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변호한다..인간미 넘치는 쇼

2007. 4.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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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MBC <무한도전>만의 매력은 출연 개그맨들의 각기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에 있다.

유재석은 멤버들의 불협화음을 통제하는 역할이지만 은근히 잘 삐치는 캐릭터. 박명수는 호통개그의 일인자로 무조건 소리치고, 정준하는 몸이 40대에 가깝지만 마음이 초등학생인지라 순진해서 자주 속아 넘어가는 캐릭터다.

◇ 노홍철 ⓒ 사진=NEWSIS

정형돈은 건방진 면과 마음 여린 면을 동시에 지닌 인간적인(?) 청년의 캐릭터. 노홍철과 하하는 개구쟁이 막내 동생들로 나와 형님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는다.

저마다 성격이 달라 충돌하지만, 마음만은 하나같이 순수해 싸우고 난 뒤 금방 친해지는 구도다. 학창시절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무한도전>이 지난 2005년 <무모한도전>으로 출범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있다.

무모한도전 및 무리한도전은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 기계와 세차대결 등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종의 시각, 눈요기에 중심을 둔 것.

그러나 <무한도전>부터는 인간 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중의 공감을 샀다. 무한도전 팀원들이 노홍철의 깔끔한 집을 쳐들어가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뒤 그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 한 예다. 정형돈 집에 무작정 찾아가 이사를 도와주는 상황설정도 그렇다.

하나마나 행사 도중 차안에서 대기할 때 부끄러워하던 멤버들의 모습도 연예인답지 않은 매력이다. '이영애 무한도전' 전화통화 편에서는 개그맨 김미진이 이영애 목소리를 흉내 내 순진한 멤버들이 모두 속아 넘어갔다.

인간으로서의 꾸밈없는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 흥겹다. 멤버들의 일상생활 반영이 곧 <무한도전>의 컨셉이자, 토요일 오후 동시간대 공중파 케이블 모두 포함 시청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러나 잘나가면 태클부터 거는 게 일부 네티즌들의 습성일까.

거침없이 질주하던 <무한도전>이 16일 모방논란에 휩싸여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과거 방송분에서 웃음 아이템으로 사용한 몇 가지 꽁트가 일본 예능 프로그램과 유사하다면서 '무한도전 표절'을 지적한 것.

물론, <무한도전> '패션쇼'가 일본 간판 버라이어티 '런던하츠'에서 코미디언 아오키사야카기가 파리콜렉션(2005년 10월 방영)에 도전한 상황과 유사한 점이 있긴 하다.

아오키사야카는 프랑스 패션쇼에 도전하기 위해 눈물겨운 체중조절과 모델 걸음걸이 연습 등 피나는 노력을 했다. 무한도전 팀이 모델과 나란히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비슷한 요소가 있다.

그러나 이는 유사한 성격을 지닌 프로그램이라고 판단될 뿐, 표절로 단정 짓기엔 문제가 있다. 큰 틀에서 보지 않고 꽁트의 한 단면이 유사하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내용이 겹칠 소지가 많은 쇼프로임을 감안할 때, 아이템 몇 가지를 표절범주에 포함시킨다면 국내 방송 프로그램은 전부 모방에서 파생된 작품으로 정의해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많다.

국내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국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는 미국의 환상특급 시리즈를 차용했다. 내용은 미국판과 전혀 다르지만 신비한 이야기라는 주제가 같다. 따라서 무한도전 표절이라고 주장한다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영화 및 영화촬영기법, 만화기법, 게임 등 문화 산업 전체도 모방에 모방을 거듭하는 '표절품'이 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이 국내 버라이어티 쇼 분야 중 명실상부한 1위에 올라선 비결은 일본 꽁트와 비슷했던 몇몇 아이템 덕분이 아니다. 최강 MC 유재석과 '거성댄스', '거성체조'의 박명수, '식신' 정준하, '건방진 뚱보' 정형돈, '몸개그의 달인'이자 '돌아이(아이돌을 뜻함)' 노홍철, '단신댄스' 하하의 인간적인 매력에 있다.

평균이하를 자처하는 이들 6명 남자에게 각각 실생활과 유사한 개성적인 성격을 부여한 예능국장 최영근, 기획 여운혁, 연출 김태호, 조연출 김준현, 노시용, 작가 김태희 등 무한도전 제작진 일동의 순수 창작 아이디어에 있다.

무한도전은 국산 순수오리지널 작품이자 국내 예능 쇼 중 가장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 [TV 연예] '하향세' <무한도전>, '시청률 회복 가능할까?'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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