서면서 이들은 "내년에도 파자마 파티를 하자"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혜은씨가 "중년이 됐을 때도 하자"고 제안하자 승헌씨가 "그때는 커플로 하자"고 받았다. 모두 박수.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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