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버티기 분양전략' 속속 수정

2008. 11. 1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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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사포기 "계약금 돌려드려요"파격세일 "분양값 깎아드려요"

미분양 심한곳 '해약' 선택분양값 25% 내린 업체도주상복합→오피스텔로 변경

해약, 분양값 인하, 오피스텔로 바꾸기….

건설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분양 전략을 대폭 손질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미분양 단지에 고분양값을 고수하던 이전의 꼿꼿한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분양률이 10%에 이르지 못하는 악성 중의 악성 미분양 단지의 경우 건설업체가 기존 계약자들한테 계약금을 돌려주고 공사를 중단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 ㄷ사 관계자는 12일 "경남 양산에 작년 12월 분양에 들어간 사업장이 한자릿수 분양률에 그쳐, 최근 공사를 멈추고 기존 계약자들한테 모두 계약금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중견업체 ㅌ사 관계자도 "지난해 11월 일반분양에 들어간 대구 중구의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률이 5%에 머물러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지금은 일반분양 계약자들을 상대로 일괄적으로 해약을 할지, 원하는 계약자들을 상대로만 해약할지 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업체 ㅈ사는 지난 10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2개 사업장에서 기 계약자들과 계약을 일괄 해지하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에만 천안을 비롯해 전국 7개 사업장에서 한꺼번에 4천여가구를 쏟아냈다. 그러나 천안과 진주에서는 모두 1615가구 중 10% 미만의 물량만 계약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약자들도 해지를 원해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며 "분양률이 워낙 안 좋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기보다는 공사를 중지하고 해약하는 게 차라리 손실이 덜 날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 했다.

분양률이 두자릿수에 이르고 공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사업장은 해약보다는 분양값 인하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임광토건은 용인 지석역 인근 '임광 그대가'의 분양값을 13일부터 11~15% 낮추기로 했다. 기존 분양값이 7억5천만원이던 공급 면적 161㎡짜리는 6억8천만원선으로 떨어진다. 동일토건도 용인 신봉지구 '동일 하이빌'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분양값을 4~10% 낮췄는데, 한달에 10건에도 못 미치던 추가 계약이 할인 뒤 이틀간 18건에 이르렀다. 풍림산업도 대전 석봉동 '금강 엑슬루타워' 1156채에 대해 지난 6~8일 4순위 청약에서 25%의 파격적 분양값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3순위까지 5명만 청약했으나 파격적인 에누리에 힘입어 1.2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값 할인 업체 모두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할인을 해줬다.

주상복합 사업을 그나마 분양이 상대적으로 잘되는 오피스텔 등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두산중공업 사업팀의 이상훈 차장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오피스 1개동과 주상복합 2개동을 하반기 분양하려고 했으나, 건설경기 침체를 고려해 주상복합 2개동을 오피스로 돌리고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아건설도 서울 잠실 옛 향군회관에 지으려던 초고층·초호화 주상복합 대신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11·3 대책 등을 통해 수도권에서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게 돼, 지방은 물론 수도권의 웬만한 미분양 단지에서도 기존 분양가를 고수하는 게 더욱 어렵게 됐다"며, "업체들이 가격 할인이나 사업 취소 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 간에 분양권을 사고팔면서 시세가 형성될 것이고, 이는 업체의 분양값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배경 설명도 덧붙였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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