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 보면 <대왕 세종> 보인다

2008. 1. 30. 10: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

<용의 눈물>을 보면 <대왕 세종>이 보인다.

최근 주말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BS <대왕 세종>은 10년 전 같은 시간대에 방영돼 큰 인기를 모았던 <용의 눈물>과 비교되는 부분이 많다.

<용의 눈물>은 태종 이방원의 일대기를 배경으로 고려 말에서 조선 건국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격동기를 다루어 큰 호평을 받았다. 지난 1996년 11월 24일 첫 방영돼 1998년 5월 31일 종영됐다.

<대왕 세종>은 태종 집권 초기에서 세종시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10년 전 <용의 눈물>에서 맥이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시대를 다루는 만큼, 두 작품은 배경이나 캐릭터 면에서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다. 태종 이방원(유동근-김영철)을 비롯해 세종(안재모-김상경), 양녕대군(이민우-박상민), 하륜(임혁-최종원), 이숙번(선동혁-김주영), 민무구(신동훈-김응수) 등이 그것이다.

<용의 눈물>에서 이성계의 셋째아들 이방간 역을 맡았던 김주영은 <대왕 세종>에서는 이숙번 역을 맡았다. 원경왕후 역의 최명길은 유일하게 두 작품 모두에서 같은 배역을 맡는 배우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조선왕조의 '실질적인' 개국군주이자, 세종 시대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태종의 캐릭터는 두 작품 모두에서 중대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태종을 직접적인 주인공으로 다룬 <용의 눈물>에서는 '사극지왕'으로 불리는 유동근이 이방원 역할을 맡아 20대의 청년에서 노년까지를 소화했다. 유동근이 연기한 이방원은 전형적으로 '혈기방장'한 야심가의 모습이다.

고려말기의 대표적인 문신 정몽주를 척살하고 조선왕조를 개창하는데 큰 공헌을 세우고, 두 차례 왕자의 난을 일으켜 개국공신 정도전과 이복형제들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 비정한 권력가의 이미지는 유동근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통해 빛났다.

유동근의 태종이 직설적이고 감정표현이 풍부한 '열혈남아'라면, <대왕 세종>에서 김영철이 연기하는 태종은 한층 시니컬한 '포커페이스'의 노회한 정치가에 가깝다.

이미 권력의 정점에서 그 비정한 속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대왕 세종>의 태종은 누구에게도 쉽게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때로는 자식들까지도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할 만큼, 비정한 아버지이로 묘사된다. 그러나 권력의 무상함과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내면의 고독에 시달리는 외로운 존재다.

역사적으로 태종은 칼로서 권력을 찬탈한 패륜아이면서도 조선왕조 초기의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세종대의 태평성대에 기반을 닦았던 왕이라는 점에서 최근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권신들의 세력화를 방지하고, 왕권의 기반을 튼튼히 마련하기 위하여 악역을 자처한 점은 태종이 그 시대의 소명을 다한 인물로 새롭게 조명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용의 눈물>은 극중 이방원과 정도전으로 대표되는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 당시 대통령 중심제냐, 내각책임제냐 하는 '1997대선'의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흥미로운 논쟁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방원의 캐릭터가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공감대를 자아낸 것은 IMF 시대의 어려운 시대적 환경과 맞물려 난세를 극복하기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시각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용의 눈물>과 <대왕 세종> 사이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인물로는 양녕대군을 꼽을 수 있다. <용의 눈물>에서 이민우가 연기한 양녕대군은 아버지 태종의 비정함과 권력의 속성에 환멸을 느끼고 스스로 세자의 길을 포기하는 자유롭고 반항적인 신세대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반면 <대왕 세종>에서 이준-박상민이 연기하는 양녕대군은 아버지 태종을 닮아 야심만만하고 호방하며 과시욕이 강한 '무인(武人)형'캐릭터로 등장한다.

<대왕 세종>은 10년의 사이를 두고 <용의 눈물>에서 제시한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화두의 연장선상에 놓였다. 세종시대를 흔히 역사에서 알려진 태평성대가 아닌 왕조 초기의 불안정하고 혼란하며 역동적인 시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용의 눈물>에서 세종대왕은 당시 아역티를 갓 벗은 안재모가 연기했다.

안재모의 세종대왕이 아버지가 만들어낸 피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온화한 성군으로 묘사된다면, 이현우-김상경이 연기하는 <대왕 세종>의 충녕대군은 어린 시절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사회적 책무와 시대적 소명에 대하여 고민하는 현대적 인간에 가깝게 묘사된다.

카리스마와 권위를 앞세우는 마초적 리더십으로 상징되는 태종이나 양녕대군과 달리 세종대왕은 '애민'을 바탕으로 백성과 함께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통의 리더십을 지향한다.

<용의 눈물>에서 태종이 난세의 국가적 혼란기를 극복하는 강인한 지도자의 모델을 제시했다면 <대왕 세종>은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직면하여 통합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향하는 '21세기형 리더'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관련기사]

☞ <대왕세종> 오연서…'김태희'보다 예쁘다!

☞ 사극의 '킹메이커'…아역과 중견배우의 활약

☞ 사극, 고구려 '영웅'서 조선 '제왕'으로

/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