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주는 소방대원들 "몸 힘들어도 기쁨 2배"

2006. 10. 26. 11: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조찬현 기자]

▲ 2.5톤 진성호를 탔다. 바닷물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린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가 시원스럽다.
ⓒ2006 조찬현

전남 여수 학동의 여수소방서에 사랑의 119가 한데 모였다. 섬마을 개도에 사랑을 전하러 가는 날이다. "섬에 계신 분들에게 위로를 해 드릴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봉사활동에 임해 달라"는 임무호 구조구급과장의 당부의 말이 이어졌다. 간단한 인원점검을 하고 바로 출발했다.

이번 행사는 뜸사랑, 삼성전자, 여수이용협회, 개도의용소방서와 함께하는 제법 규모가 큰 행사다. 소방대원들은 어제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피곤할 터인데도 싫은 기색하나 없이 비번인 대원들이 휴식도 마다않고 뜻을 같이 했다.

개도에 사랑 전하는 '119대원들'

▲ 개도중앙교회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노인대학이 열린다.
ⓒ2006 조찬현
▲ 돼지도 잡고… 즐거운 점심시간.
ⓒ2006 조찬현

오늘(25일)의 주요 활동은 이미용과 뜸, 가전수리, 독거노인의 환경정리, 전기가스안전점검, 노인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응급처치교육이다. 끼 많은 대원들이 모여 위문공연도 준비했단다.

시원스런 백야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힛도 선착장에 당도했다. 섬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이 배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2.5톤 진성호를 탔다. 바닷물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린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가 시원스럽다.

바다와 하늘빛이 쪽빛 동색이다. 바다는 하늘을 품고 있다. 그래서일까. 바다는 하늘빛보다 더 짙푸르다. 백야도 등대가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배 뒷전으로 사라진다. 화정면 개도 화산마을이다. 이곳에 6개 마을이 다 모인단다. 개도는 정보화마을로 조피볼락(우럭)과 전복을 양식하며 주요 농산물은 보리, 마늘, 참깨이다.

개도중앙교회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노인대학이 열린다. 270명이 등록되어 있으며 평균 참여인원은 180여명이다. 도서지방이라 강사들이 마땅치 않아서 현재는 식사 한 끼니 대접하는 수준이다. 한 달에 한 번 교회 자체예산으로 위문공연도 한다. 한글공부도 하고, 박수 치고 손발을 푸는 정도의 간단한 요가도 배운다.

요가반과 한글반, 야생화반으로 구분해 교육을 한다. 올해로 18년째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하(45) 목사가 5년 전 개도에 들어와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며, 최고령은 92세 할아버지라고 한다.

거주인원은 850명이며 30%가 노인 인구란다. 대부분 경제적 기반이 없는데다 문화·복지혜택이 부족하고 소외감으로 생활이 어렵단다. 또한 고령으로 농사를 지어도 인건비 건지기도 힘들다고 한다.

교회와 마을운영위원이 뜻을 같이 해 2년 전부터 '개도독거노인추진위원회'를 발족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만의 힘으로는 너무 버거워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김 목사는 전한다.

배워서 남 주는 봉사대원들... 뜸치료부터 이·미용봉사까지

▲ 뜸사랑 봉사단 14명이 '배워서 남 주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뜸과 침으로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2006 조찬현

뜸사랑 봉사단 14명이 '배워서 남 주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뜸과 침으로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뜸이 위주인데 침도 시술한다. 1년 365일 뜸을 떠도 비용이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고 말한다. 한 사람 전신을 치료하는 데 40분이 소요된다.

4년째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김종숙(41)씨는 살다보면 돈보다 소중한 게 있다고 말한다. 한때 만성 두통으로 고생을 했던 그녀는 뜸으로 치유됐다며 모든 분들에게 건강을 전해주고 싶단다.

정연철(71) 할아버지는 오른팔이 저리고 어깨가 결려서 뜸뜨고 침 맞으러 찾아왔다고 한다.

"어깨? 진즉부터 그랬어. 가두리 양식도 별 재미를 못보고, 현재는 농사지어. 농사, 뭐~ 있따요? 고추· 참깨· 마늘을 재배하는데 태풍이 다 가져가 불고 먹을 것이 없어."

"침 맞은께 조금 나아진 것 같어. 짐승있는 사람은 사료용으로 고구마도 조금 심고 그래. 열심히 농사지어도 태풍 불면 끝나 부러."

▲ 여수소방서 구급대원 이정화(35)대원과 동료들이 접수를 하며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한다.
ⓒ2006 조찬현

할아버지 한 분은 다친 데도 없는데 허리가 아프단다. 육연임(85) 할머니는 구급대원의 질문에 "어지러워, 어지러워" 어지럽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혈압과 당뇨 등, 또 다른 몸의 불편사항은 없는지 여수소방서 구급대원 이정화(35) 대원과 동료들이 접수를 하며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한다.

삼성전자 여수서비스센터에 아주머니가 카세트를 들고 왔다. 기사가 만지작거리자 카세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스런 트로트 음악을 토해낸다.

"나 없이 못산다고 말해놓고서~ 나 없이 못산다고 말해놓고서~ 거짓말이었나 나한테 한 말이~"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따라 부른다.

▲ 소방가족인 김순자(40)씨가 화정초교에 다니는 한세영(8)군을 이발해주고 있다.
ⓒ2006 조찬현

이·미용 봉사활동 현장이다. 소방가족인 김순자(40)씨가 화정초교에 다니는 한세영(8·화정초2)군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깎고 있다. 가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단하네요. 신기술이에요?"

"이렇게 하면 짧은 머리가 세밀하게 돼요. 프로들이 사용해야지, 아무나 따라하다간 머리에 구멍이 나는 수가 있어요."

월 1회 요양원과 노인전문시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한단다.

봉사활동 끝내고 먹는 막걸리 "달다, 달아"

▲ 일을 끝내고 다함께 모여서 한잔. 바닷가에서 먹는 회맛이 역시 최고다.
ⓒ2006 조찬현

13명의 할머니가 모여 마을의 빈집을 노인당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노인당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전기수리는 물론 전기선의 정리와 가스점검도 실시했다. 화재예방점검과 위험요인도 제거했다.

김시환(47) 소방장은 현장을 돌다보면 거동 불편한 독거노인들이 많아 소방점검은 기본이고 그분들의 부탁까지 들어줘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단다. 대부분 다음 방문 시까지는 해결을 해준다고 한다.

마을 돌담길을 할머니 두 분이 지나간다. 푸른 하늘에 회오리구름이 하늘높이 치솟고 있다.

"청춘아 가지마라. 세월아 가지마라."

"청춘 붙들러 가세요?"

"농협에 세금 바치러 가요."

김모심(71) 할머니는 5남매를 뒀다. 자식들과의 전화통화는 오는 전화만 받는데도 8900원이나 요금이 나왔다며, 너무 많다고 말한다.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온다. 이발을 하고 오신단다.

할아버지에게 미남 되셨다며 말을 건네자 할머니가 말을 되받는다.

"본판이 이삔께 이쁘지. 여기는 농촌일이 얼추 끝났어."

"아차차~ 여기가 그 유명한 개도지. 여수에서 개도하면 막걸리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술도가에 들렀다. 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캬~ 그 맛이 역시다. 헛된 소문이 아니었구나. 개도 막걸리 맛이 달큼하고 부드럽다. 여수소방서의 봉사대원들만큼이나. 베풀러 나온 그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닮았구나.

▲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오다.
ⓒ2006 조찬현

/조찬현 기자

덧붙이는 글이 기사는 시골아이,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