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장은 200만원, 학년대표는 100만원"

2007. 4. 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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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호영 기자] 인천시교육청과 나근형 교육감이 불법찬조금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하고 나섰으나, 정작 일선학교에서는 이를 비웃듯 불법찬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헛구호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불법찬조금 신고센터를 운영 중인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지부장 노현경)에 따르면 이미 인천지역의 상당수 학교에서 불법찬조금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문자메세지로 계좌번호 보내 "찬조금 내세요"

제보에 따르면, 인천의 A고등학교는 학부모회에서 회비 명목으로 직책에 따라 차등을 둬 찬조금을 걷고 있으며, 학부모회 회원들에게 문자메세지를 통해 계좌번호를 보내고 회비를 내지 않을 경우 전화나 문자메세지로 회비 납부를 독촉했다.

이 학부모회는 총학부모회장은 200만원, 학년대표는 100만원, 부회장은 80만원, 감사와 총무는 50만원, 일반회원은 25만원으로 차등을 둬 회비를 걷고 있으며, 체육진흥회나 어머니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각 자생단체의 회원이 한 반에 2~3명인 것으로 볼 때 이 학교의 불법찬조금 모금 규모는 1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회는 찬조금을 통해 교사와의 상견례, 학교행사 시 찬조금 지급, 교사 회식비 등으로 지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부평의 ㅅ중학교도 학부모회가 주축이 되어 학부모로부터 총 800만원 정도의 돈을 걷어 410만원은 2007학년도 학부모 사업계획서에 따른 비용으로 지출하고, 나머지 비용은 학교에 기부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학교 학부모회는 지난 4일 총회를 열어 회원은 10만원, 학년 간부는 15만원, 학년대표는 20만원, 총학부모회 간부는 30만원, 총학부모회장은 50만원을 할당하기로 했다.

부평의 ㅂ중학교는 학부모회에서 학급당 10만원씩의 회비를 할당했다. 이렇게 걷어진 회비 중 540만원을 교사의 간식비로 지출하기로 계획했다.

해당학교들 "우린 모른다, 학부모회 주도로 일어난 일인 듯"

이에 대한 확인 결과, 해당학교들은 처음에는 '처음 듣는 일이며 학교는 모른다'며 학교와의 관계를 일체 부인했지만 객관적인 정황 등을 설명하자 학부모회 주도로 일어난 일인 것 같다고 일부 인정했으며, 사실이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A고교 학교장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지만 "발전기금을 자발적으로 걷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 같고 그런 일이 다시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또 ㅅ중 교감은 "전혀 몰랐던 일이고 수없이 불법찬조금을 걷지 못하도록 학부모 자생단체에 얘기해왔는데 당혹스럽다"며 "알아본 결과 학부모총회에서 사업계획에 관련된 회비를 걷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학부모회에 일체의 회비를 걷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ㅂ중 학교장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라고 말한 뒤 "찬조금이 아니라 학부모회에서 임원들에게 회비 정도만 걷은 것이며, 불법찬조금 모금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해당 학교의 답변은 불법찬조금 모금과 관련해서 학교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학부모들의 주도로 발생된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해당학교의 한 학부모는 "작년에도 일괄적으로 회비를 내서 학교에 보탰는데 학교장이 모른다고 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올해는 또 회비를 올려 돈을 더 많이 모아 학교에 보탠다고 하는데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도대체 얼마나 더 학부모의 주머니를 털려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낮은 징계수위, 교육청 미온적인 지도감시

한편, 나근형 교육감은 지난달 숭의여고 강당에서 인천지역의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을 대상으로 개최한 교육정책 설명회에서 첫 인사말로 "일선학교에서 불법찬조금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를 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교육청도 일선학교에 계속적인 공문발송과 회의를 통한 지시·교육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정작 일선학교에서는 불법찬조금이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적발시 낮은 징계 수위와 교육청의 미온적인 지도감시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시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가 불법찬조금과 관련된 명확한 증거가 밝혀졌을 경우에 한해서만 학교장이 징계를 받는다. 학교가 관련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더라도 학교장이 받는 징계는 주의·경고에 머무르며, 학부모가 주도한 경우 학부모는 돈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노현경 지부장은 "불법찬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교육청이나 일선학교에서는 불법찬조금을 걷어서는 안 된다는 공문과 가정통신문만을 보내고 책임을 다한 것인 양 하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한 학교에 대해서는 학부모가 주도한 경우라도 학교장에게 책임을 묻고, 보다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영 기자

덧붙이는 글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 4월 10일자에 일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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