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속 꽉찬 대게, 싸다 싸"

2007. 2. 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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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찬현 기자]

▲ 먹음직스럽게 가득 쌓인 홍게와 대게, 김이 모락모락~
ⓒ2007 조찬현

출출한 저녁 야식이나 간식으로 홍게와 대게만한 것이 없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속살이 꽉 찬 큼지막한 대게 다리의 속살을 쏙쏙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좋아하는 게를 먹다 보면 가족 간에 정도 깊어진다.

이동 포장마차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영덕대게의 선명한 글씨가 발걸음을 붙든다. 싱싱하고 신선해 보이는 홍게, 대게, 킹크랩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그저 보기만 해도 그 맛깔스러움에 입안에 침이 고인다.

몸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를 닮은 대게는 진흙이나 모래바닥의 아주 깊은 곳에서 산다. 대게는 살이 꽉 차야 맛있다. 다리와 배 부분을 눌러보아 단단해야 살이 꽉 차 있다. 대게는 높은 온도에 저항력이 약해 한류에 살며 작은 물고기나 게, 새우, 오징어, 갯지렁이 등을 먹고 산다.

전국 방방곡곡이 다 그의 일터

▲ 게를 손질하고 있는 이성수씨
ⓒ2007 조찬현

밤거리에서 게를 파는 대게 장사 이성수(47)씨, 그의 일터는 전국이 무대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떠돈다. 해마다 한두 차례 여수와 순천 광양에도 찾아온다. 한번 찾아오면 보름 정도 머물다 간다.

그의 영업은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오후 4시께에 나와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아파트 주변의 목 좋은 길목에서 장사를 한다. 뜨거운 증기에 쪄내는 게는 날씨와 상관관계가 아주 많다. 날씨가 추울수록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시각적인 효과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네요.

"정말 맛있어요. 맛이 끝내줍니다. 이 장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사니까 날씨가 추워야 됩니다."

- 혼자 다니시나요. 숙식은 어떻게 하나요.

"울산에서 동료 5명과 함께 왔습니다. 물건도 함께 구매하고 장사도 함께 다닙니다. 물론 숙식도 함께 하죠."

▲ 홍게와 대게
ⓒ2007 조찬현

대한민국에서 제일 값이 싼 대게

게는 1차 스팀으로 쪄낸다. 손님이 찾아오면 미리 쪄 놓은 게를 뜨거운 물에 따뜻하게 데워서준다. 킹크랩 한 마리에 2~3만원, 대게는 2마리에 2만5천원~3만원, 홍게는 4마리에 1만원이다. 일반식당이나 전문점에 비해 30%에서 많게는 50% 정도 저렴하다.

- 일반 판매점이나 식당과 가격차가 많나요.

"그렇죠, 우리가 제일 싸죠.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싼 값에 팝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쌉니다."

- 게는 어디서 구입합니까.

"홍게와 대게는 경북 강구항에서 가져옵니다. 킹크랩은 강원도 묵호항으로 들어옵니다."

- 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나요.

"가위로 잘라 게의 살을 다 발라먹고 게딱지를 긁어내 프라이팬에 넣고 따끈한 밥과 함께 볶아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이때 신김치와 파를 송송 썰어 넣고 함께 볶아냅니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살짝 떨어뜨려 먹으면 그 맛이 기막힙니다."

그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개월간 전국을 떠돌며 대게 장사를 한다. 서울·수원·청주·대전 등지의 전국의 대도시를 다 다닌다. 맛있는 대게를 값싸게 먹으려면 그들 일행을 찾으면 된다. 저녁에 전국의 어느 아파트 앞에서 장사하는 그를 우연히 만난다는 건 아마도 행운이 아닐까 싶다.

대게 장사 15년, 철따라 품목 바꿔

▲ 킹크랩
ⓒ2007 조찬현

그가 대게를 취급한 건 올해로 15년째다. 외삼촌에게서 일을 배웠다. 철따라 그에 맞는 품목을 선정해 장사를 하는 그는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에서 조개구이를 판매한다.

- 홍게, 대게, 킹크랩 중에서 어느 게가 제일 맛있습니까?

"홍게와 대게 나름의 맛이 있지만, 대게가 더 맛있습니다."

- 집에는 언제 갑니까?

"가져온 물건을 다 팔면 물건 가지러 갈 때 집에 들릅니다. 우리가 일주일 물량을 가져옵니다."

아이들이 게를 사러왔다. 두 자매 중 큰 아이는 큰 게를 달라고 하고, 동생은 엄마가 작은 홍게를 사오라고 했다며 홍게를 달라고 한다. 둘이 서로 엇갈린 주문을 한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는 아이들에게 돈의 액수를 묻는다.

"얼마 주더나?"

"만원이요."

"응, 그러면 이거다. 홍게다."

▲ 홍게
ⓒ2007 조찬현
▲ 홍게
ⓒ2007 조찬현

대게가 팔리고 나면 보관 창고에서 대게를 꺼내와 잘 손질해 진열을 한다. 그는 항상 오후 3시경 이른 저녁을 먹고 장사를 하러 나온다. 식사가 일정치 않다. 언제나 불규칙하다.

-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나올 적에 먹고 나오죠. 자고 나면 한 그릇, 끝나고 나서 한 그릇, 점심 때 먹고 나올 적에도 먹고, 일 마치고 나서도 먹어요. 삼시세끼 먹을 때도 있고 4끼를 먹을 때도 있고 그래요."

- 어떤 분들이 주로 찾나요.

"퇴근길에 집에 들어가면서 많이 사가요."

객지에서 숙식을 하는 그는 숙박비와 식대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 아이들은 안 보고 싶나요.

"보고 싶죠. 정말 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걸 어쩝니까. 묵고 살라는데 할 수 없죠."

- 종류별로 게 맛에 대해서 얘기 좀 해주세요.

"홍게는 좀 단맛이 많이 나고, 대게는 살이 꽉 차서 쫄깃쫄깃합니다. 킹크랩은 담백합니다. 홍게는 서민층이 많이 찾고 대게와 킹크랩은 중산층이 많이 찾습니다. 그리고 아주 잘 사는 사람들은 안 사먹어요. 그들은 게 전문점을 찾거나 구매를 해 갖고 먹어요."

- 저쪽에도 똑 같은 장사를 하신 분이 보이던데요.

"예, 제 동료입니다."

- 전국에 대게 장사하시는 분이 많나요.

"초기에 비해 많이 생겼죠. 아무래도 경쟁이 되니까 영업에 지장이 있습니다. 살기가 각박해서 그런지 최근에 노점상이 많이 생겼어요."

- 시청과 경찰서에서 단속은 않나요.

"술을 팔면 단속대상이 되지만, 술을 안 팔면 단속을 안 합니다."

▲ 영덕대게 이동 포장마차
ⓒ2007 조찬현

할머니 한 분이 오셨다.

"한 마리에 얼마나 해요."

"4마리에 만원이요."

할머니가 대게를 만지작거리자 그는 그건 좀 비싸다고 일러준다. 한참을 망설이다 할머니가 그냥 돌아선다. 아주머니 한 분이 또 왔다.

"어떻게 해요."

"대게는 두 마리에 2만5천원이요."

"예, 2마리 주세요."

대게를 사간 아주머니에게 그는 덤으로 홍게 두 마리를 더 얹어준다. 사람들은 속살이 꽉 들어찬 게 맛을 보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또 찾곤 한다. 언뜻 '니가 게 맛을 알어!' 하는 어느 광고카피가 아련하다.

/조찬현 기자

덧붙이는 글이 물건, 여기 가면 싸다!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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