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 빠진 대표팀의 앞 길은?

2008. 2. 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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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성필 기자]

▲ 고개 숙인 대표팀

대전시티즌 김호 감독은 "급조된 대표팀을 구성하다 보니 감독에게 준비 할 시간이 없다"며 축구협회의 세련된 대표팀 운영을 주문했다.

ⓒ 유성호

"대표팀 첫 출발이니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고 조금 더 지켜보는 게 낫겠지요."

1일 오후 경상남도 통영시 광도면 안정공단 내 한국가스공사 통영 생산기지 잔디구장. 진주 국제대학교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만난 대전시티즌의 김호(64) 감독은 지난달 30일 칠레와 친선경기를 치른 축구 국가대표팀 허정무호 1기의 경기 내용에 대해 말을 아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 감독은 "첫 경기를 치른 대표팀에게 뭔가를 발견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동계훈련 도중에 소집된 선수들의 몸 상태가 확실히 올라오지 않아 잔 실수를 많이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호 감독 "감독에게 준비할 시간을 제대로 안주니..."

대신 김호 감독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급조된 대표팀을 구성하다 보니 감독에게는 준비할 시간을 제대로 안 줄 뿐더러 선수 선발도 깊이 있게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팀을 향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적인 부분의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평소 축구협회에 소신 있는 발언을 단골로 해왔던 김 감독이라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기소집의 명분으로 추운 날씨에 치러진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김병지, 정조국(이상 FC서울)이 불의의 부상으로 낙마하며 조재진, 김용대(광주 상무)가 긴급하게 수혈되는 상황과 맞물려 얼추 설득력 있게 들렸다.

허정무 감독은 50명의 예비명단에서 1기 선수들을 추리면서 오범석, 조재진 등의 제외 이유에 대해 "대표팀에 뽑혀야 할 선수들이지만 소속팀이 없다"라며 신상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지만, 아무 내용 없는 칠레와의 친선경기 때문에 소용없는 일이 됐다.

결국, 이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멀티플레이어 오범석이 긴급 소집되고 해외파 중 이영표(토트넘), 설기현(풀럼FC)이 하루 일찍 소집에 응하면서 또 다시 원칙이 무너진 대표팀을 그리고 말았다. 게다가 조재진은 장염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등 대표팀은 총체적인 난국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최종예선도 아닌 3차 예선에서 해외파의 조기소집 등 서두르는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축구팬들의 의견이 터져 나왔다. 이제 막 부상에서 회복해 소속팀에서 처음으로 90분을 소화한 박지성(맨체스터UTD)이나 끊임없이 포지션 경쟁중인 이영표, 설기현 등의 팀 내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표팀의 이러한 사정에 대해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경력의 대전 골키퍼 최은성은 "대표팀 문제는 대표팀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름 있는 선수는 다 뽑히게 마련이다. 앞으로 K리그에서 조금만 잘한다고 그러면 대표팀에 실험해본다며 들락날락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감독이나 선수의 이런 예상은 대표팀 운영이 꼭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으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준다. 당시 한국은 국내에서 열리는 월드컵과 1승이라는 목표 때문에 선수들을 대표팀에 장시간 내주며 '4강 신화'를 만들었지만 이면에는 K리그의 파행 운영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 축구대표팀 훈련

칠레와의 친선경기 0-1 패배를 뒤로하고 선수들은 파주NFC에서 훈련에 치중하고 있다. 3일 훈련에는 러시아 사라마FC와 입단에 사실상 성공한 오범석이 합류해 가벼운 러닝을 소화했다.

ⓒ 이성필

일관성 있는 대표팀 운영

김호 감독은 "히딩크의 명성을 높여줬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희생했기에 (4강이) 가능했던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돼서야 쓰겠느냐"며 대표팀 운영의 일관성을 주문했다.

2002년 이후 K리그의 위상이 당시와는 다르게 많이 올라간 상황이다. 축구팬들도 축구협회의 명분 없는 소집에는 강력한 비판을 하며 국내리그가 살아야 국가대표팀도 튼튼해진다는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1월 이사회 결정을 통해 "명분 없는 소집에 반대한다. 소집규정 원칙대로 해야 한다"라며 선수 차출을 거부해 올림픽대표팀이 카타르 초청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등 축구협회의 국제 망신을 유도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현 상황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프로연맹이 조기소집에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한 술 더 떠 프로연맹의 김원동 사무총장은 한 언론에 올림픽대표팀이 스페인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1월 27일 조기 소집 안'을 제시했다. 이에 발맞추듯 축구협회는 지난달 30일 치른 칠레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조기소집의 명분을 정당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 지도자는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많이 좁혀진 것은 사실이고 선수들의 부상으로 고민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소속팀에서 더 많이 뛰어야 할 해외파 선수들을 최종예선도 아닌데 조기소집 해야 하느냐. 부상 선수 발생은 두 단체가 만든 자업자득"이라며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일관성 있는 정책 진행을 주문했다.

대표팀은 오는 6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있다. 새로 합류하는 해외파로 인해 경기력의 변화는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관성 있는 대표팀 운영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또 들어야 하는 것은 몸집 커진 축구협회와 모처럼만의 국내파 감독 체제에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시작부터 급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대표팀의 현 상황을 차분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철저한 분석으로 땜질하는 방식을 재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연 대표팀의 방향은 어떻게 진행될지 축구협회와 허 감독의 판단을 지켜 볼 일이다.

허정무 감독, 공격수에 대한 고민 토로

"쓸만한 공격수가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

▲ 허정무 감독

3일 오후 파주NFC에서 훈련을 마친 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취재진에게 공격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 유성호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의 얼굴에는 고민이 깊었다. 장신 공격수 정조국(FC서울)의 부상 이탈로 대체선수로 선발된 조재진마저 장염으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에 입원하면서 쓸 만한 공격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허정무 감독은 "장염에 걸린 조재진이 6일 치러지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 뛰기 힘들 것 같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오는 6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허정무 감독은 "대체 자원을 알아보는데 마땅한 선수가 없다. 추천 좀 해달라"며 취재진을 향해 자문한 뒤 "스트라이커가 전멸한 것 같다"고 공격수 부재의 상황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그의 아쉬움은 특정 공격수들에게 이어졌다. 소속팀에서 부상으로 회복 중인 올림픽대표팀 공격수 하태균(수원 삼성)이나 김동현(성남 일화) 등 장신 공격수들을 활용할 수 없음을 설명하며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음주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이동국(미들즈브러)의 부재까지 거론했다.

이런 고민은 지난달 30일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15분을 소화한 박주영(FC서울)이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인방 중 공격 능력을 갖춘 설기현(풀럼FC), 박지성(맨체스터UTD)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원톱으로 공격을 운영해야겠지만 투톱이나 스리톱도 생각하고 있다"며 "(박)주영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주영도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공수의 능력은 골로 결정난다"라고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 충실할 것임을 설명했다.

허 감독은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에 세우는 대신 설기현을 그의 짝으로 세우거나 측면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성의 경우 "(포지션 활용이) 안 되는 곳이 없다"며 칭찬한 뒤 "상대편 하는 것을 보며 활용하겠지만 공격 쪽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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