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한자] ⑤ 日(날 일·해 일)

김철진 2008. 11. 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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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날 일·해 일)날, 해, 낮日부 0획 총 4획동그란 해를 본뜬 글자. 단단한 재료에 칼로 새겼기 때문에 네모꼴로 보이지만 원래는 둥근 모양이다. 가운데 점(?)은 흑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日자에 얽힌 이야기 >화담 서경덕,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녹문 임성주, 한주 이진상과 더불어 '조선 성리학 6대갗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가 조선 후기의 명 학자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1798~1876년)이다.

9세 때에 경서와 사기에 통달했고, 진사에 합격한 후 참봉에서 호조참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벼슬에 임명됐지만 한 번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살았다.그런 그를 고향 사람들은 '기참판(奇參判)'이라 부르며 존경했다. 이 노사 기정진 선생은 유명한 일화 하나를 남겼는데 이 일화가 '日'자와 관련이 있다.

중국에서 조선에 인물이 있는 지 없는 지를 실험하기 위해서 조선 조정에 시 한편을 보내 뜻을 물었다.

龍短虎長 五更樓下夕陽紅(용단호장 오경루하 석양홍)용은 짧고 호랑이는 길다. 오경루 아래 석양은 붉네조선 조정에서는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거듭했지만, 이 시가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장성에 있는 노사에게 사람을 보내 해석을 부탁했다. 노사는 글을 읽더니 다음과 같은 답을 써 주었다.

東海有魚 無頭無尾無脊(동해유어 무두무미무척)동해에 고기가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고 등도 없다畵圓書方 九月山中 春草綠(화원서방 구월산중 춘초록)그리면 둥글고 글씨로 쓰면 각이 졌다. 구월 산중에 봄풀이 푸르다두 글 모두 직역해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알고 보면 두 글 모두 해(日)를 표현한 것이다.

먼저 중국의 시를 해석해 보자.겨울에는 해가 용(龍)을 상징하는 진(辰)시(오전 7시경)에 떠오르므로 해의 길이(낮의 길이)가 짧고, 여름철에는 해가 호랑이(虎)를 상징하는 인(寅)시(오전 5시경)에 떠오르므로 해의 길이(낮의 길이)가 길다. 오경루는 중국에 있는 누각으로 석양의 경치를 노래한 것이다.

노사의 답시도 마찬가지다.동해에 떠오르는 해는 고기와 같은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고 등지느러미도 없다. 그림으로 그리면 둥글지만 글씨로 쓰면 각이 졌다(日)자.

그리고 중국은 오경루에 지는 석양이지만, 조선은 구월산에 새로 돋아나는 봄풀이라고 빗대 표현한 것이다.

이 이후 '龍短虎長 畵圓書方'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다.< 日月火水木金土 >日자는 동그란 해)를 본뜬 글자로 이 日자처럼 어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 글자를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한다. 상형문자는 한자 중에서도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한자로 한자의 약 15%에 해당된다.

이 日은 일주일의 첫 요일에 해당되는데 각각의 요일에 '日月火水木金土'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음양오행설에 따른 것이다. 먼저 음양에 해당되는 日과 月은 '양요(兩曜)'라고 부르고, 여기에 오행에 해당되는 '木火土金水'를 더해 '칠요(七曜)'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 七曜의 어원을 살펴 보자.日(날 일·해 일)해의 모양을 본뜬 글자다.月(달 월)초승달의 모양을 그린 데서 비롯됐다.火(불 화)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양이다.水(물 수)물이 흘러가는 모양에서 생겼다.木(나무 목)나무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양을 그린 글자.金(쇠 금)도끼나 창 따위를 만들던 거푸집 모양에서 유래했다.土(흙 토)흙을 높이 쌓아 올린 모양( )을 형상화한 글자다.< 日과 曰, 月과 月, 그리고 明 >日과 曰자는 너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우므로 반드시 구분해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日(날 일·해 일)해 모양을 본뜬 글자.曰(가로 왈)입 안의 혀를 그린 모양에서 비롯된 글자. 보통 공자의 말을 설명하는 '子曰(공자님이 가라사되)'의 형식으로 많이 쓰인다.

月(달 월)초승달 모양에서 비롯된 글자이다.月(육달월변)이 月자가 달이 아니라 肉(고기 육)자의 의미로 쓰일 때는 '육달월변'으로 읽는다. 肝(간 간), 肺(허파 폐) 등의 月자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 경우에는 月자가 왼쪽에 쓰인다.

明(밝을 명)하나만 떠도 밝은 해(日)와 달(月)이 함께 떠 있으니 더욱 '밝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김철진 기자 eagle@asiaeconomy.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nomy.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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