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재활기 책으로 낸 사법연수원생 남혜영씨

2008. 11.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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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1년차 2학기를 맞고 있는 남혜영(26)씨.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대구·경북 지역 수석을 차지한 그는 서울대 법대 3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지난해 여름, 좁은 도서관 칸막이를 벗어나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다. 대자연을 마주하며 느낀 흥분과 감회를 가족에게 전하던 그의 소식이 갑자기 끊겨버렸다. 한 달여의 일정을 끝내고 귀국하기 사흘 전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7월24일, 캐나다 동부 핼리팩스에서 손수 운전하던 차량이 다리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새벽안개가 모든 사태를 한순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28일 한국에 돌아와 31일 이스탄불로 다시 출국할 작정이었죠. 하지만 3주 후 휠체어에 앉은 채 눈물만 가득 안고 귀국해야 했습니다."

고시공부하듯 여행을 즐겼다는 그가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교통사고를 겪은 충격이야 말할 것도 없다. "외국 병원의 수술대 위에서 제 옷이 모두 잘려나가는 금속성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의식은 또렷한데 몸은 움직일 수 없고, 내가 왜 이런 사고를 당해야 하는지 자책도 많이 했지요. 가족에게는 당장 알리고 싶지 않아 좀 더 머무르게 됐다고 둘러댔어요."

사고로 터져 나온 위는 잘라내고, 상처투성이인 얼굴은 꿰매고, 절단 난 무릎에는 철심을 박는 대수술의 고통을 스물다섯 살 처녀가 견뎌내기는 쉽지 않았을 터. "너무 아프고 절망적이니까 오히려 간절해지는 거예요. 살아야 한다는 소망이. 3주간의 치료를 마치고 온몸에 깁스하고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부모님과 함께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장애인으로 살 수도 있다는 진단에 두려움이 들었지만 그는 완쾌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재활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눈물겨운 노력 끝에 6개월 만에 사고 이전의 상태로 거의 회복했다. "가족들의 보살핌이 없었으면 이런 기적도 없었을 겁니다. 아빠가 매일같이 제 발을 씻겨주시면서 '살아 돌아와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 행복한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걸 참기 어려웠어요."

재활에 성공한 남씨는 이 사연을 담아 '여름을 건너다-핼리팩스에서 생긴 일'(강 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책을 6일 펴냈다. "개인사를 공개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 아픔의 역사에 감사하고, 다시 허락된 생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빛을 전하는 법관이 되기를 소망한다며 밝게 웃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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