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퍼니에 둥지 튼 코쿤족, 나만의 살림 재미에 푹~

[JES 홍연정]

지난 달 A중소기업에 취업한 김은혜(24·여)씨는 주위 상사들로부터 놀림 아닌 놀림을 받았다. 미니 냉장고·선풍기·정수기는 물론, 알록달록한 펜과 메모지에 이르기까지 그가 장만한 다양하고도 화려한 물건이 집안 살림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절반을 지내는 곳이니 필요한 용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는 그는 '오피스 코쿤족(Office Cocoon族·회사 사무실의 자기 자리를 집처럼 여기는 직장인)'이다. 오피스 코쿤족은 회사를 '홈퍼니(Home + Company)'로 여기고 집안 살림 늘리듯 사무실 살림을 차곡차곡 늘려가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지난 해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자신을 코쿤(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54.9%가 '예'라고 응답했다.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남의 눈치 안보는 이들의 '완소' 아이템을 살펴봤다.

◇ 더위에 더 신난다

여름을 맞아 코쿤족의 쇼핑 리스트는 더욱 늘어났다. '미니 선풍기'는 여름철 코쿤족의 쇼핑 아이템 1순위다. 온라인 디자인 소품 마켓 '신나고몰(sinnago.co.kr)'에서 판매하는 미니 선풍기만 40여 종. 꽃화분·개구리·야구공 등 크기와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김재현 신나고몰 홍보 담당자는 "본격적 더위가 시작되면서 미니 선풍기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USB 전원에 연결해 쓸 수 있는 스탠드형 선풍기가 인기 품목"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휴대용 모기채(4500원), 주스를 넣고 돌리면 샤베트로 만들어 주는 컵(8500원)도 눈길을 끈다. 야근이 잦은 코쿤족들에겐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할 때 목을 받쳐주는 '목받침 베개'가 대표주자. 여름을 겨냥해 쿨젤팩을 베개 속에 넣은 양 모양의 목받침 베개(2만 8000원)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품목이다.

◇ 데스크테리어는 필수

오피스 코쿤족의 다수는 '데스크테리어족'의 성향도 띄고 있다. 데스크(Desk)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데스크테리어'는 사무실 책상 위를 각양각색의 아이디어 디자인 제품들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실용성은 기본이요, 이왕이면 '예쁜' 상품으로 사무실 책상을 채운다. 이들은 목이 말라도 페트병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 책상 위에 놓여진 캐릭터 생수기에 예쁜 컵을 대고 물을 따라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

온라인 디자인숍 박스앤캔(boxncan.com)에서는 개인생수기와 립스틱 형태의 볼펜 등이 베스트 아이템으로 선정됐다. 골프를 테마로한 마우스와 마우스 패드 세트(3만원) 역시 데스크 인테리어의 필수 아이템. 네모반듯한 USB 메모리의 딱딱한 외형도 데스크테리어족의 책상에서는 햄버거·도너츠 모양 등으로 '맛있게' 변한다.

◇ USB잭만 꽂으면 만사 OK

USB 잭으로 컴퓨터에 바로 연결해 사용하는 다양한 이색 미니 제품도 오피스 코쿤족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에서는 관련 상품 수가 800여개에 이를 정도다.

USB 공기정화기·재떨이·맛사지 볼에 이르기까지 척척박사 아이템들 중 단연 인기는 캐릭터 안마기(4200원). 거북이 얼굴을 누르면 전원이 켜진다. 옥션(auction.co.kr)의 이색물품 커뮤니티 '팝팝'에 소개돼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던 위컴즈의 USB 어항 컴피쉬는 20대 여성 코쿤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인터파크 이종민 컴퓨터 CM(카테고리 매니저)은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의 생활편리성성 USB 제품이 많이 등장하는 추세다"라며 "이런 USB 연결 사용 상품은 편리성과 작은 크기의 휴대성, 전기세 절감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여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홍연정 기자 [lucky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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