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샘~ 우리 집도 좀 해줘유?"

2008. 9. 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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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송상호 기자]

▲ 이기원 교장

인터뷰 하는 날, 안성천변 벽화 앞에서 일하다 말고 사진을 찍었다.

ⓒ 송상호

"우리 집도 좀 해줘유?"

요즘 이기원 교장(경기도 안성 대안문화학교 달팽이)이 안성천변 동네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이것을 해 놓은 집도 좋아 죽는다. 그래서 그 동네 사람들의 요구 사항은 늘어 갈 수밖에. 그럼 도대체 무엇이 길래?

다름 아닌 올해 6월부터 시작한 '안성천변 동네 벽화 꾸미기'에 달팽이학교가 발 벗고 나섰던 것. 안성천변 동네 사람들이 이 교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자신들의 집 담에도 서로 벽화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일 터.

한정된 예산과 불규칙한 벽화 공간 때문에 그 요청을 다 들어줄 수 없기에 16채의 가정집 담과 5개의 가게가 단장을 마쳐가고 있다. 가게는 주로 6~70년대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곳인 '연탄가게, 구멍가게, 정미소, 쌀집, 대장간' 등이 그것이다.

해마다 안성 종합운동장에서 열려 왔던 바우덕이 축제가 작년부터 안성천변에서 이루어진 것이 계기가 됐다. 막상 잔치를 벌여 놓고 손님을 초대했는데, 그 잔치마당 주변(안성천변 동네)이 너무 어수선해 보였던 것이 이 교장 마음에 안쓰러웠다는 것이 이 벽화가 시작된 계기다.

▲ 안성천변

6~70년대에 안성천에서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고기를 잡으며 놀고 있다.

ⓒ 달팽이 제공

▲ 빨래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빨랫터. 보이는 빨래 등은 모두 스텐으로 제작한 입체 그림 들이다.

ⓒ 달팽이 제공

"명확한 선의 처리가 아닌 두루뭉술한 선의 처리를 기본으로 하는 판화기법을 사용해 정겨운 느낌을 최대한 살렸고, 스텐으로 제작한 판으로 몇몇 그림을 입체적으로 튀어나오게 함으로서 생동감을 살렸죠.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철이 아닌 스텐으로 제작하다 보니 제작비가 만만찮게 들어가긴 했지만, 야외에 노다지 있을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벽화에서도 단연 독보적일 겁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작가의 특권이었던가. 이 교장도 그런 면에서 예외는 아닌 듯. 그도 그럴 것이 총 4개월 소요되는 작업 시간 중 두 달 동안 기획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집집이 방문하여 담의 높이와 구조, 재질, 위치 등을 일일이 점검하고, 그 집 담에 어울리는 그림을 모두 개별적으로 구상해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이 교장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조화성과 일관성'을 도출해내기 위해서였다고. 주변 환경과 얼마나 조화되는지를 보려면 부분(해당 집)과 전부(안성천변 동네)를 세밀하게 살펴 뭔가를 끄집어낼 때 가능한 것이렷다. 그러면서 그런 벽화들이 '따로국밥'이 아닌 일관된 면을 유지하려면 역시 부분과 전부의 조화를 바탕으로 테마가 있는 작품이어야 할 듯.

이렇게 이 교장이 설정한 테마가 바로 '60~70년대의 보편적인 안성천변 동네의 일상생활의 재현'이라는 것. '돼지 새끼를 껴안고 장터에 팔러 가려고 안성천 돌다리를 건너는 모습', '안성천변에다가 소 꼴 먹이러 왔다가 느티나무 아래에서 처녀총각이 연애하는 모습', '빨래터에서 아낙네들이 수다를 떠는 모습', '안성천에서 족대로 고기 잡으며 신난 동네 사람들의 모습' 등 30여 년 전에 안성천변에서 있었을 법한 일상이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다.

이 교장 자신도 이 벽화를 제작하면서 옛 추억에 많이 잠기게 되더라는 것을 보면 어른들에겐 옛 추억을, 아이들에겐 교육 효과를 제대로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 연탄가게

연탄 가게를 표시한 연탄 그림. 스텐 위에 그린 것을 철봉에 용접한 것이다.

ⓒ 달팽이 제공

▲ 대장간

안성천변에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한 대장간의 지붕에다가 대장장이들이 일하는 모습의 스텐그림이 인상적이다.

ⓒ 달팽이 제공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마을 사람들도 달라진 것 같아요. 요즘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집이 없어졌다니까요. 그리고 벽화에 조그만 흠집도 내지 않을 것을 보면 주민들이나 동네 아이들이 느끼는 이 벽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디다."

이 교장의 말대로라면 바야흐로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바로 그것 말이다.

하여튼 이 교장의 이번 일은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년엔 안성시청과 잘 이야기만 된다면 안성시내 곳곳을 벽화로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것이 이 교장의 계획이다. 특히 안성에 있는 버스 정류장들을 아름다운 벽화로 디자인해서 이번에 만들고 있는 벽화 노하우를 실현해볼 것이란다.

'안성 단장'보다 '자신 단장'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사판에서 일하는 일꾼의 복장을 하고 안성천변 동네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 교장의 열정이 과연 자타를 만족하게 할지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 정미소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신창정미소 주인과 새롭게 단장한 벽화.

ⓒ 달팽이 제공

▲ 구멍가게

지금도 그 옛날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주인 할머니와 벽화.

ⓒ 달팽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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