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30만원 경품 당첨은 기본".. '당첨 고수'의 세계

2007. 5. 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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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인터넷 클릭 몇 번만 해도 푸짐한 경품을 내건 이벤트가 즐비하다. 대기업부터 개인 영업장 이벤트까지 모두 합치면 하루 수백 개는 된다. 그야말로 '경품 춘추전국시대'.

기회가 많아서인지 '당첨 고수'도 많다. 경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 달간 받은 경품을 정산하며 다음 달을 기약한다. 필요없는 물품은 서로 나누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 다음 '경품으로 살림 장만하는 사람들(cafe.daum.net/daumgift)' 과 네이버 '경품전문가카페(cafe.naver.com/giftday)'가 대표적이다. 하루 1000여명씩 이곳을 다녀가며 경품 대박을 꿈꾼다.

◇ "용돈요? 취미 살려 경품으로 벌죠"

휴학생 전모씨(21)는 한달 평균 30∼40만원 가량 경품에 당첨되는 '경품 고수'다. 170만원을 벌어들인 '대박' 달도 있었다. 전씨는 영화 감상문이나 신간 리뷰을 쓰는 응모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영화 감상과 독서 등 취미를 살려 2년 전 이벤트 경품 세계에 입문했다. 경품 커뮤니티에서 이벤트 일정을 수집한 뒤 하루에 30∼40분 정도 경품용 글쓰기에 시간을 투자한다.

경품 대부분은 책 DVD 화장품 등이다.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여성용품을 받아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는 "몇 년간 화장품 구입이나 문화생활에 돈을 쓴 적이 없다"며 "아기용품 등 필요없는 물건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되팔아 용돈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전씨는 일상을 꼼꼼히 메모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제에 맞는 이벤트 생기면 평소 모아뒀던 작문과 사진을 다듬어 제출하기 위해서다.

전씨는 "경품 응모를 하다보니 글쓰기 실력이 늘었고 당첨되면 내 글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며 "비싼 것보단 필요한 물건을 받을 때 더 기쁘다"고 말했다.

전씨가 4월 한 달간 받은 경품은 신간 5권과 10kg짜리 쌀 한 포대, 화장품 2개, 음료수 9박스, 영화예매권 2장, 22만원 상당 상품권, 선물세트 등이다.

◇ "50% 운과 50% 노력이 만나 백전백승"

김모(31)씨는 우연히 인터넷 경품 이벤트에 참여해 제법 값 나가는 가전제품이 당첨된 뒤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영업을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이벤트에 참여해 살림살이에 보태고 있다. 생필품, 여자친구 선물, 외식비용은 대부분 경품으로 충당한다.

김씨는 "경품 응모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두 달 정도 지났는데 생활비가 절반 가량 줄었다"고 자랑했다.

꼼꼼한 성격인 그는 이벤트 달력을 직접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매일 꾸준하게 응모해야 할 이벤트를 체크하고 수시로 생기는 이벤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당첨 노하우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이벤트를 공략하는 것. 규모가 큰 이벤트보단 경품이 작은 소규모 이벤트를 노리는 편이다.

김씨는 "열심히 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다"면서 "경품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경품을 기대하며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품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경품 카페 회원은 대부분 욕심에 눈 먼 사람이 아니라 절약의 지혜를 아는 알뜰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보험 관련이나 작은 회사에서 하는 이벤트는 개인 정보 유출 우려 있으니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4월 한 달 동안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 공기청정기, 헤드셋, 10만원 상당 의류 상품권, 5만원짜리 식사 상품권, 영화티켓 4장, 휴대전화 악세사리 4개 등을 받았다.

◇ "라디오 시절부터 경품 마니아였죠"

송모(25·여)씨 학창시절 친구가 라디오 사연에 뽑혀 의류 교환권을 받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경품 응모를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째 경품 이벤트에 빠져 있다.

송씨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 단순 응모보다 결과물을 요구하는 형태의 이벤트를 찾아 집중 공략하는 것. 라디오 사연이나 동영상 UCC 등에 주로 응모한다. 인기 프로그램보단 청취자가 적은 라디오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는 "잘 찾아보면 당첨자보다 응모자가 적은 이벤트도 많다"며 "경쟁률이 낮아 '응모하면 당첨되는' 프로모션을 찾는 게 나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주위 사람들한테 경품 응모를 추천하지만 대부분 끈기가 부족해 중간에 포기한다"며 "작은 노력이지만 꾸준히 해야 결실이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4월 한 달동안 한과세트, 2만원 상당 식사권, 22만원짜리 화장품 세트, 여성용품 5만원어치, 생식세트, 칫솔 건조기, 문화상품권 등에 당첨됐다.

◇ 경품 마니아 울리는 얌체 업체

가끔 경품 마니아의 기쁨을 빼앗는 얌체 업체도 있다. 가짜 응모를 개최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벤트에 당첨됐지만 경품을 제공하지 않는 것.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에는 경품 관련된 피해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온라인 복권을 응모해 자동차에 당첨됐는데 전산 오류라며 발뺌하는 업체, 5만원이상 경품을 받을 때 내야하는 제세공과금만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품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제세공과금을 많이 물게 해 결국 물건을 제 돈 주고 사는 황당한 경우와 경품으로 받은 명품 목걸이가 나중에 짝퉁으로 판명 난 사례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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