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춤이 진짜다, 네 춤을 사랑한다"

2007. 8. 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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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우성 기자]

▲ 지난 5월 잠실에서 열린 세계 배틀 4 다 넥스트 레벨 대회에서 락킹댄스 부문 결승전에서 돈 캠 벨락씨가 챔피언 김혜랑씨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있다.
ⓒ2007 김혜랑

어릴 적에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 댄스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춤이 좋아 춤만 추다 2004년에는 '서울파티'에서 팝핑 댄스 부문 우승을 했다. 2005년 '재팬 댄스 딜라잇'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3위 입상을 했다. 세계대회 챔피언들만 참여하는 2007년 '세계 배틀 4 da next level(포 다 넥스트 레벨)' 대회에서 락킹 댄스 부문에서 드디어 왕중왕이 되었다. 월드 댄싱퀸이 된 것이다.

락킹 댄스를 처음 만들었고 '포 다 넥스트 레벨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돈 캠 벨락'씨는 댄싱퀸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너의 춤이 진짜다. 나는 너의 춤을 사랑한다"고. 자신이 추는 춤의 창시자로부터 인정을 받고서야 지금까지 걸어온 춤의 인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프로 댄서 김혜랑.

아직 24세의 젊은 나이지만 가요계 정상을 누비고 있는 이효리, 장우혁, 천상지회의 춤을 안무했고, 연세대학교에 출강하면서 대중예술의 분야로서 스트리트 댄스의 학문적 자리매김에 몰두하고 있는 월드 댄싱퀸 김혜랑씨를 지난 7월 31일 만나 그의 춤과 인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세계적 댄서들과 겨뤄 스트리트 댄싱 퀸 등극

▲ 화려한 의상과 멋진 춤으로 무대를 휘젓는 월드 댄싱퀸
ⓒ2007 김혜랑

- 세계배틀 4 da next level(포 다 넥스트 레벨)은 어떤 대회인가요.

"국내에서 열리는 최고의 스트리트 댄스 솔로 배틀 대회죠. 세계적인 대회에서 챔피언을 한 적이 있는 세계 최상의 댄서들 20여명이 게스트로 참여했어요. 한국 최고의 댄서들이 세계챔피언들과 경합하여 누가 정말 세계 최고의 댄서인지 가려보자는 그런 대회였죠. 한국사람들은 예선전을 치르고 해외 초청팀들은 16강 본선부터 경합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어요."

- 스트리트 댄스계의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였군요.

"올해 5월에 개최됐는데 저는 락킹 댄스 부문으로 나갔어요. 외국 게스트가 4명이었는데, 미국의 '일코스비', 일본 고고브라더스의 '유', 프랑스의 '지미소울', 타이완의 '아가'였죠.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엄청 유명한 사람들이죠. 프랑스의 지미소울은 8강에서 저랑 붙어서 떨어지고 일본의 고고브라더스의 유는 저랑 준결승에서 붙었는데 제가 이겼어요.

일본 고고브라더스의 유는 지금까지 시합에서 져 본 적이 없는 남자 댄서인데 저한테 지고는 울었대요. 조그만 한국 여자한테 지니까 분해서. 결승전에서는 같은 한국인끼리 경합을 했어요. '유리'라고. 개인적으론 제 후배였는데 결승에서 서로 겨루게 되었어요."

- 한국에서 개최한 대회라 한국인들에게 유리했던 것은 아닌가요.

"아무래도 관객들은 한국사람들이니까 한국편이었겠죠. 그렇지만 심사위원들은 한국사람이 아니었어요. 심사위원들은 각 장르별 춤의 창시자들로 구성되었어요. 그분들이 직접 심사를 했으니 공정했겠죠. 그래서 참여한 댄서들의 열기도 이전보다 더 대단했죠."

"락킹 창시자 칭찬이 1등한 것보다 더 감동적"

- 춤의 창시자들이 심사를 하다니요.

"스트리트 댄스에도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힙합, 하우스, 비보이, 팝핑, 락킹 등. 예를 들면 제가 출전한 분야가 '락킹'인데 이 춤의 창시자는 '돈 캠 벨락'이에요. 이분이 직접 락킹에 참여한 댄서들의 실력을 심사한 거죠."

▲ 대회 챔피언이 된 후 락킹 댄스 창시자 돈 캠 벨락씨와 함께
ⓒ2007 김혜랑

- '락킹' 창시자인 '돈 캠 벨락'씨를 만나 보셨나요.

"대회 당일 하루 전에 워크숍이 있었어요. '돈 캠 벨락'씨가 온다는 말을 듣고 꼭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워크숍에 갔었어요. 그분의 말씀을 통해 제가 추고 있는 락킹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대회가 끝나고 잠시 그분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돈 캠 벨락'씨가 저한테 '네 춤이 정말 락킹이다. 너의 춤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사실 이 말이 저에게는 대회 1등한 것보다 더 감동적이고 황홀했어요."

- 락킹춤의 창시자가 그런 이야기를 했단 말이죠.

"제가 추는 춤을 만드신 분이 저의 춤을 보고서 '네가 진짜다'라고 하는데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 말씀을 들으니 '그래도 내가 바르게 걸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데요. 아무튼 너무 좋았어요."

- 대회 당일 컨디션은 좋았나요.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근데 시합하는 날이 제가 다니는 증산도의 2대 도주(교주)이신 태모님 성탄절이었어요. 제가 댄스 대회로 인해 그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게 좀 죄송스러웠죠. 그래서 시합에 더 열심히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재팬 댄스 달라잇'에서 한국인 최초 입상

- 그랬군요. 일본에서 개최된 댄스대회에서도 입상했다던데.

"'재팬 댄스 딜라잇'이라는 대회인데 일본에서 열리는 가장 큰 스트리트 댄스 대회에요. 각 지역별로 나눠져 있는데, 오사카에는 오사카 댄스 딜라잇, 동경에는 도쿄 댄스 딜라잇 식이죠. 각 지역 댄스 딜라잇에서 3등 안에 들어야 재팬 댄스 딜라잇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니까 재팬 댄스 딜라잇은 마지막 결승전에 해당하는 거죠."

▲ 2005년 재팬 댄스 딜라잇에서 위너스 트루 팀으로 출전하여 3위를 한 후 팀동료와 함께
ⓒ2007 김혜랑

- 몇 등 했나요.

"'위너스 크루' 팀의 여성멤버로 출전해서 3등 했어요. 종목은 팝핑댄스였죠. 근데 우리나라 사람이 '재팬 댄스 딜라잇'에 출전해서 상을 탄 적이 없었어요. 제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재팬 댄스 딜라잇'에서 상을 탔어요."

- 최초로 입상했다니 대단하네요.

"여자가 팝핑 춤을 춘다는 게 신기했던가 봐요. 팝핑이 남자처럼 관절을 뚝뚝 꺾으면서 추는 춤이거든요."

- 일본 댄스 대회는 어땠나요.

"행사는 깔끔하게 진행되었어요. 대회에 참가하는 일본 댄서들은 대회 당일까지도 열심히 연습할 정도로 비장한 모습이었고요."

- 비장이라… 근데, 댄스대회인데 즐기는 마음으로 출전하는 게 좋지 않나요.

"일본 댄서들은 감성적인 부분보다 분석적이고 이성적인 면이 뛰어난 것 같아요. 댄스도 예술인데 자기감정에 따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야 하는데 일본 댄서들은 뭔가 아구가 딱딱 맞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 월드 댄싱퀸을 증명하는 메달과 상패
ⓒ2007 조우성

-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춤을 펼쳤나요.

"대체로 팝핑은 막 힘을 주고 춰야 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하기 힘든 분야예요. 그래서 강한 느낌, 뻥뻥 터지는 느낌의 춤을 추기 위해서 많이 훈련했어요. 일본사람들이 그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나봐요."

- '팝핑'에 무슨 뜻이 있나요.

"별 뜻은 없어요. 춤을 출 적에 동작을 절도 있게 꺾으면서 무술할 때 기합 내듯이 팝~ 팝~ 소리를 내니까 옆에서 듣던 사람들이 팝핑이라고 불러준 거죠. 그래서 팝핑이 된 거예요."

- 대학교에 강의도 나간다던데.

"연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어요."

-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어때요.

"교양과목인데 수강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춤을 한번도 배워 본 적이 없어요. 처음에는 힙합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제대로 된 힙합댄스를 가르쳐보겠다고 비장한 마음으로 강의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돼요. 그래서 지금은 학생들에게 흥미나 재미를 느끼게 하려고 춤도 보여주고 같이 댄싱도 하고 그래요."

▲ 자신감과 열정으로 나의 꿈과 희망에 도전한다
ⓒ2007 조우성

- 스타가수들의 안무도 많이 맡았다던데.

"이효리, 장우혁, 천상지회, 원더걸스 등 댄스가수들의 안무를 맡았어요."

"고등학생 때 공연 보고 부모님이 적극 지원"

- 그렇군요. 춤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동시에 시작한 것 같아요. 봄방학부터."

- 춤을 추게 된 동기는 뭐예요.

"제가 어릴 적에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한번 그런 꿈을 꾸잖아요. 그래서 아버지를 졸라 댄스학원에 등록했어요. 춤을 좀 배워서 가수를 할까 해서요. 아버지께서 좀 열린 분이라 '그래 한번 해봐라'고 허락하셨어요."

- 아버님께서 순수히 동의하셨나 봐요.

"연예인 되는 것은 반대하셨는데 뭔가 배우는 것은 좋다고 댄스학원은 허락하셨어요. 뭐든지 한번 해보라고 밀어주셨어요."

▲ 춤이 좋아 춤을 추는 프로댄서
ⓒ2007 조우성

- 가수를 지망한 것을 보면 노래도 꽤 한 모양이에요.

"그렇지는 않고요. 그냥 어린 마음에 그냥 그랬어요. 지금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요. 그냥 댄스로 만족해요."

- 보통 그러면 학교수업과 병행이 힘들 텐데 어때요?

"출석은 잘 했어요.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를 한 것은 아니고요. 학교와 선생님께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녔어요."

- 그럼 춤은 언제 배웠나요.

"어머니가 제가 춤에 뜻이 있는 것을 아시고 미리 학교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했어요. '얘는 댄스학원에 다녀야 하니까 조금 일찍 학교를 끝내고 가야 된다'고."

▲ 자신이 운영하는 댄스학원에서
ⓒ2007 조우성

- 엄마들은 보통 공부 잘하기를 바라던데 혜랑씨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처음에는 엄마도 반대했어요. 근데 제가 출연한 공연을 한번 보시더니 달라지셨어요."

- 어떤 공연이었나요.

"고등학교 때 동네에서 조그만 공연을 했어요. 아버님 어머님이 함께 보러 오셨는데 끝나시고 나를 부르시더니 '너 잘하더라. 앞으로 열심히 해봐라. 이쪽으로 나가 봐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무대에 나가서 나름대로 열심히 춤추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던가 봐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어요. 인정받은 거죠."

- 학원에서 춤을 배울 때 어땠어요.

"저는 처음 춤을 출 때부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하고 잘 맞았어요. 이전에 제가 춤을 한번도 배워 본 적이 없었어요. 근데 학원에서 처음 춤의 기초동작을 익히는 저를 보고서는 선생님이 1년 정도 춤을 춰 본 사람 같다고 했어요. 그랬을 정도로 춤이 왠지 좋고 흥미로웠어요."

-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하나요.

"학원생들에게 가르치는 시간 빼고 하루에 2시간 정도요.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바빠요."

"스트리트 댄스가 대중예술로 자리잡게 만들고 싶어"

- 춤을 추면 체력소모가 심할 텐데 몸 관리는 어떻게 해요.

"춤을 추다보면 어깨가 되게 무겁고 피곤해져요. 그렇다고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픈 적은 없어요. 체력관리를 위해 한식을 많이 먹고 가끔씩 스포츠 마사지도 받아요. 인스턴트 음식은 잘 안먹어요. 그리고 매일 아침에 태을주 수행을 하고 있어요. 수행을 하고 나면 몸이 엄청 가뿐하고 부드러워져요."

▲ 스트리트 댄스가 대중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잡기를 바라면서...
ⓒ2007 조우성

- 그런데, 태을주가 뭐예요. 기체조 같은 것인가요.

"증산도에서 가르치는 수행법인데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불경 읽듯이 태을주라는 주문을 읽는 거예요. 그러면 몸에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 차게 되어 활력과 의욕이 넘치고 정신도 편안하고 맑아져요."

- 그렇군요. 춤을 추면서 힘든 것은 없나요.

"스트리트 댄스를 단순히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한 영역으로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무지 힘든 것 같아요. 역사도 짧고 여건 성숙도 미비해서."

- 앞으로 계획은.

"제가 최근에 오디션을 통해 팀을 만들었어요. 이 팀으로 그냥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대중예술의 한 영역으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끔 노력할까 합니다."

/조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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