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랏! 우리 동네에 문화재가 있었어?

2007. 11. 1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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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변종만 기자]문화재는 국가에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문화재보호법이 보호의 대상으로 정한 우리의 문화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문화재는 크게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로 분류한다. 유형문화재는 불국사 등의 건물처럼 형태가 있고, 무형문화재는 정선아리랑이나 북청사자놀이와 같이 예술적 가치가 크나 일정한 형태가 없는 것이다. 또 기념물은 고분·궁지 등의 사적지와 명승지·천연기념물이고, 민속자료는 성황당이나 구가옥과 같이 풍속 및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엿보게 하는 것들이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문화재도 있다. 가까이에 있어 자주 보지만 귀에 익지 않아 낯설게 느껴지는 등록문화재가 그렇다. 문화재 등록제도는 현재 소유자가 사용하고 있는 근대건축물을 보존 및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재로 등록하는 제도이다.

근대는 전통과 현대를 이으며 가교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기라 우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 의해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등록문화재는 개화기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건설된 건조물로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커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하는 근대문화유산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충북에만 무려 20곳, 청주에는 8곳

우리나라는 2001년 7월부터 등록문화재 제도를 시행했다. 2002년 2월 남대문로 한국전력사옥을 등록문화재 제1호로 지정한 이래 현재까지 총 359곳의 근대문화유산이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충북에는 20곳의 등록문화재가 있는데 그중 8곳이 내가 살고 있는 청주시 상당구에 있었다. 평소 문화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를 했는데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등록문화재가 있어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청주시 지도를 펼쳐놓고 등록문화재의 위치를 알아보니 8곳의 등록문화재가 모두 반경 1.5㎞ 이내에 있었다. 5곳은 서로 이웃하고 있어 몇 시간만 짬을 내면 한 번에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거리였다. 청주의 등록문화재에 문외한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등록문화재 8곳을 모두 답사하기로 마음먹고 철두철미하게 조사를 했다.

드디어 토요일이었던 지난 10일 등록문화재에 대한 자료를 들고 답사 길에 나섰다. 날씨는 흐렸지만 간편한 복장에 카메라를 둘러메니 만사가 오케이다. 기웃기웃 시내구경을 하며 산책을 나선 사람처럼 느리게 걸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3시간여 만에 8곳의 등록문화재를 모두 돌아봤다.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라 '청주 동부배수지 제수변실'과 '충청북도지사관사'를 먼 발치에서 바라본 것이 아쉬웠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등록문화재에 관심을 가졌다는 자부심 때문일까? 모처럼만에 많이 걸었는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가볍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면 더 사랑하게 되어 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착심이 커진 것도 큰 수확이다.

조금만 둘러보면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소중한 문화재가 많습니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 늘 보던 것은 소중한지 모른다. 먼 곳에서 보석을 찾으려고 욕심을 부린다. 시간과 돈 낭비하며 먼 외국에 나가 남의 나라 것 보고 온 것이 자랑거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볼거리가 없어서 외국으로 나간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우리 것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조금만 둘러보면 내가 살고 있는 곳에도 문화재가 많다. 문화재의 가치는 값이나 명성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다. 문화재가 만들어진 역사적인 사건이나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내 주변의 문화재를 아끼고, 돌보고,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관심만 두면 된다. 관심이 곧 문화재 사랑이다. 역사와 같이 호흡하는 문화재도 사랑을 먹고 산다. 한 번 더 찾아가고, 한 번 더 눈길을 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재에 관심을 둬주기를 바라면서 이번에 둘러본 '등록문화재 제6호 청주상고 옛 본관, 제9호 우리예능원, 제55호 충북도청 본관, 제350호 주성교육박물관, 제351호 대성여자중학교(구 청주대학교) 강당, 제352호 충북산업장려관, 제353호 충청북도지사 관사, 제355호 청주 동부배수지 제수변실'을 소개한다.

등록문화재 제8호 '청주상고 옛 본관'

▲ 청주상고 옛 본관

등록문화재 제6호 청주상고 옛 본관

ⓒ 변종만

내덕동에 있는 등록문화재 제6호 '청주상고 옛 본관'은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건물이다. 1936년에 신축된 옛날 청주상고의 본관 건물인데 현재 대성고등학교의 교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이 청주지역에 적벽돌의 생산 및 축조기술을 본격적으로 보급하는 시금석 역할도 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대성여자중학교(구 청주대학교) 강당'과 같이 청석학원 소유이다. 빨간색의 벽돌, 은행나무와 은행잎, 시비와 조경수가 학교의 분위기를 가을 풍경에 어울리게 만들었다. 떨어진 은행잎들이 나무 밑에서 금빛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운동장의 한구석에서는 가을바람에 낙엽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등록문화재 제9호 '우리예능원'

▲ 우리예능원

등록문화재 제9호 우리예능원

ⓒ 변종만

도지사 관사에서 충북도청 본관으로 가다 보면 문화동 중앙초등학교 북쪽 담장 끝에 등록문화재 제9호 '우리예능원'이 있다. 이차선 찻길에서 일부만 보이는 작은 건물이고 대지도 협소하지만 왠지 첫눈에 정이 간다.

일본인 은행장 주택으로 건립되었다는데 지금 봐도 독특한 형식의 건축물이다. 1920년대에 소개된 방갈로풍의 이국적 외관을 갖고 있어 건축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현재 개인주택이라 출입을 제한받고 있지만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철제문을 슬며시 밀자 쪽문이 열린다. 건물과 은행나무가 만들어 놓은 장면이 환상적이다. '이 문화재는 우리가 소중히 가꾸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입니다'라고 쓰여있는 등록문화재 인증마크가 건물 벽면에서 맞이한다. 이곳 저곳 둘러보느라 한참을 있었지만 나와 보는 사람도 없이 안에서 피아노 소리만 들려왔다.

등록문화재 제55호 '충북도청 본관'

▲ 충북도청 본관

등록문화재 제55호 충북도청 본관

ⓒ 변종만

문화동에 있는 등록문화재 제55호 '충북도청 본관'과 등록문화재 제352호 '구 충북산업장려관'은 같은 장소에서 이웃하고 있다. 시내의 중심가에 있어 자주 보는 건물이지만 그동안 등록문화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모르는 게 병이고 아는 게 약이다. 알고 나니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입구까지 차들이 꽉 들어차 있는 도청 본관은 1937년에 도민의 협력과 유지의 적극적인 후원에 의해 민간주도로 세워진 역사가 깊은 공용청사이다. 외벽을 붉은 벽돌로 쌓고 타일로 마감하여 긴네모꼴의 모던한 근대건축 이미지를 담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350호 '주성교육박물관'

▲ 주성교육박물관

등록문화재 제350호 주성교육박물관

ⓒ 변종만

영동에 있는 등록문화재 제350호가 '주성교육박물관(구 청주 공립보통학교 강당)'이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과학행사를 하고 있어 학생들이 가득하다. 휴일이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제일 아름답다. 뜬금없이 지금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 중 교육박물관이 등록문화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봤다.

주성교육박물관은 올해 4월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주성초등학교에서 2001년부터 교육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다. 1923년 7월 지방 유지의 기부금으로 지은 120평 규모의 강당으로 건물 모양이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등록문화재 제351호 '대성여자중학교 강당'

▲ 대성여자중학교(구 청주대학교) 강당

등록문화재 제351호 대성여자중학교(구 청주대학교) 강당

ⓒ 변종만

수동에 있는 '대성여자중학교(구 청주대학교) 강당'은 등록문화재 제351호이다. 휴일이라 운동장마저 쓸쓸하다. 체육관 앞에 주차되어 있는 서너 대의 차가 넓은 운동장을 지키고 있다.

현재 대성여자중학교 체육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청주대학의 강당으로 1954년 신축되었다. 동서가 긴 장방형 평면이며 광복 후 독자적인 근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학교건축의 초기사례로 근대 학교 강당 건축의 기술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352호 '충북산업장려관'과 제353호 '충청북도지사관사'

▲ 충북산업장려관

등록문화재 제352호 충북산업장려관

ⓒ 변종만

도청 옆 큰 길가에 있는 구 산업장려관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건설된 아담한 건물이다. 충북도청 현존 건물 중 가장 오래되어 충북도청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두 면이 도로에 접한 부지의 특성을 살려 모서리 벽면을 원형 평면으로 처리하여 주출입구를 형성하였고 근대 초기 모더니즘 건축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353호는 수동에 있는 '충청북도지사관사'이다. 1939년 충북도청 본관 근접지역에 지어진 도지사관사는 전면은 양식으로 후면은 일식으로 만들어 외부 접견실과 주 생활공간을 구분한 절충식 건물로 희소성이 있다.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라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존하는 것에 못지않게 일반인들이 문화재를 가까이 접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5·31 지방선거 때 시민단체에서 도지사관사를 개방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것도 생각났다. 도지사 관사라서가 아니라 등록문화재라서 꼭 보고 싶은 나의 바람이 이뤄질 날을 기다린다.

등록문화재 제355호 '청주 동부배수지 제수변실'

대성동에 있는 '청주 동부배수지 제수변실'이 등록문화재 제355호이다.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아뿔싸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이 곳은 제한구역이므로 무단출입을 금합니다'라고 써있는 청주시장의 경고문이 문 앞에서 맞이한다.

탑대성동사무소 인근에서 뒤편의 산을 올려다보니 나뭇가지에 가렸지만 희미하게나마 제수변실이 보여 아쉬움을 달래게 했다. 1911년 4월에 착공해 1923년 3월에 완공한 '청주 동부배수지 제수변실'은 배수지의 배수량 확인 및 흐름을 조절했고 우리나라에 축조된 수도시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높이 3.5m의 콘크리트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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