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 언제까지 고무줄로 살아갈 것인가?

2006. 10. 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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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강명기]

대한민국은 드라마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 3사 일주일 방송 편성표를 보면 본, 재방송까지 합치면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물론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드라마이기 때문에 각 방송사들마다 스타를 앞다투어 캐스팅해 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어쩐지 브라운관에 넘쳐나는 드라마는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이유들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한국 드라마 병폐의 고질병은 '늘렸다, 줄였다' 고무줄 드라마라는 것이다.

드라마가 방송국 소유라지만 대중을 상대로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의 생명이 늘었났다, 줄었다 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늘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고는, '우리가 늘이고 줄이겠다는데, 너희들이 어쩌겠어'라고 협박하는 듯하다.

최근 MBC월화드라마 <주몽>이 시청률 45%를 넘기며 이른바 국민드라마로 가는 길 50% 시청률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연장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공시적으로는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방송사와 제작사 둘 다 실이익을 따져 분명 연장을 하고 말 것이다.

늘 처음에 소문이 돌면 먼저 부인하지만 그것은 사실로 바뀌어 방송사, 제작사, 배우들은 연장방송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연장방송의 이유는 대부분 하나로 귀결된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연장을 하면서 "당초 기획은 몇 회였지만 아직 이야기 할 내용이 많아 부득이 연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일 많이 쓰는 이유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사실이다. 연장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급조해 끼워놓거나, 한 회의 내용을 질질 끌어 할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으니 당초 기획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요새는 직접적으로 시청률이 높아 연장을 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방송사도 있다. 그것은 그나마 솔직한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개가 속내는 뻔한데, 갖가지 변명을 만들어 연장한다. 결국 방송사 주인의 결정에 의해 우리는 그 드라마를 끝이 날 때까지 시청해야 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질질 끌려 다니는 꼴이 되어버렸다.

특히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는 요즘은 시청률 30%만 넘기면 연장을 하는 추세다. SBS '여인천하'는 당초 계획인 50회에서 150회로 무려 100회나 늘어났고, KBS '명성황후'는 주인공 명성황후 역할을 이미연에서 최명길로 바꾸면서까지 연장방영을 강행했다.

지난 7월 막을 내린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는 무려 애초 기획보다 75%가량 늘어난 85회까지 가서야 막을 내렸다. 현재 방영 중인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도 30회 연장해 80회로 종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인기 있으면 끌고 광고수입을 늘리려는 얄팍한 상술에 모든 것을 팔아먹는다.

반면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가차없이 조기종영이라는 철퇴를 맞는다. <주몽>이 월화드라마 시청률을 독식하면서 SBS드라마는 3개월 간격으로 두 개의 드라마를 조기종영시켰다. <101번째 프러포즈>와 <독신천하>이다. 특히 <독신천하>의 경우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4회를 마지막으로 퇴장할 예정이다.

조기종영의 경우 아무런 변명을 대지 않는다. 비교적 연장방송과 달리 솔직한 편이다. 정말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조기종영을 한다는 속내를 그대로 비친다. 물론 비난의 화살은 역시 꿋꿋하게 버텨낸다.

또한 이럴 때는 질질 끌지 않고 급속도로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그래서 완성도는 떨어지고 반쪽 짜리 드라마로 남게 된다. 소수의 시청자들은 결국 비인기 드라마를 본다는 이유로 볼 드라마를 박탈당하고 만다.

분명한 것은 시청자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연장이 되든, 조기종영이 되든 선택권은 애초부터 없다는 것이다. 다만 어느 드라마를 볼 것인지 고르는 것만 시청자들의 몫이지, 그 드라마의 생명권은 방송사에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끝까지 시청률과 관계없이 예정된 방송 횟수를 마치고 퇴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드물다. 1년에 한 두편 찾아 볼 수 있을까, 말까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고질병은 결국 한류드라마를 외치는 한국 드라마의 전체적인 수명을 갉아먹는 행위이다. 그 병폐가 고스란히 한국 드라마 전체 위기로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은 방송사가 오히려 큰 타격을 받는 것이다. 사실상 한류 바람이 불면서 방송사 드라마 수출액도 상당하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길게 보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이익 때문에 이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방송사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시청자들도 순간에 질타와 비난의 목소리만 내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 시청자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4천만이 한마음 한뜻이 되기란 만무하지만 더 이상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은가?/ 강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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