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e―카페] A4만 있으면 뭐든지 뚝딱! '종이모형방'

2008. 1. 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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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A4용지의 주 사용처는 문서 출력이다. 그러나 평범한 하얀 종이를 두고 오토바이나 곰인형, 로봇 등 입체적인 모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종이모형방'(cafe.naver.com/paperabata)에는 1만800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얇은 종이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고 있다.

"프라모델 너무 비싸, 종이모형 만들기 시작했죠"

종이모형방 카페 운영자 김지홍(44)씨는 원래 프라모델 마니아였다. 방송국에서 연출보조로 일하면서 로봇이나 비행기 등을 프라모델로 만들었다. 모델 한개 당 30∼4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 때문에 제작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좀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종이 모형을 발견했다.

차선책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종이모형을 제작할수록 그 매력에 빠져 들었다. 프라모델을 만들다 일부분을 망치면 전체 세트를 다시 사야 하지만 종이 모형은 특정 부분만 다시 출력만 하면 됐다. 플라스틱의 딱딱함이 아닌 종이의 부드러운 질감은 김씨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김씨는 2005년 4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종이모형방'(cafe.naver.com/paperabata)이란 카페를 개설했다. 김씨는 "카페 운영 1년 전 홍스페이퍼(www.hongspaper.com)란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했는데 회원수가 늘어나 서버가 다운 되는 등 문제를 겪게 돼 결국 네이버로 이사갔다"고 말했다.

종이모형으로 공부한다고?

김씨는 취미로 시작한 종이모형 작업을 바탕으로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홈스쿨링 가정에 50가지가 넘는 종이 비행기 접기 등 종이모형 제작에 대한 교육을 시도한 것.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종이 모형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씨는 중1·3 아들 형제를 키우며 학습에 모형을 활용해온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소위 말하는 주요 과목 외 미술이나 음악 등을 집에서 가르치려면 필요한 학습자료를 구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종이를 통해 공작 활동을 하는 등 종이모형 작업이 주는 교육 효과를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또 "정사각형·정육각형 등 기본적인 모형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대한 개념이나 수학 공식 등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종이모형, 무료로 가져가세요"

종이모형방에는 종이 모형 전개도 대부분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링크돼 있다. 김씨 등이 전세계 무료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클릭 품을 팔아 모은 정보들이다. 교육에 도움을 주는 종이모형을 지향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도 많은 편이다. 캐릭터 자동차 외에도 지리 과학 등 시각화된 교육 자료들이 가득하다. 책장을 펼치면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Pop-up Book)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담겨있다.

또 회원들이 올린 완성된 모형을 구경 할 수 있다. 부모나 교사와 함께 만든 작품 등이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김씨는 "종이모형방이 아이들의 과제에 필요한 모형 등에 대한 전개도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규 교육에서 모형 만들기 등이 상업화로 변질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방학 숙제로 '집 만들기'란 과제를 받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모형세트를 구입해 단순히 조립해 가더라"며 "종이로 집을 만들어 제출했는데 규정에 없는 집이라며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3년 전에는 "8000원에 구입하는 해시계 모형을 살 형편이 안된다"는 한 중학생의 안타까운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그날 밤을 새워 과제에 사용될 해시계 종이 모형을 만들었다.

종이만 있으면 무엇이든 뚝딱!

컴퓨터와 프린터 종이 칼 풀 자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생각보다 종이는 많이 든다. 정교한 오토바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50장이 넘는 A4용지가 사용된다. 사람 크키 만한 용을 제작하려면 150장에 달하는 종이가 들어간다.

이만하면 종이 낭비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김씨는 "깨끗한 종이만 사용하란 법은 없다"며 "이면지 사용도 휼륭한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또 "출력한 용지를 컴퍼스 등을 이용해 피자 박스나 과자 박스에 옮겨 사용 하는 등 종이 재활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개도 90% 이상이 일본 등 외국산"

한국의 경우 아직 종이모형 디자인 개발이 전무한 상태다. 김씨는 종이모형 사이트에 올라온 전개도 90% 이상이 일본과 유럽에서 온 것이라고 전했다. 모형 디자이너가 자체 전개도를 만들어 내는 국내 몇몇 사이트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유료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는 "프라모델이 비싸 종이모형을 시작했지만 요즘은 종이모형도 프라모델처럼 키트 형태로 판매되더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씨는 최근 3D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종이 모형 전개도를 개발하는데 몰입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로 생계를 잇는 것이 어려워 야간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배달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새로운 모형을 만들기 위해 3∼4개월을 꼬박 매달려야 하지만 시간을 내기 힘들어 작업 속도가 더디다"고 전했다.

종이모형방 카페에는 김씨 외에도 4명의 인증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전개도와 완성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종이모형, 손재주 좋은 우리 민족에게 딱이죠"

종이모형방의 회원은 남성보다 여성이 조금 더 많은 편이다. 아이를 가진 주부 등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방문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종이모형이 생각보다 정교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다보니 남성들은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며 웃었다. 종이 모형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종이를 활용해 집안도 꾸미는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종이창작을 했으면 좋겠다"며 "우리 민족은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다. 종이모형에 있어서도 창조 활동이 더욱 활발해 졌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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