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찍어봐! 우리 집엔 초가집도 있어!"

2008. 11. 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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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현희 기자]

▲ 마을 공동 우물

구미시 선산읍 무을면 안곡리에는 350년된 우물이 있답니다. 지난해에 새로 고쳐 만들었는데,마을 사람들이 손수 전통 방법 그대로 만들었다네요.

ⓒ 손현희

"어! 우물이다!"

"아아, 이거구나! 이게 바로 삼백오십 년 된 우물이래."

"그런데 그렇게 오래돼 보이지 않는데?"

"맞아. 이 우물이 옛날부터 이 마을에 있었는데, 얼마 앞서 옛 모습대로 새로 고쳐 만든 거래. 여기 생태공원을 관광지로 만들면서 이것도 그렇게 만든 거지."

"아아, 그렇구나!"

350년 된 마을 공동우물

커다란 느티나무가 마을 앞에 우뚝 서서 찾아오는 이를 반기는 경북 구미시 선산읍 무을면 안곡1리,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들머리에 있는 마을회관 앞 우물이었어요. 남편은 벌써 이 마을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듯했어요.

"어르신, 이 물을 먹어도 되는 건가요?"

"암만 먹어도 돼요. 지금은 아직 공사가 덜 끝났는데, 나중에 다 되고 나면 먹어도 돼요."

"우와! 물이 꽤 깊네요?"

"깊지, 여 물맛이 얼매나 좋다고. 우리 마을이 원래 물이 맑고 깨끗하다고 소문났지!"

마침 어르신 두 분이 우물가에 나와 계시기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여쭈었어요.

마을 공동우물이었던 이곳을 얼마 앞서 새로 고쳐 만들었어요. 찰흙을 다져서 넣고, 나무로 우물 틀을 만들고 전통 방법 대로 새롭게 거듭난 것이지요.

▲ 무을 테마생태공원

여러 가지 이름난 것이 많은 무을면, 그저 농사만 짓고 살던 마을이 새롭게 확 바뀌었답니다. 바로 '무을 테마생태공원'이 새로 들어섰기 때문이지요.

ⓒ 손현희

▲ 감

안곡리 마을에도 한창 감이 풍년이었어요. 집집이 오롱조롱 달린 감이 무척 먹음직스럽더군요.

ⓒ 손현희

'무을 테마생태공원'과 '사진마을'

구미에서 선산을 거쳐 무을로 바로 가는 길도 있지만, 몇몇 곳이 생각보다 차가 많이 다니고 갓길이 좁아서 일부러 다른 길로 갑니다. 감문면 문무리 마을을 지나 산길을 넘고, 상주 옥산면 쪽으로 빙 돌아서 갔어요. 가는 길에 산골마을 풍경도 구경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정겨운 모습을 사진으로도 담고 말이지요.

"거참, 희한하네. 지난해에 청리초등학교(이오덕 선생님이 머물렀던 학교) 갈 때에도 이렇게 맞바람이 불어서 엄청 고생했는데 오늘도 그러네."

"하하하, 글쎄 말이야. 암만해도 여기는 평야라서 그런가 봐,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그나마 바람이 덜할 텐데 말이야."

날씨도 좋고, 해도 따뜻해서 자전거 타기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생각보다 맞바람이 많이 불어서 애를 먹었어요. 좋은 길 놔두고 사서 고생하며 찾아온 무을면 안곡리, 이 마을은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벌써 서너 번 지나갔던 곳이에요. 마을 앞에 커다란 못(안곡저수지)이 있어 늘 거기에서 잠깐 쉬면서 다시 길을 가곤 했었지요. 그런데 이 마을이 지난해 12월에 확 달라졌다고 하네요.

'무을 테마생태공원'이 새로 생긴 거였어요. 예부터 물 좋고 공기가 맑았던 이 시골마을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농촌문화공원사업'이랍니다. 그저 농사만 짓고 살아가는 마을이 아니라, 농촌이지만 뭔가 볼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자고 한 일이지요.

그렇게 해서 마을 사람들 힘으로 우물도 새로 고쳐 짓고, 곳곳에 멋진 볼거리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을 끝에 있는 안곡 저수지를 빙 돌아가면서 돌탑과 바람개비 공원, 솟대공원, 유채 꽃밭을 비롯해 은행나무산책길, 금강송나무길, 단풍나무산책길을 '테마산책로'로 만들어서 관광객들에게 여러 가지 볼거리와 쉼터를 마련해주었지요.

▲ 안곡 저수지

무을면 안곡리 마을 앞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어요. 낚시꾼들한테는 꽤 이름난 곳이지요.

ⓒ 손현희

▲ 넓은 들판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 이쪽은 넓은 평야가 많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곳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요.

ⓒ 손현희

또 이곳에는 지난날 언론사 사진기자로 일하던 생태사진작가 한태덕 선생이 남다른 열정으로 꾸리고 있는 '사진마을'도 있답니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본 이 마을이 마음에 쏙 들어 지난 2000년부터 들어와 살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진마을은 안곡저수지 곁에 있는 옛 안곡초등학교에다가 꾸렸는데, 그동안 선생이 찍었던 환경·생태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지요. 이밖에 마을에서 열리는 여러 가지 행사도 이곳에서 합니다.

주말엔 식구들이 있는 서울에 올라간다고 하더니, 이날엔 이 넓은 사진마을을 크고 흰 진돗개 두 마리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한 녀석이 먼저 알아보고 겅중겅중 뛰어왔어요.

짖지도 않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제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아양을 떨고 있네요. 처음엔 목줄도 없는 큰 개가 뛰어 오기에 잔뜩 겁을 먹었는데, 착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네요.

허허, '개도 임자를 닮는 법!'

이제 집에서 기르는 개만 봐도 개임자의 성품이 어떤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요. 어쩌면 오랫동안 자전거 타고 낯선 마을마다 다니며 겪으면서 나름대로 '진리'로 굳어졌다고 할까요? 적어도 우리한테만은….

▲ 무을 사진마을

생태사진작가인 한태덕 씨가 꾸리는 사진마을이에요. 옛 안곡초등학교에다가 만들었지요.

ⓒ 손현희

"이거 찍어봐! 우리 집엔 초가집도 있어!"

안곡1리 마을을 구석구석 돌며 구경하는데, 어느 집엔가 '타타타타다다닥'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덮어놓고 들어갔어요. 어르신 부부가 손발을 맞춰 부지런히 콩 타작을 하고 계셨답니다. 그것도 경운기에 벨트로 이어서 탈곡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무척 신기하더군요.

낯선 이가 와서 사진을 찍겠다고 해도 쉬이 그러라시며 오히려, "이것도 찍어봐! 우리 집엔 초가집도 있어!" 하며 손짓을 하셨어요.

마당 한 가득 콩을 쌓아놓고 타작하는 것만 눈에 띄었는데, 할머니가 가리키는 데를 보니 아 글쎄 바로 초가집이 아니겠어요?

"어머나! 초가지붕이네요?"

남편과 나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신이 났어요. 마당 한쪽에 헛간으로 쓰고 있는 듯 여러 가지 농기구가 있고, 누렁이 소도 한 마리 있었는데, 어릴 적에 보던 초가와 똑같았어요. 볏짚을 얹어 만든 지붕 위에다가 까만 그늘 막을 씌워 놓았는데, 하도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라 무척 반갑더군요.

탈곡기에 콩 타작을 하는 모습과 예스런 초가 사진을 찍으면서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잠깐도 쉬지 않으며 일하시다 말고 우리가 이렇게 다니려면 힘들 거라고 하시며 새참이라도 내주신다고 하시기에 손사래를 치고 얼른 집을 빠져 나왔답니다.

▲ 초가

기계를 돌려 콩 타작하는 소리를 듣고 들어갔는데, 어릴 적 많이 보았던 초가가 있었답니다. 초가지붕 아래는 농기구와 누렁이 소도 한 마리 있었지요.

ⓒ 손현희

▲ 콩 타작

경운기에 벨트를 이어서 탈곡기를 돌리는 모습이에요. 기계로 콩 타작을 하는 모습이 무척 신기합니다. 어르신 부부가 손발을 맞춰 일하시는데, 우리를 보고 새참을 내주신다고 해서 얼른 나왔어요.

ⓒ 손현희

집집이 정겨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 아름다운 풍경을 마을 사람들이 손수 가꾸고 또 새롭게 다듬어 꾸리는 마을, 겉보기엔 그저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는 시골마을이지만 남다른 마을사랑이 매우 인상 깊게 남네요.

구미시 선산읍 무을면에는 이밖에도 매우 이름난 것이 많이 있지요. 신라 때 세워진 '수다사'가 있고요. 안곡저수지는 낚시꾼들한테 잘 알려진 곳이지요. 또 한 가지, 영남풍물의 씨앗이 되었다는 '무을 풍물'이 바로 무을면 상송리에 있는 '수다사'에서 처음 생겨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꾸준히 그 뿌리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 느티나무 숲길

안곡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매우 많아요. 가을빛으로 곱게 물이 들어 멋진 풍경을 이룹니다.

ⓒ 손현희

▲ 연악산 수다사

신라 때 세운 절집이에요.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336호로 지정된 '수다사 대웅전 석가모니후불탱화'가 있고,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39호인 '수다사 명부전'도 있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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