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선 99살 가수가 '인기스타'

2006. 10.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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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8월 중국 대륙 종단을 마치고 인도로 떠난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박정규 기자]

ⓒ2006 박정규

음악의 도시 콜카타에서 음악회를 빼놓을 순 없었다. 오영준씨의 안내로 저녁에 음악회장에 다녀왔다. 외국인이라고 '무료티켓'까지 받아 인도음악에 푹 빠질 수 있었다.인도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한 99살 할아버지의 노래였다. 마치 그릇 속에 담긴 물을 손으로 휘저으며 물 회오리를 일으키듯 '더더니 따 떠니따~ 더더니 따 떠니따~' 떨면서 울리는 목소리, 늘어지는 낯선 소리……. 중간에 기침까지 해 가시면서 힘겹게 열창을 하시는 모습에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2006년 9월 1일 금요일 인도 콜카타 4일차/ 날씨 맑음

9시 기상.

▲ 한국음식을 파는 티루파티 메뉴판
ⓒ2006 박정규

아침에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아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숙소 앞 '티루파티(서더스트리트 거리 한국 음식 전문 포장마차)'에 가서 '김치국밥'을 주문했다. 따뜻한 국물에 김치를 먹으니 조금 살 것 같다.

12시 15분. 외국인 전용 매표소.

같은 숙소(파라곤)에 지내고 있는 한국인 여행자에게 '외국인 전용 매표소'의 위치를 문의한 후 자전거를 타고 30분가량 채 못 가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문 앞에 그냥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가려는데, 매표소 직원이 사무실 앞에 있던 사람에게 자전거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해줬다. 이렇게 친절했던 여직원이 '환전영수증'이 없으면 표를 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달러로 구입할 것을 요구한다. 인도 돈밖에 없다고 사정사정해서 일단 먼저 표를 구입한 후 내일 '환전영수증'을 갖다주기로 했다.

외국인매표소까지 어렵게 찾아가서 기차표를 구입한 대가로 자신에게 '과일대접'하기로. 여행사에서 구입했다면 지불했을 수고비(50RS) 중 20%를 나 자신에게 제공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바나나, 사과, 주황색 과일(?), 파인애플 등을 손바닥만 한 큰 나뭇잎에 가득 담아주는데 10RS. 이제 바라나시로 갈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과일 맛이 더욱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13시 20분. 자전거 상점 거리.

오영준씨가 가르쳐주신 자전거 거리에 도착했다. 도로변에 있는 상점 골목으로 들어가니 자전거 상점들이 마주보면서 50m가량 길게 이어져 있다. 각 상점마다 조금씩 다른 자전거 부속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이곳에서 원하는 부속품들을 대부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상점마다 살펴보는데 마땅한 게 없다.

사실 내가 찾는 부속품은 '뒤 짐받이 연결 고리 부분'을 고정할 만한 '그 무엇'인데, 눈으로 봤을 때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는 걸 찾고 있으니 어려울 수밖에. 좀 더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한쪽 벽면에 거대한 '1단 자전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전거' 그림 표지판이나 그림, 장식품들을 보면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자꾸 눈길이 가고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

작은 상점에서 내가 원하는 '그것'과 유사한 걸 발견했다. 시력검사 할 때 보면 '입구가 아래쪽에 있는 C'가 내가 찾던 것이다. 연결 부분과 차체에 '그것'을 끼운 후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서 꽉 쪼이면 어느 정도 고정될 거란 계산에 의한 것. 모두 영준씨의 아이디어다.

나머지 물품 '폐타이어, 너트 4개'를 구입하려는데 20RS나 요구한다. 너무 비싸다고 결국 10RS에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자전거 오일을 5RS, 절연테이프 2개를 20RS에 구입했다.

IATA 항공 사무실.

항공편을 문의했는데, 9월 12일 좌석이 2개 남았단다. 한국 전화 후 가족들과의 일정을 맞춰봤는데 불확실하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전화하기로 했다. 통화 후 다시 여행사에 가니 직원이, "12일 좌석 예약이 모두 끝나 버렸습니다. 좋은 자리는 금방 나가거든요."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예약해버린 것이다. 대신 18일 더 싼 좌석이 있다고 해서 일단 예약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18일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현재로서는 '비자 연장'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법체류'를 해야 한다. 일단,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보기 위해서 인터넷 자료를 찾아봤다. '1일 체류 시 100-200루피의 벌금'을 물었다는 오래된 정보만 있고 최근 정보를 얻지 못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벌금도 만만치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그냥 예정대로 12일 갈까? 아님 13일?

▲ 숙소 파라곤 모텔
ⓒ2006 박정규

17시 30분. 지하철 타고 음악회장 가는 중.

오영준씨가 음악회가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시면서 같이 가자고 하셨다. 음악의 도시인 콜카타에서 마지막 밤을 음악회에서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영준씨를 따라나섰다.

음악회장 입구에 도착해서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 입구 직원에게 표 '구입방법'을 문의하는데, 잠시 후 '무료티켓'을 준다. 외국인이라 그런 것 같다.

건물 내로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단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을 직원에게 부탁하고 들어가야 했다. 음악회에 방해가 될까 봐 그런 걸까, 라는 생각으로 건물 내부로 들어갔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내부에 '작은 매점'이 있는 걸로 보아서…. 그곳에서 '커피, 전통파이, 전통차' 등을 팔고 있다. 물론 밖의 가격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물까지 빼앗아가는 건 너무했다.

음악회 시간이 다 되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맨 앞자리로 가려고 했는데 갈 수 없단다. 우리가 가진 표는 중간 뒤쪽 좌석 밖에 앉을 수 없단다. 19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잠시 모든 걸 잊고 음악회에 빠져보기로.

무대 위에 중간에 흰색 옷 입은 할아버지 한 분, 뒤쪽 왼쪽에 여자 두 분, 앞쪽 왼쪽에는 북 같이 생긴 걸 두드리는 분, 오른쪽에는 '아코디언'처럼 생긴 걸 연주하는 분이 무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좌석의 3분의 2 정도가 꽉 찼다.

영준씨 말에 따르면, 앞에 계신 할아버지는 인도에서 아주 유명한, 거의 독보적인 분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중간에 할아버지가 노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마치 그릇 속에 담긴 물을 손으로 휘저으면서 물회오리 크기를 정하듯이, 할아버지가 손으로 '소리의 흐름을 휘저으면서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더더니 따 떠니따~ 더더니 따 떠니따~' 떨면서 울리는 목소리, 늘어지는 낯선 소리….

우리 '국악'이란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하니까, 영준씨가 '비교'하지 말고 그냥, 인도 음악은 '이런 거구나'라고 느껴보란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그냥 들으면 같은 소리의 반복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음악의 흐름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신을 찬미하는 내용, 일상이야기 등이 노래 속에 들어 있습니다. 노래하다가 중간중간에 관객들에게 노래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시간을 통해, 서로 배워나가며 하나가 됩니다."

앞에 노래하는 분은 99살이라고 한다. 중간에 기침까지 해 가시면서 열창을 하시는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주 힘겹게 리듬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에어컨디셔너 바람이 너무 차갑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관객들이 조금씩 빠져나가서 이제 3분의 1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할아버지 기분 나쁘겠다……. 덕분에, 나중에 영준씨랑 함께 VIP석 근처까지 자리를 옮겨서 마지막까지 좀 더 자세하게 연주자들의 손동작과 열창하시는 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22시 45분. 숙소 인근 레스토랑.

각자 택시비를 부담하고 숙소까지 타고 왔다. 다들 배가 고파서 인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난 밥과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했다. 그런데 밥과 감자튀김이 나왔다. 메뉴판을 대충 보고, '프라이드치킨'인 줄 알았는데,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이었다.

그래서 영준씨가 정말 그거면 괜찮겠냐고 물어봤던 거였구나……. 난, 음식을 많이 시켜서 놀란 줄 알았다……. 아하하. 결국 영준씨가 시킨 '치킨'과 다른 분의 음식을 나눠 먹었다.

23시 30분. 숙소.

'스탑오버(경유지에서 잠시 머무르는 것)'해서 한국에서 잠시 중간점검을 할 것인지 아니면 바로 미국으로 이동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 아침에 결정하기로.

▲ 박정규 인도 자전거 여행 코스
ⓒ2006 오마이뉴스 성주영
여행수첩

1. 이동경로: 콜카타 시내

2. 사용경비: 580RS

아침: 22RS / 인터넷: 40RS / 기차 값: 300RS / 과일: 10RS / 폐타이어, 너트 4개: 10RS

오일 작은 통: 5RS / 절연테이프 2개: 20RS / 나무음료: 5RS / 짜이1: 2RS / 파이 12개: 24RS / 한국전화: 48RS / 지하철: 4RS / 주스, 물: 22RS/ 체중계 사용: 1RS / 인도파이2, 짜이: 14RS / 커피: 4RS / 택시: 15RS / 저녁: 35RS

/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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