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꽃' 매력에 빠져~봅시다!

2007. 6. 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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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김은진 넷포터]

◇ 13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가람농원에서 우종대·강덕녀 부부가 클레마티스로 뒤덮인 벽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이렇게 가느다란 줄기에서 봉오리가 맺히는 걸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뻐근해져요. 엄마가 아기를 잉태하는 것처럼 온 힘을 다해서 줄기에 수십 개의 '꽃등'을 달고 담장과 벽을 수놓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입니다."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의 한 농원에는 '귀족 꽃'이라고 불리는 클레마티스가 자라고 있다. 한때 영국의 왕가에서만 키웠다던 클레마티스는 유럽에서는 이제 흔히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희귀한 품종이다. 이 꽃의 매력에 푹 빠진 두 사람이 있다. 바로 20년째 가람농원(www.clematisland.com)을 운영하고 있는 우종대(50)·강덕녀(45)씨 부부.

이들은 지난 89년부터 국화, 샤피니아 등 각종 꽃을 재배해 온 베테랑이지만 이 '귀족 꽃'을 들여온 후부터는 온 힘을 쏟고 있다. 우씨 부부의 '클레마티스 재배기'를 살짝 엿봤다.

화가도 울고 간 '라인'에 빠져

이들 부부가 클레마티스를 알게 된 건 일본의 한 꽃잡지를 통해서다. 부인 강씨는 "당시 일본에 자주 드나들던 지인이 가져온 잡지를 보다가 클레마티스를 알게 됐다. 처음 보는 품종인데다 꽃이 너무 예뻐서 키워보고 싶었다"며 클레마티스를 재배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필'이 제대로 꽂혔다는 얘기.

우씨는 클레마티스의 매력이 바로 이 'S라인(?)'에 있단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물결치듯 구불구불한 꽃이 있는가 하면 뾰로통한 입술처럼 잎끝이 날렵하게 모아져 있는 꽃도 있다. 그야말로 '선'이 살아있는 꽃잎이다.

"평소 꽃을 즐겨 그리는 한 화가에게 클레마티스를 그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꽃잎의 라인이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웠는지 그 선을 표현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도망가버릴 정도였다."

우씨 부부는 같은 종이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꽃을 피워내는 클레마티스는 평생 봐도 싫증나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꽃이라고 자랑했다.

클레마티스로 꽃핀 우정

우씨 부부가 클레마티스를 대량으로 생산하기까지는 일본을 넘나들어야 했던 어려움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큰꽃으아리 외에 우수한 종자를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난 2002년 일본 복도현으로 건너가 20여년의 노력 끝에 좋은 종자를 개발했다는 한 육종가를 만났다. 그를 만나 8개의 품종을 구하고 '품종을 교잡해 신품종을 늘릴 경우 로열티를 지불한다'는 각서까지 쓰고 클레마티스를 독점계약했다.

육종가인 미야타 후쿠타로(78)씨는 이후 이들 부부의 노력에 감탄해 많은 도움을 주고 통역까지 대동하고 해마다 꼬박꼬박 한국을 방문해 친목을 다지고 있다.

우씨는 "소년같이 순수한 분이고 항상 공부하려는 준비가 돼 있는 분"이라며 "1년에 2번정도 집에 오시는데 얼마전엔 아예 옷가지를 싼 큰 보따리까지 가져다 놓았다"면서 미아다씨와의 우정을 자랑하기도 했다.

◇ 가람농원의 지킴이 우종대·강덕녀 부부가 다정한 한때를 연출하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귀족'을 모시듯 세심하게

클레마티스는 '귀족'이라는 별명답게 재배하기 어려운 꽃으로 알려져 있다. 품종마다 개화 시기나 습성 등이 각각 다르고 심지어 같은 종이라도 온도에 따라 꽃잎 수가 다르게 나온다니 보통 민감한 꽃이 아니다. 클레마티스를 대량생산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씨는 클레마티스를 미세한 차이까지 선별해서 재배해야하기 때문에 머리에 쥐가날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이들 부부는 5년 동안 꾸준히 노력을 거듭해 백색과 보라, 연보라, 연분홍, 자홍 등 150종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꺾꽂이를 했을 때 쉽게 뿌리를 내리기에 만만하게 봤는데 다른 곳에 옮겨심기만 하면 죽어버렸다. 꽃의 성격이나 재배원리, 생태를 잘 몰랐던 때라 당시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영국 왕실에서만 키웠다고 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꽃이라 먹고 살기도 바쁜 서민들은 정말 키울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클레마티스는 기후와 날씨에 민감해서 수분을 조절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가람농원에서는 현재 8명이 함께 일하고 있지만 물 주는 일은 절대 남에게 넘겨주지 않는다고 한다. 꽃잎과 이파리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5만본의 꽃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물주기로 하루의 절반이 지나버릴 정도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두 사람의 클레마티스에 대한 사랑을 식게 할 순 없을 것 같다.

"'마법의 샘'이라는 꽃은 봉오리 때 색이 희미하다가 피어나면서 정말 마법처럼 색깔이 바뀐다. 그걸 지켜보는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조금씩 풀어나가는데 점점 중독되고 있다. 좀 더 키우기 쉬운 꽃이었다면 이정도로 빠져들진 않았을 것 같다. 정말 클레마티스에게 물어보고 싶다. 넌 어떤 녀석이냐고. "

'클레마티스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꽃이다. 아직도 알아가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우씨 부부는 앞으로도 클레마티스의 매력에서 쭉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클레마티스는 어떤 꽃?

수백가지 품종, 형형색색 꽃잔치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통칭인 클레마티스는 온대지방에 230여종이 있고 국내에도 20여종이 있다.

대부분 덩굴성이지만 줄기가 곧게 서는 것도 있다. 1년에 1~4m까지 자라며 신초의 4번째 마디부터 7∼8마디 째에 1∼5송이의 꽃이 핀다.

꽃이 일찍 피는 것은 3월부터 4월에 걸쳐 꽃망울을 부풀리기 시작해 4월 하순부터 꽃을 피운다. 사철피기 품종은 10월까지 여러번 꽃을 피우게 된다.

클레마티스는 대부분 낙엽성이어서 가을부터 잎이 마르기 시작해 겨울이 되면 줄기만 남아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포기는 살아 있다. 겨울에는 휴면에 들어가는 것인데 이때 가지치기는 이듬해 봄의 개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꽃은 아니지만 이미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생육조건이 다르면 같은 품종이라도 다른 모양의 꽃을 피우는 등 꽃을 볼 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기 때문.

클레마티스는 같은 꽃이라도 유럽에서 자란 것들은 일단 크기가 크고 색깔이 화려한데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피는 꽃들은 작고 단아한 멋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 꽃을 물에 띄우거나 가까이 두고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감상한다고 한다.

클레마티스는 살로메, 미스 베이트맨, 닥터 러플, 프레지던트, 킹에드워드, 안단테 등 그 품종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하다. 대부분 육종가의 이름을 따라 짓지만 꽃의 모양이나 특성을 반영한 이름도 있다.

살로메는 19세기 니체와 릴케의 연인이었던 '루 살로메'라는 여인처럼 매혹적인 꽃이다. 미스 베이트맨은 살로메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흰 꽃받침에 자주색 꽃잎이 포인트를 주고 있어 좀 더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또 킹에드워드는 이름답게 보랏빛 꽃받침을 활짝 펼치고 있어 당당해 보인다.

◇ 왼쪽 위부터 닥터러플, 살로메, 킹에드워드, 미스베이트맨. ⓒ 가람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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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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