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로망, '눈물'과 '포옹' 볼 수 있을까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6기 인턴 6명은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24시간 동안 인천국제공항에 머무르며 여름휴가 성수기의 공항 모습을 취재해 보았습니다. '동수의 여름휴가 이야기'를 통해 공항의 편의시설을, '인천공항 사람들'을 통해 인천공항 직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또 6일 출국하던 '인라인 롤러 스피드 스케이트 국가대표팀'과 '공항 의료센터 전문의'를 만나보았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
[오마이뉴스 김귀자·김주현 기자]
▲ 인천국제공항에선 무슨일이? |
ⓒ2007 김귀자·김주현 |
지난 5일 일요일 오후 5시. <오마이뉴스> 6기 인턴기자 6명(팀명 '오마이 아이돌')은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공항 리무진 버스에서 내린 그들 중 몇 명은 인천국제공항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한 듯, 막 상경한 시골아이들처럼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했다. 사각형의 회색빛 석조건물과 햇살이 비치는 투명한 유리창은 '깔끔' 그 자체였다. 공항 3층에 있는 출국장은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오마이 아이돌'은 일단 공항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1박2일에 걸친 그들의 특명은 '인천공항에서 24시간 죽치기'.
첫째날은 떠남의 설레임이 넘쳐흐르는 출국장
그들은 공항 3층 입구에 모여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오마이 아이돌은 2인 1조, 3팀으로 나누어 각각 인천공항 내 사람들 취재와 입출국장 스케치, 공항 내 편의시설 체험을 맡았다.
사람이 붐비는 공항의 자유로운 에너지,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기대에 부푼 표정, 각각의 유니폼을 입은 다양한 공항 직원들의 모습. 오마이 아이돌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기대하며 각오를 다졌다.
오마이 아이돌은 "출국장에서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눈물의 이별 장면과 포옹을 볼 수 있겠지?"하며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 같은 이별장면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을 가는 가족 및 학생들·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평범한 사연이 많았다.
[출국장 풍경 베스트 ①] 베트남 집짓기 봉사활동 참가, '봉사족'
공항 내 패스트푸드점 앞 바닥에 주저앉아 햄버거를 먹는 무리가 보였다. 언뜻 보기에도 그들 모두 여행을 앞둔 기대감으로 가득 차 보였다. 질문 하나에도 서로 대답해주려는 모습에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8박9일 동안 집짓기 봉사활동을 하러 떠난다는 그들은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모임이었다.
중학생인 유한나(13·여)는 "방학이지만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서 간다"며 "부모님과 떨어져도 참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봉사모임에서 가장 어린 학생이었다.
대학생 김상영(21·남)씨는 "남들은 사서 고생이라고 말하지만 앞으로 9일은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아프간 피랍 때문에 해외 봉사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지만 최선을 다해 무사히 마치고 올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출국장 옆을 둘러싼 유리창에 몇몇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보는 것인지 궁금했던 '오마이 아이돌'의 멤버인 귀자와 주현은 같은 자세로 그 옆에 앉았다. 유리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세관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뒷모습이었다.
귀자는 쭈그리고 앉은 옆 사람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사랑하는 이를 조금이라도 더 지켜보려는 그들의 눈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주현이는 "언니, 그동안 출국장 옆에 이런 유리창이 있는지도 몰랐어"라며 신기해했다.
[출국장 풍경 베스트 ②] 3년간 유학 가는 남자친구 배웅, '눈물족'
예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애인을 보내는 대학생이 아닐까' 싶어 다가가 보았다. 그녀가 뒤를 도는 순간, 그녀의 눈이 빨갛게 충혈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혼자 눈물 흘리는 모습이 너무 처량해 인턴기자 2명은 차마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무슨 사연인지 참다못한 주현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메이는 목소리를 추스르며 "남자친구를 3년 유학길에 보내는 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 심정이 어떠냐고 귀자가 질문을 했지만, 그녀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죄송해요. 제가 지금 감정 정리가 안 되네요"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가버렸다.
캐나다 유학 중인 김서영(22·여), 김보람(23·여) 자매는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왔다. 같은 캐나다 땅에 있으면서도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어 학기 중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먼저 캐나다로 돌아가는 동생을 배웅하러 나왔다는 언니 보람씨는 "항상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올 때는 좋지만, 이렇게 헤어질 때는 눈물을 펑펑 쏟게 된다"며 동생에게 건강하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출국장 풍경 베스트 ③] 공항에서 밤새 이야기 한다, '수다족'
저녁 9시 40분경 출국장. 의자 한 켠에서 재밌게 수다를 떨고 있는 20대 여성 2명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5시간째 공항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중"으로, 공항에서 하룻밤을 완전히 샐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날 낮 12시 비행기로 미국으로 출국하는 김보미(22)씨는 "둘 다 외국에서 지내다보니 만날 시간이 없다"며 오늘밤을 공항 사우나장에서 보내겠다고 했다.
밤이 깊어지고, 오마이 아이돌은 슬슬 잘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매체에 공항 4층에 잠자기 좋은 곳이 있다고 소개된 것을 보고 온 그들은 4층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 곳은 없어졌는지 쉴만한 곳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직원들에게 문의해 보았지만 그런 장소는 없다는 답을 들었다. 손님들이 편하게 잠자기 좋은 장소는 보딩패스를 내고 들어가는 4층 항공라운지 근처라는 것이 그들의 답변이었다.
잠자리를 찾다 지친 오마이 아이돌은 지하 1층에 있는 나무의자에 누워 잠을 청했다. 딱딱하고 차가운 의자 위에서 뒤척이는 인턴기자 6명. 난생처음 공항에서 하는 '노숙'이라 불편해 하는 듯 했다.
둘째날, 만남의 기쁨이 뚝뚝 떨어지는 입국장
8월 6일 오전. 동이 밝아오기 전부터 입국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며칠간, 몇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고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순간만큼은 그 기색이 말끔하게 걷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있던 전날의 출국장보다는 활기가 덜했지만, 곧 입국할 가족들을 기다리는 사람들로부터 약간의 긴장감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국장 풍경 베스트 ①] 중국친구와 교류해요,'환영파'
입국장 한 켠엔 중국 신민시에서 오는 친구들을 기다린다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김포시-신민시 국제교류 활동을 신청했다는 그들은 "중국 신민시와 군포시가 교류를 맺어 중국 친구들과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며 "지난 22일부터 28일 저희가 중국 친구 집에, 그리고 오늘부터는 그 친구가 저희 집에 머무른다"고 말했다. 그들은 플래카드에 꽃다발까지 각자 준비해와 눈길을 끌었다.
[입국장 풍경 베스트 ②] 드디어 <러브 액추얼리>, '포옹파'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포옹 장면을 보여주는 외국인 커플도 있었다. 그들은 바쁘다면서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귀자와 주현의 눈에서 멀어질 때까지 꼬옥 껴안은 채로 걸어갔다.
친구들 2명과 함께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박하나(26)씨는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서운했지만 이렇게 입국하니 역시 한국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국공항보다 인천국제공항이 넓고 깔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에겐 여행이 끝난 아쉬움보다는 한국 땅을 며칠 만에 다시 밟은 반가움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
한 여학생과 부모님이 반갑게 재회하는 모습이 눈이 들어왔다. 16일간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프랑스 여행을 했다는 동두천외고 1학년 박상은양은 "한국음식이 그리웠지만, 그보다 부모님을 뵐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며 부모님의 목을 꼬옥 껴안았다.
[입국장 풍경 베스트 ③] 아직 얼떨떨해요, '해외파'
중국인 무리가 보여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는 'Thang Shuang'씨는 "한국에 오니 기쁘다"며 "한국이라는 나라가 좋아 꼭 한번 오고 싶었다"고 기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어 그는 친구들과 함께 3일 동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내내 웃는 그들의 표정에서 앞으로 펼쳐질 한국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입국장의 문이 열릴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들 대부분의 눈길은 배웅 나온 가족들을 찾고 있었다.
[인천공항 에피소드 ①] 면세점에서 쇼핑하다 비행기 놓쳐
모 여행사 직원의 말에 따르면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다 비행기를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고 한다.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라고. 공항 면세점이 아무리 좋아도 비행기 시간은 체크하는 센스가 필요.
[인천공항 에피소드 ②] 세계 각국 동전 모아 유니세프에 기증한 할아버지
흰 비닐봉지에 동전을 가득 담아 오신 할아버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동전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고 싶다고 익명으로 공항에 맡겼다. 안내데스크 직원이 뽑은 감동 사례 1위.
[인천공항 에피소드 ②] 세계인을 사로잡은 토종 초콜릿
고추장·김·옥수수·고구마·복분자·소주·밤 등 한국 토종의 음식 맛을 그대로 초콜릿으로 재현해 냈다. 특히 고추장 초콜릿은 진짜 고추장과 같은 매운 맛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매장 직원은 초콜릿을 사기 위해 일부러 공항을 들리는 단골손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3층 출국장 백화점 매장에서 구입 가능하다. 원하면 시식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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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자·김주현 기자
덧붙이는 글김귀자·김주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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