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시를 찾아서―⑨ 남원시] 옛 철길 활용 '녹색 도로' 부푼 꿈

2008. 7.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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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 주천면사무소 직원들은 매주 두 차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한다. 지난달 20일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규옥 면장 등 직원 16명은 화·목요일 오전 7시30분 죽항동 중앙병원 앞에 모여 면사무소까지 페달을 밟는다. 5㎞쯤 떨어진 면사무소까지는 30분이면 도착한다.

전주에 사는 김정곤(50)씨 등 2명도 이날 만큼은 남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한쪽에 세워 뒀던 자전거를 타고 동참한다. 물론 직원들의 반은 평소에도 이 같은 방법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들의 의지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강도 다지자는 것. 무더위 속에 어려움도 적지 않지만 메타스콰이어 가로수 길 800여m를 내달리면 마음속까지 시원하다. 차량 운전자들이 쉽게 식별할 있도록 빨간색 유니폼도 갖춰 입었다. 이경숙(38·여)씨는 "매일 자전거를 타다 보니 동료들과 정도 들고 살도 빠지는 것 같아 매우 좋다"고 말했다.

소문이 나자 남원농협 주천지점 최동윤 지점장 등 농협 직원 3명도 동참했다. 원천초등학교 교사들도 2학기 개학하면 함께할 예정이다.

◇남원은 호남 제일 자전거 도시=남원시는 호남의 도시 중 자전거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매일 아침 등교시간에는 남원중 남원고 남원여고 성원고 등 정문 앞에 자전거 물결이 펼쳐진다. 학생들의 페달 밟는 소리가 남원의 하루를 상쾌하게 연다.

50년 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닌 정동진(87·남원시 왕정동)옹은 지역 명사. 정옹은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지금도 외출할 때면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 타기 활성화 공로로 2002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최중근 시장의 자전거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최 시장은 취임 초부터 매일 새벽 간부급 직원들과 더불어 자전거 투어를 하며 민생을 챙기고 있다. 고유가 때문에 이달 초부터는 아예 출퇴근까지 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남원에는 한 집에 두세 대씩, 사람만큼 자전거가 많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조남도 도시정비담당은 "지금은 그때보다는 못하지만 자전거는 남원 시민들의 생활과 뗄 수 없는 상징"이라고 말한다.

현재 남원의 자전거 보유 대수는 3만5000가구에 3만5000여대. 남원에 자전거 타는 인구가 많은 이유는 시내 지형이 대부분 고저차가 심하지 않은 평지인데다 자전거를 30분만 타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원시는 두 종류의 자전거 도로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계획구역내 순환형 자전거 도로와 섬진강 수변 자전거 도로. 먼저 도시계획구역내 자전거 도로는 63개 노선 131㎞를 지정, 현재 절반인 32개 노선 65㎞를 완료했다.

섬진강 수변 자전거 도로는 요천 제방 도로를 중심으로 전북 장수∼전남 곡성을 연결하는 총 34㎞ 구간이다. 이미 15㎞는 개설하고 나머지 19㎞ 구간은 60억원을 투입, 2010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폐철도 이용한 녹색 도로 추진=남원시는 지리산과 섬진강 물결을 이용해 국내 최고의 자전거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형성에 역점을 두는 한편, 시민들의 자전거 타기 운동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폐철도 부지를 이용한 녹색 자전거 도로 개설 계획. 시는 6년 전까지 시내를 관통했던 전라선 철도가 외곽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 부지를 녹색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계획을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는 향교동 철도 건널목∼산성역까지 3.3㎞ 구간의 폐철로를 정비, 양쪽에 메타세콰이어를 심어 녹지 도로를 만들고 그 안에 시민들이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의가 끝나는 대로 2010년까지 20억원을 들여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자전거 대여소는 수변 지역을 중심으로 승사교 주변에 거점 대여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전국에 남원의 자전거 도로 이용 지도를 배포, 자전거 하이킹을 위한 별도의 여행을 오도록 할 계획이다.

최 시장은 "춘향제·허브축제와 더불어 자전거 타기 이벤트를 남원의 3대 상징으로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남원=글 김용권 기자, 사진 이병주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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